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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역사기행]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 신라문화역사관 65m 황룡사 목탑 위에 신라가 들어오다
[역사기행]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 신라문화역사관 65m 황룡사 목탑 위에 신라가 들어오다
  • 손수원 기자
  • 승인 2008.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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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불타 없어진 옛 황룡사의 모형. 9층 목탑의 위용이 대단하다.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경주]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라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런 중에 지난 4월부터 상시 개장에 들어간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 작은 신라가 들어섰다. 황룡사 9층 목탑의 모습을 음각한 65m의 경주타워 꼭대기에 세워진 신라문화역사관이 바로 그것이다. 
   
신라문화역사관은 천 년 전 신라의 생활상과 예술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공원 내에 들어서면 우선 상징처럼 서 있는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빌딩인 듯, 탑인 듯 생김새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건물은 황룡사 9층 목탑을 실제 모양과 크기로 건물에 음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비스듬하게 보면 그 모양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타워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거대한 9층 목탑이 뚫린 공간 속에 우뚝 서 있고, 그 속엔 경주의 파란 하늘이 채워져 있다. 건물의 모양도 그러하거니와, 그 옛날 이렇게 거대한 목탑이 실제로 경주에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 경주타워 내에 ‘신라문화역사관’이 9월에 문을 열었다. 황룡사 목탑의 높이와 같은 65m 높이에 박물관이 들어섰으니 위치로 따지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박물관이 되는 셈이다.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황룡사 9층 목탑이 음각된 경주 타워.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신라의 모습을 되도록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5개월 동안 기획하고 준비했습니다. 황룡사 목탑을 음각화한 경주타워의 꼭대기에 이런 신라역사관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신라의 옛 도읍지로서 경주의 위상을 높이는 결과가 되지요.”

이태현 문화엑스포 사무처장의 말처럼 경주타워 안의 신라문화역사관은 그 자체로서도 가치가 크지만 그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대표하는 상징성 또한 크다.  

역사관으로 가기 위해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경주타워는 총 85m 높이의 건물이지만 안에 들어선 시설은 꼭대기의 역사관과 전망대, 단 2개 층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표시되는 것도 1층, 2층이 아니라 10m, 20m 단위로 올라간다. 

처음 20~30m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40m를 넘어가고 50m를 넘어가면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경주보문단지와 보문호의 모습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치우천왕이 새겨진 통일신라시대의 녹유귀면와.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1/2 크기로 재현된 석굴암 본존불.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지상 16층에 해당하는 65m 높이에 오르면 비로소 신라가 펼쳐진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한 첫인상이 좋다. 빡빡하게 전시물이 들어서 있지 않은 것도 여유로운 관람에 도움을 준다. 

전시관은 신라인의 생활과 예술, 국제성을 테마별로 나누어놓아 이해가 쉽도록 배려했다. 전시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중앙에 크게 전시되어 있는 어느 마을의 미니어처이다. 저기가 과연 어디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황룡사 9층 목탑과 성곽, 첨성대가 보인다. 바로 신라 왕경(王京)의 모습이다. 

현재 경주 시가지의 중심이기도 한 왕경은 경주의 중심을 끼고 흐르는 서천과 북천, 남천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철저하게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답게 주작대로를 중심으로 마을이 반듯반듯하게 정렬되어 있는 모습이다.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실크로드를 누빈 신라인들이 그려진 아프라시압 벽화.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표정이 살아 있는 신라의 토우.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궁성인 반월성 서북쪽으로는 계림과 첨성대, 대릉원의 거대한 고분군이 이어진다. 동북쪽으로는 신라 최대의 사찰인 황룡사와 분황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원들이 즐비하다. 옛 경주의 중심지만을 축소한 모형이지만 곧게 뻗은 대로들과 문화유산들로 보아 그 위용이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신라 왕경 미니어처는 지름이 9m로 국내에선 가장 큰 옛 경주 모형이다.  

전시관을 둘러보면 교과서나 TV, 영화에서 봐왔던 물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녹유귀면와(재앙을 막는 의미로 지붕 끝부분에 붙인 기와)에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사용하는 치우천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어 더욱 친근하다. 

그밖에도 천마총 금관과 금제 허리띠, 갑옷과 투구, 도제기마인물상 등 눈에 익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토우(土偶)는 신라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경건한 모습을 한 신하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머리가 큰 사람, 얍삽하게 생긴 사람, 말을 탄 사람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 재미있다. 특히 벌거벗고 누워 있거나 앉아있는 토우와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토우 몇몇은 웃음과 민망함을 동시에 준다.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신라인의 의복과 장신구를 설명하는 전시물. 2008년 10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신라의 국제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전시물로는 신라가 실크로드를 누비며 활발한 교류를 펼쳤던 활약상을 볼 수 있는 아프라시압 벽화와 로만글라스, 당나라 토용 등이 있다. 이곳에 전시된 물건들은 모두 복사본이다. 하지만 빛바랜 색이나 깨진 모양 등 세월의 흔적들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놓아 복사본이기에 가질 만한 아쉬움은 붙들어 매놓아도 될 듯하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진짜보다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유물도 많다고 하니…. 

전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 중 하나인 석굴암 모형은 1/2 크기로 본존불과 십일면관음보살상을 재현해놓았는데, 본존불의 온화한 미소까지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특별히 차단막이 되어 있지 않기에 바로 코앞에서 석굴암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전시관은 기대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 꼼꼼히 살펴보더라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시물들은 아기자기하게 특색이 있는 것들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역사 교과서를 들고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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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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