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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특집 八道겨울별미여행] 지금이 딱 제철 구룡포 과메기 쫀득쫀득 ‘살’맛 나는 구룡포 과메기
[특집 八道겨울별미여행] 지금이 딱 제철 구룡포 과메기 쫀득쫀득 ‘살’맛 나는 구룡포 과메기
  • 손수원 기자
  • 승인 2007.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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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과메기를 겨울바람에 말리고 있다.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포항] 겨울바람 맞으며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날이면 동해의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잘 말린 과메기가 생각난다. 지금 포항 구룡포로 가면 오징어 말라가는 짭조름한 냄새와 함께 꽁치의 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입맛을 쩍쩍 다시게 한다. 미식가에 더해 자신이 주당이라고 생각되면 지금 바로 구룡포로 고고싱~! 

포항에서 포스코를 지나 호미곶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를 달리면 ‘원조 구룡포 과메기’라는 대형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지역의 특산물이라는  게 그렇듯 구룡포에서 과메기를 빼놓고선 말이 안 된다. 우스갯소리로 ‘겨울이면 구룡포에서 김치보다 더 흔한 것이 과메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겨울의 구룡포는 그야말로 과메기 천지다.

구룡포에 들어서는 입구의 도로 주변에서부터 횟집은 물론 건어물상회, 심지어는 구멍가게 간이매점에까지 새끼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래선지 구룡포에서 인근 호미곶 방향의 해안도로 주변 곳곳에 널리고 깔린 것이 과메기 덕장이요, 과메기 판매점이다. 곳곳에서 무료 시식코너를 볼 수 있음은 당연지사. 구룡포 온 동네가 과메기의 비릿한 냄새로 진동한다.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통과메기는 요즘 찾기 어렵다.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여러가지 재료가 없더라도 이정도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포항은 동해안의 고장 가운데서도 해산물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이름나 있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영덕보다 더 많은 게를 어획하는 곳이 구룡포요, 오징어로 유명한 울릉도보다 더 많은 오징어를 어획하는 곳도 구룡포다. 그런데 이를 아는 외지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대게는 영덕에 뺏기고, 고래 고기는 장생포에 뺏기고, 오징어마저 울릉도에 뺏긴 구룡포에서 과메기는 ‘자존심’이다. 많은 미식가들은 구룡포산 과메기를 제일로 친다. 그 이유는 역시 맛! 과메기 만드는 노하우를 다른 지역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것이다. 

구룡포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통상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말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항상 바다바람이 있으며, 기온의 차가 커 그늘 아래서 밤에는 급격히 얼고 낮에는 해풍으로 꽁치가 녹으면서 건조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얼고 녹는 것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룡포 과메기는 특히 ‘피득피득(‘쫄깃쫄깃’하다의 사투리)’하다.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었던 음식이다. 하지만 청어는 1960년대 이후 거의 사라졌다. 이렇게 귀해진 청어를 대신해 요즘은 꽁치가 ‘대표선수’로 뛰고 있다. 과메기에 사용되는 꽁치는 우리나라 꽁치가 아니다. 국산이 아니라고 섭섭해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일본의 북해도와 러시아 해안에서 잡아들이는 꽁치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것이 크기도 큰 데다 맛도 기름이 좔좔 흐르면서 감칠맛이 나 과메기로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이다.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과메기를 다듬고 있는 김태규 씨.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보기만해도 쫀득쫀득해 보이는 육질의 구룡포 과메기.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구룡포 과메기는 통과메기와 베진 과메기로 나눌 수 있는데, 통과메기는 꽁치의 내장을 발라내지 않고 그냥 바람에 말리는 것이다. 그 기간은 15일 이상으로 베진 과메기보다 세 배 이상 길다. 건조시키는 동시에 숙성시킨다고 보면 된다. 그 맛도 매우 ‘쌔서’ 비릿한 냄새가 훨씬 더하다. 과거 구룡포 사람들이 즐겨먹었다는데, 지금도 나이 지긋한 구룡포 토박이들은 베진 과메기보다는 이 통과메기를 더 알아준다. 하지만 외지 사람들은 이 맛과 향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베진 과메기는 꽁치의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몸통을 반으로 갈라 3~4일 건조시킨 것을 말하는데, 통과메기보다는 비린내가 덜해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다. 구룡포에서도 빨리 말려 빨리 팔 수 있는 베진 과메기를 더 많이 생산해 통과메기는 이제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덕장을 운영하며 과메기를 판매하고 있는 김태규 씨의 과메기 자랑은 쉴 틈이 없다. “과메기는 소주 안주로는 최고지요. 술이 안 취합니다. 이걸 ‘궁합이 맞는다’ 카지요? 술 몇 잔에 앉은뱅이가 되던 사람들도 과메기가 안주라면 걸어서 집에 들어갑니다. 아침에 속도 편하고예….”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구룡포의 과메기특구거리. 2007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누구보다 과메기에 대해 잘 아는 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주 한 잔에 과메기 쌈 한 점이면 ‘혀가 녹아버릴 정도’로 기찬 맛이란다. 
과메기도 ‘홍어삼합’처럼 함께 쌈을 싸먹는 음식이 중요하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이 ‘사합’인데, 3~4일 말린 과메기에 마른 김과 물미역, 쪽파를 넣어 초고추장을 발라 먹는 것이다. 과메기의 비릿한 냄새를 숨겨주기에 과메기를 처음 먹어보는 ‘초보’라도 부담이 없다. 여기에 돌산갓김치를 얹어 먹으면 궁극의 ‘과메기 오합’이 완성된다. 

하지만 마른 김에 과메기, 쪽파, 마늘만 얹어 초고추장을 발라 먹어도 더할 나위 없다.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도 과메기 본연의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오물오물 씹으면 씹는 대로 고소한 맛과 함께 비릿한 바다 냄새가 입 안에 확 맴돈다. 

과메기의 본 고장 구룡포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자연이 만든 과메기인가, 아닌가이다. “과메기가 특산물이다 보니 ‘편하게’ 과메기를 만드는 데가 간혹 있지요. 과메기는 모름지기 바닷물로 씻어서 바닷바람에 말려야 피득피득한 제 맛이 나는데, 일반 가정집에서는 꽁치를 수돗물에 씻어서 선풍기나 난로를 사용해 말리는 곳도 있어요. 먹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디 그 맛이 진짜를 따라가겠습니까?”  

바다 근처에 있는 덕장에서 말리는 과메기가 ‘진짜배기’란 말이다. 우리가 가끔 보는 가정집 옥상이나 노상에서 말리는 과메기들은 한 컷 사진의 소재로는 훌륭하지만, 훌륭한 음식으로서는 탐탁지 않다. 역시 과메기는 자연에게 만들어달라고 하는 편이 낫다. 

과메기는 웰빙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원재료인 청어나 꽁치를 조금 말려 과메기로 만들면 DHA와 오메가3 지방산 등의 영양가가 훨씬 높아진다. 소위 아이들 머리 좋아지게 하는 영양소다. 또한 과메기에 들어 있는 핵산성분은 피부를 탱탱하게 해주고, 뇌를 튼튼히 하는 데도 상당한 효능이 있다. 

요즘은 보관기술이 발달해 여름에도 먹을 수 있는 것이 구룡포 과메기다. 하지만 그 ‘살’맛이 제철만 할까? 덕분에 겨울 구룡포에선 미식가들과 주당들이 살맛 난다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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