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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체험여행] 책과 함께 자연 속에서 뛰놀다, 광양 농부네텃밭도서관
[체험여행] 책과 함께 자연 속에서 뛰놀다, 광양 농부네텃밭도서관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5.12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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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부터 일궈온 어린이를 위한 공간
5000권의 도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
고사리손으로 야생초 캐고, 건강한 밥상 맛보고
사진 / 조아영 기자
아담한 연못과 전원 풍경이 어우러진 광양 농부네텃밭도서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광양] 느티나무와 감나무 사이를 잇는 줄을 타고 아찔하게 연못 위를 건너보거나, 시골 외갓집의 오두막을 연상케 하는 탁 트인 정자에서 그림책을 꺼내 읽는다. 굳이 특별한 장난감을 찾지 않더라도 또래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곳. 코로나19로 인해 북적이는 도심 대신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놀이터 같은 도서관, 전남 광양의 ‘농부네텃밭도서관’을 찾았다. 

자연 속을 누비며 놀 수 있는 공간
나직한 산세가 마을을 에두른 진상면에 닿자 ‘농부네텃밭’이라 쓰인 안내판이 반겨준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아담한 연못과 곁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물레방아, 맛 좋은 장을 품은 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와 연둣빛 신록으로 물든 정원까지 정겨운 시골 풍경이 그득하게 펼쳐진다. 지역에서 마을문고를 운영하던 서재환 농부네텃밭도서관 관장은 자신의 텃밭으로 도서관을 옮겨와 이 모든 공간을 꾸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장독대 속에는 관장 부부가 직접 담근 장이 익어가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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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네텃밭도서관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광양 매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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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와 감나무 사이를 잇는 줄을 타고 연못 위를 건너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서재환 관장은 “어린이들이 아무리 작고 하찮은 놀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며 “원 없이 너른 곳에서 재미있게 뛰놀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2000년대부터 텃밭도서관을 일구기 시작해 현재 3만 권의 장서를 정리하고 약 5000권의 아동도서를 비치해놓았으며, 놀이 시설은 직접 조성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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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앞에 위치한 도서관 내부.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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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학습만화 등 다양한 아동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동화집, 전집, 위인전 등 다양한 아동도서를 갖춘 도서관은 연못을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한다. 너른 마루 위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장만이 벽을 장식하고 있고, 별도의 절차 없이 편안하게 열람이 가능하다. 많은 어린이의 손을 거쳤을 서가를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친구와 함께 책을 읽으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도서관을 나서면 익살스러운 벽화가 시선을 잡아끈다. 멀지 않은 과거에 물을 길어 올렸던 펌프 앞에서 등목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다.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혔던 찰나의 순간이 유쾌하게 담겨 있다. 벽화 앞에는 실제 펌프와 ‘삼복더위에도 이가 시리게 차가운’ 청룡샘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더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익살스러운 벽화와 실제 펌프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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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정에 비치된 책장. 이곳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세상에 잡초는 없더랑께요”
농부네텃밭도서관은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취나물, 개망초, 쑥부쟁이, 질경이 등 먹을 수 있는 ‘야생초’에 대해 알려주고, 직접 텃밭에 나가 채취해볼 수 있는 체험이다. 실내 체험장에서 사전 교육이 이루어지며, 식용 야생초를 캐와 비빔밥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소소한 성취감과 함께하는 건강한 식사는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님과 선생님 등 동행한 어른에게도 인기가 좋다. 

야생초 체험 외에도 대나무 공예와 피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공기놀이, 널뛰기, 죽마 등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으며, 텃밭 한편에서 함께 살아가는 토끼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하거나 토종닭과 염소도 만날 수 있다. ‘모여서 놀자’는 뜻을 담아 ‘모놀정’이라 이름 붙인 정자에서 멀찍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연못 일대 풍경을 조망하거나 여유를 만끽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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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된 도서는 자유롭게 열람 가능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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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체험과 교육이 진행되는 체험장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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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닭과 토끼 등 텃밭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텃밭도서관을 벗어나 산길을 10분가량 오르면 또 다른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온 청룡산 ‘산신령바위(소원바위)’가 그 주인공이다. 산길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산책 삼아 둘러보기도 제격이다.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듯한 독특한 모양새의 산신령바위는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전해지는 바위로, 신령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또한, 산 정상부에 자리한 만큼 한갓진 마을의 전원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산길을 따라 오르면 한갓진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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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었다고 전해지는 산신령바위(소원바위). 사진 / 조아영 기자

한편, 방문 전 유선상으로 예약하면 관장 부부가 직접 농사지은 식자재로 차린 시골밥상과 옻닭 등을 맛볼 수 있으며, 한옥과 펜션 등을 갖추고 있어 보다 오랜 시간 머무르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INFO 농부네텃밭도서관
메뉴
시골밥상 7000원, 옻닭ㆍ황칠백숙 7만원
입장료 가족단위 방문객 무료, 단체 1인 2000원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전남 광양시 진상면 청도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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