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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은하의 감성여행]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당일치기 강화도 여행
[박은하의 감성여행]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당일치기 강화도 여행
  • 박은하 여행작가
  • 승인 2020.03.16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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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의 고장' 강화의 옛 모습 담은 소창체험관
특산물 활용한 고소한 전병과 달큼한 순무 김치
산장에 온 듯 아늑하고 편안한 카페 2번 창고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도는 한때 직물의 고장이기도 했다. 사진은 강화소창체험관 내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강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 강화도.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다양한 역사유적을 간직하고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금까지 강화도의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답사 여행을 다녔다면 이제는 소소한 볼거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겨볼 차례.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따라 강화도 원도심으로 향한다.

요즘 여행은 뉴트로가 대세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e)’를 합친 신조어다. 옛것을 통해 기성세대는 추억에 젖어 들고, 젊은 세대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호기심을 느낀다. 강화도 원도심에도 세대를 잇는 뉴트로 여행지가 있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는 기본.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은 덤이다.

강화도 직물산업의 현장, 강화소창체험관
강화도는 인삼과 화문석이 유명하지만, 한때 직물의 고장이기도 했다. 해방 이후 강화읍을 중심으로 ‘소창’ 생산이 본격화됐는데 1970년대에는 80여 곳의 직물공장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소창은 100% 목화솜으로 만든 실로 짜낸 천연 면직물로, 여러 번 삶아 빨수록 흡수성과 내구성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옛날에는 기저귀나 행주 등으로 흔하게 썼던 직물이다. 당시 강화도 소창은 품질이 좋아 짜기만 하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대구와 구미 등지에 현대식 직물공장이 열렸고, 값싼 수입산 면직물이 들어오면서 강화의 직물산업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 직물공장의 옛 전경과 소창제작의 공정순서, 재봉틀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1960~70년대 평화직물에서 직조했던 직물.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읍 남문안길에 자리한 강화소창체험관은 평화직물 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전시ㆍ체험 공간이다. 평화직물을 세운 마진수 씨는 일본의 대표적인 직물 생산지인 후쿠이에서 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약 7년간 직물공장에서 기술을 익혔다. 27세에 한국으로 돌아와 평양의 직물공업시험소 기사를 거쳐 강화도 조양방직에 취업했고, 1959년에는 근처에 평화직물을 세웠다. 10년 후에는 아들 마영환 씨가 가업을 물려받아 하루 평균 5필(125m)의 원단을 생산했다.

현재 강화소창체험관은 직물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다양한 문화 체험이 열리는 체험관, 옛날 방식 그대로 직조를 시연하는 직조 시연관, 1938 한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창전시관에서는 강화직물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직물공장의 옛 전경과 소창 제작 공정을 담은 사진뿐만 아니라 당시 평화직물에서 생산한 원단을 전시한다.

189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시대별로 전시해 놓은 낡은 재봉틀 또한 눈길을 끌며, 원단 짜는 과정을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아 이해를 돕는다. 체험관에서는 손수건, 식탁 매트, 쿠션 커버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열려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다.

INFO 소창체험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무)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20번길 8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관광플랫폼이 자리한 강화중앙시장 B동.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시장으로 떠나는 정겨운 나들이
강화읍 중심에 있는 강화중앙시장은 오랜 세월 주민 생활의 중심지이자 여러 지역 상인들이 강화 특산물을 사기 위해 모여드는 집결지였다. 삼삼오오 모여든 상인들은 이곳에 노점을 열었고, 시장을 형성해 가면서 1980년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상설시장으로 거듭났다. 강화대로를 사이에 둔 채 A동과 B동으로 나뉘는데 특히 B동에 볼거리가 많다.

