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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시골장터기행] 흥겨운 트로트 가락에 어깨춤 추며 방금 튀긴 ‘시골 도나쓰’ 한 입 강원도 고한오일장
[시골장터기행] 흥겨운 트로트 가락에 어깨춤 추며 방금 튀긴 ‘시골 도나쓰’ 한 입 강원도 고한오일장
  • 전설 기자
  • 승인 2014.11.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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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정선] 강원도 정선에는 정선오일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달 1, 6일 닷새마다 마을 사람 어우러져 잔치를 벌이는 고한오일장도 있다. 규모가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귓가에 흥겨운 트로트 가락과 함께하는 고한오일장 탐방은 눈, 코, 입은 물론 귀까지 흐뭇하고 기쁘다.

해발 700m 고지. 고한역 코앞에 자리한 고한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시장 입구에는 알록달록 파라솔이 줄줄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 빨간 바구니에는 햇콩, 고추, 버섯, 도라지가 풍년이다. 가짓수는 많아도 가격은 똑같다. 큰 바구니 1000원, 더 큰 바구니 2000원.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이름은 뭐하려고 물어싸! 그냥 오일장 구경와서 싱싱한 오징어회나 한 접시 먹고 가라고 써줘"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파라솔꽃'이 화사하게 핀 고한시장 입구. 매월 1일과 6일이면 고한 오일장이 선다.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자 이게 바로 초등학생이 발명한 마늘 까는 반지입니다. 엄지손가락에 딱 끼고 굴리면 껍질이 아주 살살 잘 까집니다. 마늘 한푸대도 눈깜짝할 새 까버리는 반지가 2개에 3000원!”

마늘 까는 반지부터 접었다 폈다하는 등산 스틱, 최신 트로트를 감상할 수 있는 효도용 MP3까지. 알뜰한 ‘엄마 지갑’을 여는 소박한 아이디어용품이 좌판에 가득하다. 그중 마늘 까는 반지의 신통함에 혹해 지갑을 여는데 시장 안쪽에서 흥겨운 노랫가락이 들린다.

“고한오일장은 매월 1, 6일 날 서는데요, 4월에서 10월 사이에 장터에 오시면 공연도 구경하실 수 있어요.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안쪽에서 오후 2시부터 트로트 가수랑 민요 가수 가 공연을 하거든요. 공연 중간에 추첨을 통해서 작은 선물도 드리니까 꼭 응모해보세요.”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장날에만 서든 시장 바깥쪽 노점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습니다.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시장 중심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는 트로트 가수 신용 씨가 자신의 최신곡 ‘힘내라 트위스트’를 열창하고 있다. 체증이 단숨에 훅 내려가는 시원한 목청에 흥겨운 장단이 더해지니 절로 어깨가 덩실덩실. 할아버지 한 분이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어나 ‘트위스트’ 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할머니들은 소녀처럼 까르르르. ‘트위스트 트위스트 아무것도 생각하지마. 트위스트 트위스트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세대를 아우르는 응원가에 장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발끝을 까딱까딱 하면서 박자를 맞추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온 엿장수 고은아 씨가 “트로트 노래가 대박 나려면엿장수한테  앨범을 줘야 돼. 그래야 내가 여기 저기 쏘다니면서 틀어주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노래가 계속 나와야 대박 나는 거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했더니 두터운 앨범집을 꺼내며 “나도 앨범 낸 가수거든. 엿장수는 부업” 한다. 아니 이 자그마한 장터에 가수가 벌써 2명이다. 운수가 좋아서 인지, 원래 오일장에 명물이 많은 건지. 이유야 어쨌든 노래불러줄 사람 많으니 신명나는구나.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매월 2, 7일에는 정선 오일장 1, 6일에는 고한오일장을 오가는 도나쓰트럭.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카메라가 보이면 자동으로 포즈를 취해주는 고은아 씨. 고한의 명물 엿장수이자 앨범을 낸 데뷔 5년차 가수이다.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아케이드 지붕이 있는 고한시장 바깥쪽은 장날에만 열리는 노점들이 모여 있다. 대개는 트럭에 물건을 싣고 다니는 트럭 장사꾼들. 한바퀴 쭉 둘러보니 바퀴달린 노점들은 대개 싱싱한 해산물이며 색색의 냉장고 바지 등 ‘신선함’이 생명인 상품들을 취급한다. 그 중에서도 신선하다 못해 살아서 팔딱팔딱 뛰는 산 오징어를 싣고 온 ‘오징어 아줌마’가 대박을 터트렸다. 어린이용 수영장 풀 만한 수조에서 오징어를 잡아다가 그 자리에서 회를 쳐 주는데 꼬들꼬들하고 투명해 보이는 회가 어찌나 신선한지.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대기자가 많은 것은 오징어 아줌마 옆 ‘도나쓰 트럭’도 마찬가지다. 동글동글한 찹쌀 도나쓰, 노르스름한 고구마와 달달한 팥 도나쓰를 쉴 새 없이 튀겨대는 데도 양이 부족하다. 튀기는 족족 거덜이 나니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 궁금해 일단 줄부터 선다. 기다림 끝에 따끈따끈한 찹쌀 도나쓰 하나를 집어 먹는데, 아 금방 튀겨낸 도나쓰에는 특별한 비법 따윈 필요 없다는 걸 알겠다. 이미 이렇게 맛난 것을 뭘 더한단 말이냐.

특산품 곤드레 나물, 전통 참기름
날짜 매월 1, 6일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4길 46


고한장에서 만난 사람
트로트 가수 신용

연이은 열창에 ‘앵콜’ 까지 불렀는데 목 안 아프세요?
노래 몇 곡 부르고 목 아프면 그게 프로인가요. 얼마든지 더 부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앨범 취입을 앞두고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있었는데, 그때 하늘에 빌었어요. 제발 무대 위에서 노래만 할 수만 있게 해달라고. 그 꿈이 이루어졌는데 목 아끼면 안 되지요.

큰 일 날 뻔 하셨네요. 지금은 완쾌 하셨나요?
평생의 꿈이 코앞에 있는데 누워 있을 수가 없더군요. 열심히 치료받고 훌훌 털고 일어났습니다. 지난 7월에는 첫 앨범 <내 사랑 당신, 힘내라 트위스트>가 나와서 열심히 활동 중이예요. 오히려 병원에 있던 때 보다 무대에 서는 지금이 더욱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고한오일장 무대의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큰 무대도 좋지만 작은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기가 있습니다. 제 노래를 듣고 박수치고 덩실덩실 춤도 추시면서 이렇게나 좋아해주시잖아요. 그런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고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으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 마다 진짜 힘이 납니다.

끝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으세요?
아는 형님이 그런 말을 하셨어요. 있을 때 하는 건 기부고, 없을 때 하는 건 봉사라고. 가진 것이 없어 그저 봉사하는 마음으로 경로당이나 요양원에서 노래를 부르며 힘든 분들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위로를 많은 분들게 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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