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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전거 타고 한강 여행 ①] 자전거 타고 행주대교에서 광진교까지! 코끝을 간질이는 황홀한 바람은…
[자전거 타고 한강 여행 ①] 자전거 타고 행주대교에서 광진교까지! 코끝을 간질이는 황홀한 바람은…
  • 김대홍 기자
  • 승인 2008.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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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행주대교부터 광진교까지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2004년 나의 직장은 여의도, 사는 곳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이었다. 짐짝 같은 지하철이 싫었지만 대안이 없었다. 지겹게 느껴질 무렵, 틈날 때마다 지도를 들여다봤다. 자전거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한강. 폭이 1km나 되는 저 강을 어떻게 건널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길 몇 달.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일단 가보자. 한강까지 가면 분명 길이 보일 것이다.

한강 지류인 홍제천을 타고 8km 정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자 마침내 넓디넓은 한강이 나타났다. 처음엔 난감했다. 이곳저곳 뒤지다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탔다. 마침 차도 옆에 인도가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다리 끝까지 달린 뒤, 다시 자전거를 들고 땅으로 내려왔다. 
드디어 강을 건넜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복잡한 여의도 거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어디에도 자전거 표지판은 없었고, 자전거를 위한 도로도 없었다. 인도엔 사람이 넘치고, 차도엔 차가 넘쳤다. 결국 그날 난 30분이나 지각했다.
그렇다면 그날로 자전거 출퇴근을 포기했을까? 실패를 발판 삼아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더 나은 길을 찾기 시작했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한강 다리 사이로 펼쳐지는 또 다른 서울의 풍경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그렇게 해서 첫날 1시간 40분 걸렸던 출근시간은 50분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그러곤 한강의 매력에 푹 빠져 주말이면 자전거를 끌고 한강에 나갔다. 자동차를 타고 건널 땐 몰랐던 한강의 넓이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면서 비로소 알게 됐고, 한강 곳곳에 아직도 백사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더불어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에 황홀해하기도 했고, 참게를 잡는 사람들도 봤다. 돌아오는 길엔 한강 곳곳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몸을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숱하게 한강엘 나갔고, 홍제천, 불광천, 안양천, 중랑천, 탄천, 청계천, 성내천 등 한강 지류를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이미 익숙한 곳이라도 좋았다. 밤과 낮이 달랐고, 1월과 7월이 달랐다. 너무 멀리 갔다가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럴 땐 밥맛조차 없었다.

하지만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닌 서울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좋았다. 지난 장마철엔 진흙탕이 돼버려 마음을 아프게 했던 한강이 겨울엔 온통 눈을 뒤덮고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봄 가을엔 갖가지 꽃이 피니 눈이 또한 호사였다.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먼저 한강 본류 남쪽이다.

자전거도로가 놓인 서쪽 끝은 행주대교다. 자전거도로가 놓인 동쪽 끝은 광진교다. 길이는 34.9km. 왕복하면 70km. 한강까지 가는 거리까지 계산하면 만만치 않은 거리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한강 곳곳엔 숨겨진 명소들이 적지 않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행주대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수도권 지하철 5호선 종점인 방화역이다. 행주대교와 방화대교 사이엔 강서지구습지생태공원이 있다. 3km 정도 되는 거리에 아주 넓게 퍼져 있다. 이 구역에선 유람선이 아닌 준설 등을 하는 작업선을 많이 볼 수 있다. 유람선만 다니는 서울 한강 중심부와 비교하면 이색적이다. 게다가 주변은 온통 풀과 꽃 천지다. 풀벌레와 흰뺨검둥오리, 물총새, 백할미새 등 여러 새들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종종 한강 하류 쪽으로 더 나가곤 한다. 비포장길을 달리며 시골에 온 듯한 즐거움에 빠지곤 했다. 주변은 논밭. 사방천지를 둘러봐도 아파트는커녕 집도 보기 힘든 곳이다. 동행자의 숨소리만 들리는 그곳에 나른한 희열이 있다.