B동 3층에는 강화관광플랫폼이 자리한다. 강화도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관광안내소이자 고려 의상, VR, 스탬프 찍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2층에는 지난 2017년 중소기업청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몰 ‘개벽 2333’이 들어섰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중앙시장 B동 2층에 자리한 강화 청년몰 푸드코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특산물을 넣어 만든 반죽으로 전통 과자를 굽는다.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중앙시장 강화명과의 수제전병.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개벽 2333은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을 건국한 우리 선조의 정신을 담아낸 이름이다. 수제 버거, 초밥, 분식, 퓨전 음식, 디저트 등을 파는 식당이 모여 있으며 무대를 갖춘 중앙홀에서 문화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1층 ‘오소소’ 공방은 강화 소창으로 만든 손수건, 천 가방, 앞치 마, 방석 등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한 땀 한 땀 놓은 자수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입이 심심하다면 ‘강화명과’에 들러 봐도 좋다. 인삼, 땅콩, 새우, 쑥 등 강화도 특산물을 활용해 전통방식 그대로 즉석에서 전병을 구워낸다. 전병 굽는 냄새가 어찌나 고소한지 발걸음이 절로 멈춰 선다. 

강화풍물시장은 강화장의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시장이다. 건물 안에 상설시장이 있고, 매 2, 7일마다 상설시장 야외 마당에 오일장이 선다. 시장의 규모가 꽤 커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삼, 순무, 약쑥, 젓갈, 고구마 등 강화도 특산물을 비롯해 채소, 과일, 곡물, 건어물, 잡화 등 취급 품목도 다양하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김치.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지푸라기를 엮어 포장한 오리알 등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김치가게에서는 즉석 김치 만들기가 한창이다. 커다란 대야에 강화 순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시뻘건 양념을 무쳐 무김치를 뚝딱 완성한다. 보고만 있어도 침이 절로 넘어간다. 갓 버무려낸 무김치는 시식 접시에 아낌없이 담아 내준다. 무가 달고 맛이 좋아 괜히 특산품이 아니구나 싶다.

풍물시장의 또 다른 명물은 밴댕이 무침이다. 새콤한 밴댕이 무침에 쓱쓱 밥을 비벼 순무김치 한 점을 올려 먹거나 강화 쌀로 빚은 인삼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INFO 강화중앙시장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관청리 205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강화풍물시장에는 상점마다 주인장 사진이 담긴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INFO 강화풍물시장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

나른한 오후 카페인 충전, 2번 창고
강화읍내에서 남쪽으로 8km, 강화군 불은면 마을길을 따라 달려 가다 보면 길 중간에 덩그러니 자리한 카페 ‘2번 창고’가 보인다. 다소 생뚱맞은 위치에 있지만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하나둘씩 찾아온다. 하얀 벽돌과 나무 지붕, 식물로 구성된 카페 공간은 산장에 온 듯 아늑하고 편안하다.

“원래 이곳은 한식당이 있던 자리였어요. 카페 이름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숫자 2가 좋아서 붙인 이름이에요. 무엇보다 친절하고, 맛있는 카페로 기억되고 싶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들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윤나리 2번 창고 대표의 말이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SNS에서 주목받고 있는 강화도 브런치 카페 2번 창고.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수플레 팬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등 디저트 메뉴도 훌륭하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아늑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카페 내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결혼 후 강화도에 둥지를 튼 부부는 지난해 7월 2번 창고를 오픈했다. 카페를 오픈하기 전부터 남편은 원두 납품과 로스팅을 했고, 아내는 오랜 시간 카페 일을 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매일 스페셜티 원두를 로스팅해 신선한 커피를 준비하고, 음료에 들어가는 수제 과일청은 제철 과일을 구입해 직접 만든다. 매장에서 만든 브런치와 수플레 팬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등 디저트 메뉴도 훌륭하다.

2번 창고만의 소확행 이벤트도 눈여겨 볼만하다. 첫 번째 이벤트는 사진 촬영 서비스다. 2번 창고 포토존에서 무료로 사진 촬영을 해준다. 보정작업을 마친 사진은 이메일로 보내준다. 두 번째 이벤트는 엽서발송 서비스다. 단돈 1000원으로 마음에 드는 엽서와 봉투, 우표를 구입해 미래의 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엽서를 쓴다. 실링왁스(촛농)를 촛불에 녹여 봉투를 봉인하는 작업은 옛날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카페 안에 있는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원하는 시점에 맞춰 (한 달, 6개월, 1년) 엽서를 발송해 준다. 두 이벤트 모두 손님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한 달 후, 6개월 후, 1년 후에 발송되는 엽서.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불은면에 자리한 카페 2번 창고 외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INFO 2번 창고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매주 화요일 휴무)
주소 인천 강화군 불은면 강화동로 680 2번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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