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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을 맛 여행 ②] 영양 만점 사과, 청정 한우로 장수하세 실속 만점, 전북 장수 맛 기행
[가을 맛 여행 ②] 영양 만점 사과, 청정 한우로 장수하세 실속 만점, 전북 장수 맛 기행
  • 송수영 기자
  • 승인 2013.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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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장수] 지난 9월 6~8일 전라북도 장수군 의암호 일대엔 사람들의 환성이 드높게 울려 퍼졌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장수 한우랑사과랑 축제장은 맛있는 냄새로 가득하다.

전국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우후죽순으로 축제를 만든 결과 그 내용이 부실하거나 창의성이 떨어지는 약골 축제가 늘어났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비교적 신생이라 할 수 있는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가 조용히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를 찾은 관광객이 무려 300만 명. 3일간의 축제 기간에 소비된 한우가 350마리에 이르고, 군은 14억원이라는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실속 없이 세금만 축내는 부실 축제가 적지 않은데 오히려 지역의 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축제를 담당하고 있는 장수군청의 조장호 씨는 “한번 찾은 분들의 만족도가 높아 다음 해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요”라며 자랑스레 귀띔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에 한껏 고무된 군 관계자들은 로데오 체험, 한우목장 체험, 황금사과 찾기 등 매년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실 여행객들이 먼 곳에서도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청정 자연이 키워낸 최고급 한우와 갓 수확한 싱싱한 사과일 터. 아무리 부수적인 행사가 알차고 많아도 정작 주인공인 장수 한우와 사과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애초부터 성공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벼농사를 위주로 하던 시절, 산간 고랭지가 많은 장수는 그야말로 가난하고 못사는 지역의 대명사 격이었다. 지나는 길에 일행과 함께 군 관계자의 설명을 옆에서 듣고 계시던 한 주민 할아버님께서 “그때는 깡촌이었제. 어려운 시절이었소”라며 한 수 거드신다. 그러나 현재 장수는 한우로 800억, 사과로 6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며 전국에서도 평균 이상의 농가 소득을 자랑하고 있다.

자, 점점 슬슬 귀가 솔깃해지는 당신, 지금부터 새콤달콤한 사과와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한우를 찾아 길을 나서보자.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사과와 한우 푯말에 소원을 적어놓은 터널.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8월 말 가장 먼저 출시되는 사과 
전국의 농산물이 모두 모이는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추석을 전후로 사과 출하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중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고가로 경매되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장수 사과라고 한다. 다른 상품보다 1만원가량 더 높은 가격으로 매매가 되기 때문에 간혹 장수 사과 포장재를 위조하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적발되는 지경.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축제의 홍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한우랑 사과랑 주제관.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전통적인 사과 명산지를 제치고 장수 사과가 이렇게까지 명품으로 거듭난 것은 무엇보다 천혜의 자연 조건 덕분이다. 장수군농업기술센터의 강서구 씨는 “좋은 사과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6~8월에 18~24℃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적정한데 장수는 평균기온이 22℃라 최적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일교차가 12℃ 정도로 매우 커서 과일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습니다. 당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요” 하며 뿌듯한 얼굴을 한다. 산간 고랭지이다보니 공해가 없는 맑은 자연에, 병충해도 적어 다른 지역보다 농약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다고.  

맛보라며 사과 몇 알을 내미는데, 격투기 선수 주먹쯤은 되어 보이는 크기에 빨갛게 달아올라 있어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일행이 여럿이라 조금씩 잘라 먹는데 칼로 썰어내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달콤한 과즙이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 터져 나온다. 이런 이런, 사탄이 이브를 유혹한 과일이 왜 사과였는지 알 것도 같다. 

장수 사과가 요사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8월 말부터 햇사과를 출하한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일찍 든 탓에 햇곡식이며 햇과일이 잘 여물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높은 장수 사과의 몸값이 한층 치솟았다.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사과 따기 체험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온 가족이 힘을 합쳐 나무 꼭대기 사과까지 알뜰하게 따자.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장수가 이렇게 사과 명산지로 우뚝 선 것은 새로운 농가 소득 증대를 꾀하는 중 사과에 주목하고 1995년 장수사과시험포를 조성하면서부터다. 지역에 맞는 사과의 품종 개량과 재배법을 연구하여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현재는 726곳의 농가가 사과를 재배하게 되었다. 덕분에 이맘때 장수는 길가 사과밭마다 동글동글 빨강 불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환하게 켜져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장수사과시험포는 단순히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장수 사과 홍보에도 앞장서 매년 연구 단지 내에 있는 사과나무를 일반인에게 분양하고 있다. 누구나 사과나무 주인이 될 수 있는 장수사과사이버팜이 그것으로, 2003년 첫 분양 당시는 1주당 6만원에도 신청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군청 직원들이 나누어서 숫자를 채웠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분양을 받고 보니 1주당 30kg을 보장해주어 맛 좋은 사과를 푸짐하게 얻고, 직접 사과를 따는 체험도 재미있어 슬금슬금 입소문이 났다. 이제는 10만원(홍로 품종 기준)으로 가격이 올랐어도 사흘 만에 2000주가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9~10월 한창 사과 수확 시기에는 주말마다 사과를 따 가려는 외지인들이 6000~7000명이나 장수를 찾아와 시내 음식점까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알짜 정보를 여행기자라는 나는 왜 여태 몰랐을까. 시험장에 동글동글 맺힌 사과들을 보면서 슬쩍 부끄러워 남몰래 얼굴이 붉어졌다.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귀하신 몸, 우량 유전자 장수 한우.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우량 유전자 한우 납시오

