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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 1] 원시림을 걸어볼까? 교래리 삼다수숲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 1] 원시림을 걸어볼까? 교래리 삼다수숲길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 승인 2014.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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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여행스케치=제주] 숲은 제주 출생의 비밀을 담고 있다. 수천 년 전 폭발한 화산, 흘러내린 용암, 흙이 된 돌, 자라난 식물……. 삼다수숲길은 그 거칠고 원초적인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는 생명의 에너지가 넘친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삼나무가 빽빽한 삼다수숲길은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강렬한 유화 속으로  

삼다수숲길은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이라면 교래리 종합복지관이나 제주미니랜드를 찾아가야 입구를 찾을 수 있다. 5km쯤 떨어진 곳에는 드라마로 유명한 사려니숲길이 있다. 신발이 불편하거나 여자 친구와의 낭만적인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애초부터 사려니숲길로 발길을 돌릴 것을 권한다. 삼다수숲길은 그리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삼다수숲길에도 가을빛이 역력하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삼다수숲길은 2개 코스가 있다 1코스는 5.2km로 약 90분이 걸리고, 2코스는 약 8.2km로 약 15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그런데 도로에서 입구까지 1km 이상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숲길의 총 거리에서 왕복 3km 정도를 더 더하면 대략 코스가 완성된다. 물론 걷는 도중에 힘이 들면 돌아 나오면 된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이 숲은 빠져들면 빠져들었지 되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삼다수숲길의 삼나무에선 생명력이 느껴진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삼다수숲길에서 만난 계곡도 운치 있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입구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자. 차에서 내리면 숲이 아니라 시골길이다. 이 길은 목장으로 이어진다. 숲길 입구에 주차장이 없는 이유이다. 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니까.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숲길 지도와 함께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제 본격적인 삼다수숲길이다. 근처 사려니숲길이 잘 정리된 부드럽고 걷기 편한 길이라면, 삼다수숲길은 조금 더 거칠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마치 터프하고 강렬한 유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다.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시원하게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이다. 보이는 만큼 공기도 상쾌하다. 피톤치드가 온 몸으로 쏙쏙 파고든다. 이런 프리미엄급 공기를 만나기가 쉬운 게 아니니 큰 심호흡은 필수다. 삼나무 길을 지나면 무성한 조릿대가 길을 안내한다. 양쪽으로 쫙 깔린 조릿대 덕분에 숲길을 걷는 맛이 난다.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2014년 10월 사진 / 송세진

에너지 가득한 화산 땅의 기운 
이곳은 전형적인 곶자왈 지역이다.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하면서 생겨난 독특한 지질 지형이다. 용암은 돌이 되고, 돌은 흙이 되었다. 때문에 물이 쑥쑥 빠지고, 어떤 곳은 아래가 성글게 비어 있기도 하다. 숲을 걷다가 발을 굴러보면 텅텅 소리가 나는 곳도 있다. 이렇게 단단한 흙인지 바위인지 모를 곳에 뿌리를 내린 생명들이니 그들의 에너지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겠다. 이런 숲의 기운은 받아가는 사람이 임자다. 여기에 길에서 만나는 민달팽이와 곤충, 새소리, 바람소리, 다람쥐, 노루는 덤이다.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다. 숲의 변화무쌍함에 힘들다고 느낄 겨를이 없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오르기 좋은 숲길이다. 다만 공원화 해 놓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화장실, 식수대, 벤치, 쓰레기통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 숲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은 미리미리 다녀오고, 생수 한통 준비,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걷기, 쓰레기는 다시 가져오는 여행매너 정도가 삼다수숲길을 즐기는 최상의 조건이다.  

주변 여행지 1
사진 찍기 좋은 삼다수목장 
이번에는 삼다수목장이다. 삼다수숲길 입구에서 본 목장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곳은 숲으로부터 2킬로미터 쯤 떨어져 있다. 원래 이름은 ‘와흘목장’으로 방목하는 소보다 나무가 유명하다. 배우 소지섭이 이곳에서 광고를 찍어서 ‘소지섭나무’ 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한국의 세렝게티’라고도 부른다. 황량한 초지에 띄엄띄엄 자라난 키 큰 나무가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다. 참 단순한 조합인데 하늘과 날씨, 계절에 따라 그림이 다양하여 사진작가들에게 인기 있는 출사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행지’ 라기 보다는 예쁜 사진을 남기기 위해 차를 잠시 세우는 곳이다. 정문으로 찾아 들어가려고 하면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황하기 십상이다. 정문에서 길을 따라 가보면 주인의 배려인지 옆문이 빼꼼 열려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개구멍’으로 불리는 이곳이 바로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 여행지 2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 

사려니숲길로 들어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흔히 알려진 입구는 ‘숲에 On'이라고 하는 사려니숲길 들머리이고, 두 번째는 사려니오름 쪽이고, 마지막으로 붉은오름 방향이다. 들머리 쪽 입구는 가장 잘 알려진 곳으로 항상 차가 많고 복잡한 편이다. 사려니오름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가 관리하는 한남시험림 구간으로 산전예약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다. 붉은오름 방향은 한가하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붉은오름 방향으로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위로는 삼나무가 쭉쭉 뻗어있고, 아래로는 산 수국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국은 여름에 보라색 꽃을 피우지만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변한다. 떨어지지 않고 색이 변한 채 남아있는 수국 꽃은 분위기가 특별하다. 길은 넓고 편한 편으로 비가 올 때도 걷기 좋은 숲길로 알려져 있다. ’치유와 명상의 숲‘이라는 별명처럼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다. 


INFO.
삼다수숲길 가는 법 

내비게이션: ‘교래리종합복지회관’ 검색. 찻길을 건너면 작은 샛길이 있다. 길을 따라 들어오면 목장을 지나고, 숲길로 이어진다. 
대중교통: 제주시티투어 버스 A코스를 타고 ‘삼다수숲길’ 하차 

삼다수목장 가는 법 
내비게이션: ‘삼다수목장’ 검색 
대중교통: 730번 버스를 타고 ‘교래입구’ 정류장 하차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 가는 법 
내비게이션: ‘붉은오름’ 검색 
대중교통: 730번 버스를 타고 ‘붉은오름’ 정류장 하차 

먹을거리 
교래 삼다수마을은 토종닭 유통특구이다. 이곳 30여개 식당에서 닭백숙, 닭칼국수, 닭볶음탕 등 다양한 닭요리를 먹을 수 있다. 마을 안에는 말고기 전문점도 있다. 

숙박
게스트하우스 레인보우 인 제주: 시티투어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제주시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시외버스정류장과 시청에 가까운 숙소로 도미토리에서 싱글룸, 트윈룸까지 다양한 객실이 있다.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여행 정보가 알차서 여성 여행자들과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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