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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청정지역 시골 여행 Ⅲ ③] 붉은 노을 아래 자리한 오붓한 삶터, 평택 바람새마을
[청정지역 시골 여행 Ⅲ ③] 붉은 노을 아래 자리한 오붓한 삶터, 평택 바람새마을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5.0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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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바다를 간직한 생태체험마을
자연의 부산물 활용한 다양한 만들기 체험
마을 인근 소풍정원에서 즐기는 캠핑까지
[편집자주] 어느덧 우리 곁에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며 새로운 일상도 시작되었지요. 차차 여행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때 묻지 않은 시골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은자(隱者)가 노닐법한 한가롭고 아름다운 마을, 숲속을 누비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마을, 붉은 노을을 품은 넉넉한 마을을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합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바람새마을은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사진은 마을 인근 소풍정원에 연꽃이 피어난 모습. 사진 / 바람새마을

[여행스케치=평택] 봄이면 노오란 유채꽃이, 여름에는 탐스러운 망울을 터뜨린 연꽃이, 가을에는 몽환적인 핑크 뮬리가 반겨주고, 겨울에는 횃불로 또 다른 불꽃을 피워내는 마을. 시내 중심가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 평택시 고덕면 궁리의 바람새마을은 도심 속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너른 안식처를 내어준다.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첫 소절만 흥얼거려도 단번에 따라 부르게 되는 익숙한 동요 <노을>. 진위천이 휘감아 돌아가는 바람새마을에 들어서면 노랫말 속 무대가 이곳임을 유추하기 어렵지 않다. 이동진 작사가가 천변 둑에서 들판 위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풍경이 고스란하기 때문이다. 

먼 옛날 바다를 간직한 생태체험마을
바람새마을의 이름을 들으면 언뜻 ‘바람’과 ‘새’를 더한 것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각각 다른 세 가지의 의미를 담아 지은 명칭이다. 백수경 바람새마을 사무장은 “1972년 평택호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바다를 품은 마을이었기에 ‘바다’와 인근에 잘 보전된 습지가 있어 습지를 보호하는 협약인 ‘람사르’, 이곳을 찾는 ‘철새’에서 각각 한 글자씩을 따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 질 무렵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사진 / 바람새마을
사진 / 조아영 기자
바람새마을은 평택 시내에서 15분 남짓 거리에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식교육전문농장으로도 선정된 바람새마을. 사진 / 조아영 기자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이곳은 같은 해부터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중 단연 인상적인 것은 머드를 활용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 바다였던 고장인 만큼 지하 땅을 2m가량 파내면 질 좋은 머드를 채취할 수 있다. 

백수경 사무장은 “정제한 머드를 이용해 천연 머드비누를 만드는 체험이 특히 인기가 좋다”고 귀띔한다. 비누베이스를 계량해 녹이고, 마을의 땅에서 얻은 머드 파우더와 아로마 오일 등을 적정 비율로 혼합해 몰드에 굳히면 흙빛을 띤 독특한 나만의 머드비누를 완성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유채꽃과 부들꽃 비누 만들기, 갈대피리ㆍ버들피리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에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천연 비누. 사진 / 바람새마을

이곳을 찾은 이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는 바람새카페와 생태체험장에서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이 진행되며, 카페 건물을 중심으로 펼쳐진 텃밭주말농장, 꽃밭까지 모두가 여행객의 무대가 된다. 카페는 주로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 영업하며, 커피와 스무디,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를 즐기며 쉬어갈 수 있다.

두 손으로, 두 바퀴로 자연을 만끽하다
머드를 이용한 체험 외에도 바람새마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연의 부산물을 활용한 체험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꼬마리. 동글동글한 열매에 갈고리 모양의 가시와 짧은 털이 있는 도꼬마리는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로, 이것에 아이디어를 얻은 스위스의 기술자가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벨크로(매직테이프)를 발명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백수경 사무장은 “Y자 모양 고춧대로 방아다리를 만들고, 고무줄에 도꼬마리 씨앗을 걸쳐 과녁을 맞히는 도꼬마리 새총 만들기 체험을 운영 중”이라며 “인근 습지에서 얻은 부들꽃대를 활용한 인형 만들기도 주 체험객인 어린이들의 흥미를 끈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촉감의 꽃대에 목공 풀로 원하는 장식을 붙이기만 하면 돼 꼬물꼬물 두 손으로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위에 버려진 나무토막과 갈대로 만드는 피리는 어른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에도 굵고 인상적인 소리가 나 흥미를 자극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부들꽃대에 목공 풀로 장식을 붙이고 있다. 사진 / 바람새마을
사진 / 조아영 기자
어린이들의 손에서 완성된 부들꽃대 인형의 모습. 사진 / 바람새마을

김경남 바람새마을 대표는 “올해 상반기부터는 단편적인 체험과 주변 명소를 연계한 자전거 생태 미션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마을을 돌아보며 습지 식물과 철새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거나 노을 예쁘게 촬영하기 등 다양한 미션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바람새마을 인근에는 식당과 편의점 등이 있으며, 평택역이 자리한 시내 중심가와 멀지 않아 쉽게 필요한 물건을 구하거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용을 가져가기 번거롭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평택역.AKPLAZA’ 정류장에서 80번 버스에 탑승하면 15분여 달려 마을 앞 ‘궁안교’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바람새마을 인근에 자리한 명소인 소풍정원.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소풍정원 캠핑장에서 자연 속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에 더욱 오래 머물고 싶다면
바람새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시간을 들여 이곳에 체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을 내에는 숙박 시설이 없지만, 바로 곁에 소풍정원 캠핑장이 있어 자연 속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현재 평택시에서 관리 중인 소풍정원 캠핑장에는 총 47개의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고 자갈 타입은 40개소, 데크 타입은 7개소다. 사이트 예약은 최대 2박3일까지 가능하며, 샤워장과 개수대, 매점 등 편의시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마을에서 체험을 즐기고 나서는 초여름 더위를 피해 늦은 오후 소풍정원 내부를 거니는 것도 좋다. 정원은 고즈넉한 팔각정을 조성하고 배나무를 옮겨 심은 ‘이화의 정원’과 무지개다리가 놓여 있는 ‘무지개 정원’, 대나무 숲이 인상적인 ‘지지배베 정원’, 구 형태의 조명으로 꾸민 ‘빛의 정원’ 등 총 4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어 소소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하트 모양 ‘소원 터널‘ 등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겨봄 직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구 형태의 조명으로 꾸며진 빛의 정원을 거닐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소풍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의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바람새길을 산책하며 노을을 감상하거나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도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정원 곳곳에 설치된 나무 계단을 오르면 바로 동요 <노을> 속 진위천 제방길에 닿게 된다. ‘바람새길’이라 이름 붙은 6km의 길을 산책하며 유순한 물길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전거를 대여해 라이딩을 즐길 수도 있다.

INFO 평택 바람새마을
평택 바람새마을은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이후 10여 년에 걸쳐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시내에서 15여 분 거리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으며, 체험과 명소를 연계한 자전거 생태 미션 투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소 경기 평택시 고덕면 새악길 4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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