계절 따라 지방 따라 별미가 많아 식도락가들이 전국이 좁다 하고 다니지만, 그중 가장 대중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식품이 한우가 아닐까 싶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한우 고기는 없어서 못 먹는 한국인 ‘최고의 밥상’이다.

저변이 넓으니 고기에 대한 욕구도 점차 까다로워져서 전국 각지에서 한우를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수 역시 다르지 않아서 친환경 축산 모델을 구축하고 한우 개량에 힘을 쏟아왔다. 이런 노력의 산실이 장수 한우 유전자뱅크. 우량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소를 배양하고 우수한 씨 암소 위주로 수정란을 생산하여 이식한다.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축제 행사 중 일부인 한우 품평회.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군 관계자의 안내로 천천면에 위치한 유전자뱅크를 찾았다. 일반인은 접근이 금지되는 산골 깊숙한 청정 지역에 고즈넉이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깨끗하게 관리되는 축사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잘 잡힌 근육에 울음소리까지 우렁찬 소들이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낯선 방문객을 호기심 가득 바라본다. 솔직히 여행을 다니며 많은 시골 소를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잘생긴 소들은 처음 본다. 유전자의 힘이 이리도 무서운 것인가. 유전자뱅크의 안내를 맡아준 장광진 씨는 “노력한 보람이 있어 현재 장수 군민이 2만3000명 정도인데 한우는 3만2000마리나 되지요. 매년 사육 한우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한우가 많은 고장이죠”라며 껄껄 웃는다. 공을 들여 생산한 한우를 아무렇게나 키울 리는 없을 터, 우리에 가두어 몸집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650m 청정 고원에 방목한다. 소의 건강이 좋으니 따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이것이 장수 한우를 손에 꼽는 이유다. 덕분에 2010년 전국한우능력평가에서 종합 우승을 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장수 한우 명품관에선 원하는 부위를 골라 즉석에서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다. 2013년 10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도무지 이 예쁜 소들을 보면 먹는 것과 잘 연관이 되지는 않지만 웬일인지 유전자뱅크를 나와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모터를 단 듯 전에 없이 빠르다. 도청 인근에 위치한 장수 한우 명품관은 부위별로 고기를 구입할 수 있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식당이 함께 있어 편리하다. 무엇보다 원산지가 분명하고 바코드를 통해 이력을 확인할 수 있으니 안심.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특수 부위를 골라 식당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기쁘다. 

자리에 앉으니 탄력이 느껴지는 선홍빛 육질에 흰 지방의 대비가 선명한 안심과 등심, 채끝살 등 몇 가지 부위가 상에 올라왔다. 눈으로 먼저 빠르게 감상한 뒤 서둘러 잘 달군 숯불에 고기를 조심스레 올린다. ‘치치직’하는 소리와 동시에 단백질 익는 감칠맛 나는 냄새가 피어오른다. 얼마 못 참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데, 순간 무음 처리가 된 듯 일행 정적! 말없이 잘근잘근 씹어 고기 맛을 오랫동안 음미한다. 씹는 속도는 느려도 맛있는 것에 반응하는 대뇌의 속도는 그야말로 광속이라,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고기 맛에 여행의 피로가 스르륵 가신다. 

일행의 눈꼬리가 갈매기 날개 모양을 그리며 “역시 여행 오길 잘했어”하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여행의 낙(樂) 중 최고는 뭐니 뭐니 해도 별미 여행이라.

INFO.
장수사과사이버팜 

사과나무를 분양받으면 수확기까지 재배와 관리를 농가가 전담하고 시기에 따라 생육 상황을 인터넷으로 전달받는다. 가을에 사과가 익으면 직접 수확해 가거나 전달받을 수 있다. 
가격 10만원(1그루 최저 30kg 보장. 1년 기한, 단, 수확량은 나무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간 매년 2월부터 분양 완료 시까지 
품종 홍로(9월 상순 수확), 하니(10월 상순 수확), 후지(10월 하순 수확) 

사과 수확 체험 농장
일일 체험 가격이 1주당 10만원으로 최소 30kg 보장, 10월 말까지 지속(10월 말엔 후지 품종), 사전 문의 필수  

서울농원
주소 전북 장수군 계남면 화양리 1004-7
  
성하농장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노곡리 994-19

INFO.
장수 한우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장수 한우 명품관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군청길 25 

행복한 농부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574-1

하늘가득장수한우전문점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46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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