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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동미, 열린관광지를 가다 ④] 화장실 점자 안내도 훌륭, 음성 안내는 아쉬워…고창 선운산도립공원
[이동미, 열린관광지를 가다 ④] 화장실 점자 안내도 훌륭, 음성 안내는 아쉬워…고창 선운산도립공원
  • 이동미 여행작가
  • 승인 2020.05.1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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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고창 선운산도립공원
점자 안내도와 안심 비상벨 갖춘 공원 내 화장실
천연기념물 367호 '고창 삼인리 송악'도 접근성 좋아
사단법인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이자 무장애 여행작가인 전윤선 작가와 함께 관광 약자의 관점에서 선운산도립공원을 돌아보았다. 사진은 선운산의 차밭.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고창]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로 시작하는 송창식의 노래가 있다. 동백꽃과 바람이 등장하는 노래 속 선운사는 선운산도립공원 안에 자리한 고즈넉한 천년 산사다. 2016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선운산도립공원 탐방로에는 화사한 벚꽃과 붉은 동백이 녹색의 차밭과 어우러져 있다. 

선운산도립공원이 자리한 곳은 전북 고창,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이 곳곳에 널려있고 봄이면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도솔산이라고도 불리는 선운산(334.7m)을 중심으로 1979년 지정된 도립공원 중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곳은 선운산 동북쪽 도립공원 입구에서부터 선운사를 지나 도솔 쉼터 근처까지다. 

화장실 점자 안내도ㆍ안심 비상벨은 엄지 척!
선운산도립공원은 전체적으로 경사와 굴곡이 거의 없는 평지 구조로 영유아 동반 가족, 유아차와 휠체어 사용자, 임산부, 고령자 등 관광 약자에게 접근성이 좋다. 이 중 유아차와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한 추천 노선은 크게 세 구역이다. 첫 번째는 주차장 주변과 선운산 생태숲이고, 두 번째는 도립공원 입구에서 선운천(도솔천)을 따라 올라가는 무장애 자연 탐방로와 무장애 나눔 길 코스이며, 세 번째는 선운사 구역이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선운산도립공원의 주 이동경로.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먼저 첫 번째 구역을 살펴보자. 선운산 관광안내소는 선운산 버스 정류장, 주차장과 근접해있다. 현재 관광안내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무 중이며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 역시 당분간 휴무다. 선운산도립공원 방문에 대한 문의 사항은 관광안내소 옆 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하며, 열린관광지 지도는 관리 사무소 앞쪽 진열대에 비치되어 있다. 

선운사 쪽으로 편하게 이동하려면 관광안내소와 가까운 주차장을, 화장실 사용이 우선이면 산 모양 화장실 근처에 잠시 주차했다가 안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화장실은 입구에서 가까운 블록 바닥 주차장과 콘크리트 주차장 사이에 있다.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고, 출입구에는 화장실 점자 안내도가 부착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화장실 안내도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세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또한 공원 내 화장실은 대부분 안심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어 여성을 비롯한 관광 약자의 여행에 힘을 실어준다.

선운산 버스 정류장과 관광안내소, 관리사무소 모두 경사로와 경사판이 설치되어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에 문제가 없다. 이 구역에는 화장실이 2곳 있는데 소형 주차장 쪽 화장실은 3칸 중 첫 번째 칸이 다목적 화장실로 안전바와 영유아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유효공간이 적당하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선운산도립공원 초입의 산 모양 화장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산 모양 화장실 입구의 점자 화장실 안내도.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화장실에 설치된 안심 비상벨은 관광 약자의 여행에 힘을 실어준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관광안내소 건너편 화장실은 전체 18칸 중 입구 왼쪽 첫 번째 칸이 안전바가 갖추어진 장애인 화장실이지만, 접이식 출입문이 잘 접히지 않아 출입 유효 폭이 좁고 내부 휠체어 유효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 변기의 위치를 바꾸거나 출입문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TIP 선운산도립공원 가는 법
선운산도립공원은 고창, 흥덕, 정읍, 광주에서 선운사 직행버스를 이용하거나 서해안 고속도로 또는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자가용으로 접근할 수 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는 전북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에 사전 등록 후 예약과 ‘즉시콜’ 제도로 이용 가능하다.

접근성 좋은 생태숲과 고창 삼인리 송악
선운산 생태숲은 진입광장에서부터 시작해 팔도 숲, 야외무대, 생태연못과 습지, 습생 초지원, 건생 초지원 등 여러 구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무 데크 길과 파쇄석이 깔린 길, 철도 침목 길, 흙길 등이 얽혀있다.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나무 침목 형태의 길은 불편하고, 파쇄석 길의 경우 작은 돌이 바퀴에 끼일 수 있다. 선운산 생태 숲은 생태연못을 중심으로 나무데크 길이 두 갈래 있으며 모두 접근성이 좋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철도 침목길은 바퀴가 빠지는 불편이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추천 동선으로는 진입광장에서 표지석을 지나 야외무대 맞은편의 관찰 데크를 이용해 생태연못을 끼고 가는 길이다. 노면이 평탄하고 연못 경관이 좋다. 이후 이어지는 관찰로 주변으로는 조팝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조성되어 있다. 