방화대교에서 4km 정도 자전거길을 달리면 가양대교가 나오고 다시 3km 정도 달리면 성산대교가 나온다. 한강하류 쪽은 다리와 다리 사이 거리가 길다. 성산대교를 지나면 다리와 다리 사이 거리가 짧아진다. 성산대교 다음은 양화대교다. 다리 중간에 섬이 하나 걸쳐 있는데 바로 선유도다. 선유도엔 선유도공원이 있다. 국내 최초 재활용 공원으로 알려진 공원은 옛 정수장 시설을 재활용했다. 반쯤 허물어진 콘크리트 기둥, 곳곳에 남아 있는 옛 정수장 시설물들은 잘 다듬어진 기존 공원에 비춰보면 낯설다. 그러나 선유도공원은 공원이 어떠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하는 곳이다. 버려진 것도 이렇게 되살릴 수 있구나 싶어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시설은 지난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달(6월)의 환경문화상’을 수상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여의도다. 한겨울에 한강이 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국회의사당 근처 한강에선 백사장을 볼 수 있다. 2004년 처음 여의도까지 출퇴근할 때 도심에 뜬금없이 숨어 있는 백사장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백사장 부근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한겨울엔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고.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한파에 꽁꽁 언 한강.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암사생태경관보전지역.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여의도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밤섬 철새 조망대가 나온다. 망원경을 통해 철새를 구경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가 발견된 곳이다. 서강대교 아래 조그맣게 남아 있는 섬이 밤섬이다. 지금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된 밤섬은 1967년까지 62세대 443명이 살았던 곳이다.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하고 뽕나무, 약초(감초), 땅콩 재배와 나룻배 고치는 일을 해온 마을 사람들은 한강 개발 계획에 따라 일제히 마포구 창전동으로 이사했다. 밤섬은 1968년 폭파됐고, 섬에서 나온 골재는 여의도 개발에 쓰였다. 여의도 개발에 따라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2002년부터 ‘실향민 귀향제’를 열고 있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이 꼭 북에서 내려온 사람뿐만이 아니란 것을 밤섬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원효대교를 지나면 한강철교와 한강대교가 나온다. 한강철교는 한강에서 제일 먼저 놓인 다리다. 한강대교는 사람이 다니기 위해 만든 것으로 한강인도교라고 불렀다. 한국전쟁 당시 다리를 폭파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은 비운의 다리가 바로 한강인도교다. 한강대교는 길이가 841m로 한강 다리 중 가장 짧다(가장 긴 다리는 2559m인 방화대교).

동작대교를 지나면 반포대교다. 잠수교가 있는 다리다. 다른 다리와 달리 잠수교는 다리 중간에 언덕이 있다. 구릉을 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힘이 들 수도 있지만 나름 재미있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잠시 도심의 빡빡한 빌딩숲을 잊는다. 2008년 2월. 사진 / 김대홍 기자

가장 넓은 다리인 한남대교(왕복 12차선)와 동호대교를 지나면 성수대교와 영동대교다. 성수대교를 볼 때마다 1994년 처참했던 붕괴사건이 떠오른다. 지금은 한눈에 봐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한 모양새다. 영동대교에선 주현미가 부른 ‘비 내리는 영동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잠실대교 부근부터 넓은 시민공원이 펼쳐진다. 조금 더 달리면 강서지구습지생태공원처럼 넓은 풀밭이 보인다. 암사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여기선 길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꼭 한강 쪽으로 나가볼 일이다. 흙길을 밟는 느낌이 꽤 괜찮다. 강가에서 보는 한적한 풍경도 마음을 여유 있게 만들 것이다. 이곳 광나루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나타난 지역이기도 하다.

광진교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서울 한강자전거길 종점이다. 표지판엔 ‘여의도에서 24.6km’라는 표시가 적혀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아쉽지만 오늘은 참 많이 달렸다. 다음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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