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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임요희의 소설 속 여행지]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두 발로 달리기 좋은 도시 '성남'
[임요희의 소설 속 여행지]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두 발로 달리기 좋은 도시 '성남'
  • 임요희 여행작가
  • 승인 2020.04.14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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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너머의 사랑을 그린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소설 속 화자가 쉼 없이 달렸던 성남 율동공원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탄천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산책과 조깅을 즐기기에 제격인 성남 율동공원. 사진 / 성남시청

[여행스케치=성남] 예년 같으면 어디든 꽃놀이 행락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겠지만,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에 여행을 떠나는 건 어렵다. 이럴 때 가까운 공원을 찾아 답답한 마음을 달래 보면 어떨까.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등장하는 분당 율동공원은 탁 트인 저수지와 잔디를 배경으로 산책, 조깅에 제격인 도심 속 여행지다.

‘내 망막 속으로 그가 오고 있었다. 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나처럼 이 호숫가를 달려오고 있었다. (…) 환영일 거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구체적인 그 육체가 나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中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연인이라면 한 번쯤 겪을 법한 오해와 불신의 늪에 대해 다루는 한편, 도시 공원이 주는 위안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화자 ‘최홍’은 7년 전 일본인 남자친구와 헤어진 아픔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이별의 고통을 견디는 방편으로 달리기를 시작한다. ‘뛸 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공지영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표지. 이미지 / 소담출판사

소설 속 화자가 쉼 없이 달렸던 공원
소설 속 최홍이 달리기를 하는 장소는 성남시 율동공원이다. 분당 서현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자리한 율동공원은 성남을 대표하는 근린공원이다. 소설 속 화자는 노랑에 가까운 연둣빛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원 내 분당저수지 주변을 뛴다. 4만여 평 분당저수지를 에워싼 2.5km의 산책로는 30분 조깅 코스로 제격이다. 

‘그와 헤어져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나는 어딘가에 몰두하지 않으면 내 자신을 파괴해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다. (…) 아버지는 서울 근교 분당의 저수지 근처에 겨우 집을 구했다고 했다.’

작가가 율동공원을 소설의 무대로 정한 것은 일본의 이노카시라 공원에 가장 근접한 곳이기 때문인 듯하다. 소설 속 이노카시라 공원은 두 사람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장소로 ‘빗속에서 작은 엉덩이를 흔들며 헤엄치던 오리 한 쌍, 쇳내가 날 것 같은 청동빛 연못’이 있는 곳이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성남 율동공원은 저수지를 따라 산책을 할 수 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도쿄 중심가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은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벚꽃놀이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이 새봄을 맞아 오리배를 타고 연못을 떠다니며 벚꽃 비 맞는 일을 즐긴다. 청둥오리라면 율동공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잔잔한 수면을 여유 있게 가르며 자맥질에 열중하는 청둥오리는 인생살이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하다. 

INFO 율동공원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문정로 72

높이 45m의 번지점프대는 한때 우리나라 최고 높이를 자랑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높이 45m의 번지점프대는 한때 우리나라 최고 높이를 자랑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다양한 볼거리 갖춘 산책ㆍ조깅 코스
산책 또는 조깅을 하려면 서쪽 주차장에서 출발해 저수지를 끼고 오른쪽 둘레길로 동선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초록빛 나무와 청동빛 물빛이 싱그러움을 더하는 율동공원은 산책로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산책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율동공원의 상징 번지점프대와 만나게 된다. 높이 45m의 번지점프대는 제천 청풍랜드에 번지점프대(62m)에 1위를 내주기 전까지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했다. 율동공원 번지점프대는 각종 영화,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 장소로 큰 인기를 끌며 성황을 이루었지만, 현재 지자체와 위탁 운영업체 간 갈등으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공원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기에 한 번쯤 둘러볼 만 하다.