두 번째 구역은 공원 입구에서 쭉 뻗은 벚나무 길을 따라가면 된다. 초입에 고창 선운산도립공원 점자 안내판이 큼지막하게 서 있는데, 열린관광지 지도를 크게 확대해 놓은 것으로 점자가 첨부되어 있다. 이러한 안내판이 4곳 정도 세워져 있어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측 아래에 있는 시각 장애인용 음성안내 버튼은 작동하지 않는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 음성안내는 작동되지 않는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높이 1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창 삼인리 송악.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도솔천(선운천) 건너편에는 천연기념물 367호인 고창 삼인리 송악이 있다. 휠체어 이용자는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송악의 전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은 벚나무를 중심으로 왼쪽에 고창 토산물을 파는 좌판과 작은 길, 오른쪽에 보도 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고창의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안내판과 선운산에서 찍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 안내판을 지나면 선운사 일주문 매표소다. 복지 카드를 소지하면 본인과 동반 1인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선운사 일주문 가운데에 경사판이 놓여 있는데 폭 750cm, 단차 3cm로 유아차는 가능하지만, 휠체어 이용에는 무리가 있다. 선형 유도 블록과 가림 벽이 설치된 남녀 구분 화장실이 있는데 입구 첫 번째가 장애인 전용 화장실로 출입문이 자바라 식이며 변기 왼쪽으로 가로 바가 설치되어 있다. 청결 상태가 미흡하며 휠체어 유효공간에 대형 플라스틱 통과 쓰레기가 담긴 종량제 봉투, 청소도구 등이 있어 사용이 불편하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도솔천을 따라 가는 선운산 무장애 자연 탐방로.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선운산도립공원의 무장애 나눔길.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잘 관리된 무장애 길, 거리와 쉼터 정보 부족해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가면 도솔천을 오른편에 두고 가는 선운산 무장애 자연 탐방로가 나타난다. 초입에는 비포장도로가 가까워 차량이 지나갈 때 흙먼지가 일지만, 곧 도로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나무 데크 길 좌우로는 연한 연둣빛에서부터 점차 진해지는 초록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탐방로를 이어가면 이번에는 진록의 차밭이 펼쳐지고, 차밭이 끝날 즈음 무장애 나눔길이 연결된다. 무장애 자연탐방로와 무장애 나눔길이 제법 길어 카페 모크샤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범어, 해탈, 치유를 의미하는 카페 모크샤는 진입로가 계단이라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불편하다. 대신 도솔천의 맑은 물소리가 들려오는 야외 테이블을 이용하면 된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휠체어 접근성이 좋은 선운산 무장애 자연 탐방로.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도솔쉼터 쪽에서 선운사로 가는 길에는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무장애 자연 탐방로와 무장애 나눔 길은 전체적으로 노면이 고르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다만 전체적인 동선과 거리 표시, 쉼터 안내에 대한 정보 부재가 아쉽다. 쉽게 지치는 관광 약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얼마를 더 가면 되는지, 어느 지점에 쉼터가 있는지를 알면 체력 안배와 동선, 시간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선운사를 돌아보자. 선운사는 일주문 매표소를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선택하는 방법과 무장애 자연 탐방로 중간에서 극락교를 건너는 방법이 있다. 카페 모크샤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내려오는 길은 야자 매트가 흙길에 깔려 있고 노면은 울퉁불퉁 고르지 못해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일부 구간에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휠체어 통행로가 설치되어 있는 선운사 관음전.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선운사로 들어가는 극락교와 천왕문.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선운사는 선운산의 품에 안긴 고즈넉한 사찰이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만세루와 육층석탑, 대웅보전이 중심축을 이루며 대웅보전 왼쪽으로 영산전, 산신각 등이 있고 오른쪽으로 관음전 등이 있다. 관음전 앞에는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 사용자는 경사로를 이용하면 관음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공간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건축 구조상 내부를 돌아보기는 어렵다.

선운사 내부공간은 평지 형태라 이동은 힘들지 않으나 대부분 건물이 기단 위에 놓여 있어 진입하기 어렵다. 이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의 부재로 연결된다. 현재 우천 시 휠체어 이용자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화장실뿐이다. 

그러나 선운사 화장실 내의 장애인 화장실은 수리 중 표시가 걸려있다. 일주문 옆 화장실은 청소도구로 이용이 불편하니 관리사무소 옆이나 주차장 화장실로 가야 하는 상황 또한 다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열린관광지인 만큼 관광 약자에 대한 배려 또한 더해지기를 기대해본다. 

INFO 선운산도립공원 
주소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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