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1박 2일 여행] 우리나라 역사의 축소판 강화도 ‘지식충전 여행’
[1박 2일 여행] 우리나라 역사의 축소판 강화도 ‘지식충전 여행’
  • 서태경 기자
  • 승인 2008.02.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광성보 안해루.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일명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통하는 강화도. 대부분 서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강화를 당일 여행지로 단정지어버리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휴식은 물론 역사 지식까지 챙길 수 있는 곳으로 강화도만한 곳이 없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도를 지키는 목구멍 역할을 톡톡히 했던 강화. 시련도 많았지만 자랑스러운 역사를 담고 있는 강화의 옛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하면 뭔가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여기를 주목해보자. 여행엔 반드시 주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강화도를 여행 리스트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기를 권한다.  

강화도는 말 그대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바다와 산, 섬까지 두루 갖추었으니 일단 분위기 면에서 합격이다. 강화의 역사가 곧 우리나라의 역사가 될 정도로,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지리적인 요충지이다 보니 나라를 수호하는 최전방에 서야 했고, 또 그만큼 굴욕적이고도 아픈 역사의 증거가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라고 이해하면 강화라는 지역이 다시 보이게 된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모습.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1st day 강화 여행의 첫걸음, 역사관 
1박 2일 중 첫째 날은 역사여행에 초점을 두어 강화 본섬을 둘러보는 것으로 정했고, 이튿날엔 보문사 관람과 해안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석모도를 찾는 것으로 동선을 구성했다. 역사에 무게를 두고 여행을 시작하는 만큼 첫 번째 목적지는 강화역사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강화대교 건너자마자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기도 쉽고 매일 문화관광해설사 3명이 근무하므로, 반드시 해설을 요청하도록 하자. 선사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강화의 위치나 역할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단군의 고조선 개국을 다룬 제1전시실을 시작으로, 제2전시실에는 강화의 문화가, 제3·4전시실에서는 강화의 전쟁사를 보여주고 있다. 또 고려 때 강화외성으로 사용되었던 갑곶돈대와 함께 자리해 역사관을 본 뒤 산책을 겸해 한 바퀴 둘러보기 좋은 위치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광성보 용두돈대 가는 길.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현재 강화역사관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2층 계단 정면에 걸려 있는 ‘수자기’라는 조선군 사령관기(旗)다. 신미양요 당시 미국이 전리품으로 가져갔던 것으로 지금껏 미국해군사관학교에 보관되어오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10년간 한국에 임대한 것이라고. 현재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오는 2009년 새롭게 문을 여는 강화역사관에 정식으로 전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강화역사관에서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더리미장어마을과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등이 차례로 나오는데, 진과 보 모두 외세와 격전을 벌였던 곳으로 지금의 모습은 박정희 정권 당시 복원이 된 것들이다.

광성보 내에 공원이 함께 조성되어 손돌목과 용두돈대까지 갈 수 있는데, 용두돈대에서 듣는 염하강(강화해협)의 물살 소리가 무척이나 거세어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당시 미국은 선진 무기를 앞세워 결국 승리를 했지만 이곳의 물살이 너무 거센데다 조선병사의 항거가 예상 외로 강해 무척이나 고전했다고 한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전등사 대웅보전.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팔만대장경 조성의 중심지
광성보에서 전등사까지는 약 10분 정도.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처음 가보았다. 당시엔 엄청나게 컸던 절로 기억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아기자기한 맛이 묻어나는 사찰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게 다른 사찰과의 다른 점. 일주문 역시 성문이 대신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제 주목을 받은 것은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한 팔만대장경 조성 때다. 당시 전등사가 팔만대장경 조성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팔만대장경 전체 중 50%가량이 강화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도 있다. “지금의 사고는 1931년 훼손된 것을 1999년 다시 복원한 것이지만 불교를 억제하던 조선시대에도 왕실의 각별한 보호를 받았던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전등사 문화관광해설사인 이선경 씨의 설명이다.   