번지점프대 건너편으로 동요 ‘산바람 강바람’ 작곡가인 박태현 노래비가 서 있다. 그 뒤편은 탁 트인 야외 조각 전시장이다. ‘명상-나무 속으로’, ‘숲속의 합창’, ‘꿈꾸는 손’ 등 돌과 쇠로 만든 조각품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박태현 작곡가의 노래비와 기념조형물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돌과 쇠로 만든 작품이 볼거리를 더한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번지점프대 뒷편에 야외 조각 전시장이 자리한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야외 조각 전시장 오른편으로는 화가 임옥상, 건축가 승효상, 시인 김정환, 조경전문가 김인수 씨가 힘을 합쳐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 책테마파크가 자리한다. 공원 자체가 지상에 펼쳐 놓은 한 장의 책 구실을 한다. 바람, 시ㆍ공간, 하늘, 한글, 천자문 등 각기 다른 테마로 책을 형상화했다. 각 테마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다양한 건축 장치와 입체 조각물이다. 

테마파크 초입, 목판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책이 가진 무게를 압도적인 규모로 담아낸다. ‘시간의 책’섹션은 동선을 나선형으로 배치해 화강암에 새겨진 책 관련 부조를 역사적 흐름 순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산책로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103m 높이로 솟구치는 분수, 도심 속 소박한 사찰 대도사, 호젓한 정취의 수변카페, 3.1운동 기념탑 등과 만날 수 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책테마파크 '시간의 책'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아톰, 둘리 캐릭터.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INFO 책테마파크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문정로 145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노란 꽃이 피어나 상춘객을 반긴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중앙공원은 영장산 지형을 활용해 숲속 오솔길 산책로를 만들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탄천
이 외에도 분당에는 다양한 조깅 코스가 있다. 율동공원에서 인접한 곳에는 탄천이 있다. 경기 용인에서 발원한 탄천은 성남, 과천, 서울 강남구, 송파구를 관통하며 한강으로 흘러든다. 총연장 35.6km를 아우르는 가운데 수도권 전철 분당선 수서역에서 복정역에 이르는 구간이 산책로로 이름이 높다 보니 탄천 하면 성남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탄천’이라는 명칭은 성남 구시가지 일대에 숯 공장이 많아 ‘검내’로 통하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탄천을 찾으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걷고 뛰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느릿한 물길을 따라 넉넉하게 자리 잡은 산책로는 시각적으로도 풍요롭기 그지없다. 산책로 바깥으로 자전거도로를 조성해 보행자의 안전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탄천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5월 탄천 민물고기 습지생태원을 찾으면 천변을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제주의 유채를 놓쳤다면 성남 탄천을 찾아 봄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탄천 산책로는 시각적으로도 풍요롭기 그지없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탁 트인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탄천.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한편, 분당이 한창 개발될 때만 해도 탄천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탄천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곡동, 정자동, 야탑동, 태평동 등 탄천을 끼고 자리 잡은 성남 여름철 어린이 물놀이장을 방문하면 즐겁게 여름을 날 수 있다. 또한, 태평역 일대 탄천 민물고기 습지생태원에는 금개구리, 버들붕어, 송사리, 피라미, 붕어, 배스, 블루길, 다슬기, 붉은귀거북이 자생해 생태 교육장으로도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INFO 탄천 민물고기 습지생태원
주소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7003-13

호수에서 거짓말처럼 재회한 두 사람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속 아프게 이별한 그와 그녀는 세월이 흘러 신도시 호숫가에서 거짓말처럼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이 이별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불신이다. 내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그 불신은 상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불신이다. 헤어질지 말지 결정을 못 하는 상태에서 두 집단 간의 해묵은 감정은 괜찮은 핑계로 작용한다. 한국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이별을 종용한다.  

‘일본이 우리에게 끼친 문화적 피해를 연구하는 할아버지를 둔 네가, 다른 나라 사람도 아니고 일본 사람을 사랑한다니…. 네가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어.’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탄천을 찾으면 언제나 걷고 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그녀는 이별을 결심한다. 두 사람의 갈등을 대화로 풀지 못하고 민족 감정에 기대 단칼에 잘라버린 그녀. 그러나 치료하지 않은 상처는 덧나기 마련이다. 호수변을 달리며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던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난다. 운명은 그녀를 그에게로 데려가고, 그녀는 그를 매섭게 떨쳐내려 하지만 그 일은 쉽지 않다. 그녀의 마음이 그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희야, 그 사람이 왔어. 소설가 사사에가 되어서 왔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니?’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장을 펼쳐 내용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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