절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늑하기도 하거니와 강화도 내에 있는 보물 8개 중 3개(대웅보전과 동종, 약사전)가 전등사에 있을 정도로 사찰 전체가 문화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눈여겨봐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대웅전 처마에 있는 나녀상(裸女像). 전등사의 대표적인 건물인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데 이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이 대웅보전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녀상이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소원을 담은 기와.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강화갯벌센터.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신성한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인인가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녀상과 관련된 유명한 전설이 있다. 옛날 전등사에 대웅전을 짓던 도편수가 하나 있었는데 근처 주막을 드나들며 그곳 주모와 눈이 맞아 나중에 함께 살 약속을 하고 돈이 생길 때마다 주모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모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버렸고 이에 화가 난 도편수는 대웅전 공사가 끝나갈 무렵 처마 네 군데에 벌거벗은 여인 조각을 만들어 지붕을 떠받치게끔 했다고 한다. 평생 지붕을 떠받치며 잘못을 깨달으라는 뜻을 담아서 말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지만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하고, 그 모습이 하도 특이하니 꼭 한 번 찾아보시길.

분오리돈대와 동막해변을 따라 내려오면 강화갯벌센터다. 이름만 들으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처럼 들리지만 실제는 그 반대 개념이다. 체험을 지양하고 난개발로 훼손된 갯벌을 보전하자는 의미에서 2005년 6월 개관했다. 자원봉사자 운영이 잘되어 있어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고 저어새나 갯벌생태에 관한 시청각 자료를 본 후 센터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보문사 마애석불.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2nd day 짧지만 굵게 즐기는 해안 드라이브
이튿날 일정을 석모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숙박은 외포리선착장 부근에서 하기로 했다. 선수선착장은 외포리선착장에 비해 페리 운항 횟수가 적으므로 시간을 아낄 요량이라면 외포리로 가는 것이 좋다. 석포리까지는 페리로 5분 정도. 출발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도착하는 짧은 거리지만 섬으로 향하는 기분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다만 석모도 내에 최근 몇 년 사이 숙박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어 예전의 한적함이 줄어든 점이 아쉽다. 

여름철에는 민머루해수욕장 주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지만 겨울여행의 테마는 단연 해안 드라이브. 여기에 놓치면 아쉬운 곳이 바로 낙가산 보문사다. 선착장에서 보문사까지는 약 20분. 이미 해안일주도로의 절반을 돈 셈일 정도로 석모도 규모는 아담한 편이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펜션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보문사는 금산 보리암, 양양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으로 먼 곳에서도 일부러 기도하기 위해 찾는다고. 동굴석실과 암각에 새겨진 마애석불,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 등이 명물로 통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마애석불은 보문사가 관음도량 성지임을 잘 말해주는 성보문화재로 대웅전 뒤편으로 조금만 오르면 된다. 이때 등 뒤로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서해 모습이 장관이다. 굳이 기도가 아니더라도 마음 편하게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으니 일부러라도 꼭 한 번 올라가볼 일이다. 

보문사에서 나와 미처 돌지 않은 해안선을 따라 조금만 가다보면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에 이르는데, 석모도에서는 가장 먼저 생긴 펜션이자 카페 중 하나로 이름 그대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위치다. 2001년 한 TV 프로그램이었던 <GOD의 육아일기>를 통해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던 곳인데, 관리가 철저하게 된 덕에 지금도 쾌적한 분위기가 그대로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이름만 펜션’인 곳과는 달리 펜션이 모두 독립 빌라 형태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곳이다. 또 펜션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바닷가로 연결되어 있는데 펜션 전용 바다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한적하다.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여기보다 바다가 제대로 보이는 곳이 드무니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도 좋겠다.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곤충박물관 전시관. 2008년 2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해안을 따라 계속 돌면 결국엔 다시 석포선착장에 도착한다.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이 해안일주도로의 딱 중간이니 석포선착장까지는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길이 다소 구불구불하고 2차선밖에 되지 않지만 논과 밭을 지나 바다까지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어디 흔한가. 차도 많지 않으니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달리고 싶을 때 달리며 석모도의 한적함을 만끽해보자.

페리를 타고 다시 도착한 외포리선착장. 마지막 목적지는 강화읍 부근의 곤충박물관이다. 개인박물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곤충과 파충류, 양서류 등을 보유하고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에게 강력추천 할 만한 곳이다. 

국내외 곤충표본은 물론 실제 살아 있는 큰광대노린재, 스마일게 등을 볼 수 있다. 또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현미경을 이용한 관찰도 가능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