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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보 터키댁의 터키 즐기기] 지중해 도시 페티에 겨울 여행 고요한 바다, 따사로운 햇살그리고 지중해 섬들
[초보 터키댁의 터키 즐기기] 지중해 도시 페티에 겨울 여행 고요한 바다, 따사로운 햇살그리고 지중해 섬들
  • 김현숙 기자
  • 승인 2009.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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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리키아 문명 유적지인 절벽 무덤이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페티에 전경.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여행스케치=터키] 기원전 리키아 문명의 주요 도시였던 페티에는 천연의 항구 도시다. 한겨울에도 수영을 할 수 있는 지중해 올류데니즈가 있고, 무심코 지나는 골목마다 수천 년의 유적이 있고, 지중해 상공을 날으는 패러글라이딩까지 체험할 수 있는 엑사이팅 리조트 도시다. 

페티에, 리키아 문명 유적과 관광객이 넘치는 리조트 항구
페티에(Fethiye)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4년 전에 처음 갔을 때는 9월 말이었지만 지중해인 올류데니즈에서 수영을 할 정도로 따뜻했다. 그렇다면 한겨울의 페티에는? 정말 지금도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쿠르반 바이람(이슬람교 명절) 휴가가 시작되기 바로 전 주 토요일인 12월 6일 오전 6시 30분, 페티에에 여름 집이 있는 시누이 부부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이스탄불을 출발해 페티에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경. 이스탄불에서 페티에까지는 약 890km, 오는 동안 아침, 점심을 먹으며 쉬는 시간을 포함해 12시간 넘게 달려온 셈이다(일반 버스를 타면 1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서울-부산이 450km, 두 배 거리이니 멀긴 멀다. 그래도 일단 지중해를 볼 수 있으니 마음이 설렌다. 

항구 앞에 섬들이 폭풍과 바람을 막아주는 천연의 항구 페티에는 기원전 5세기경 리키야 문명의 서부 도시로 텔메소스(Telme ssos)라 불렸다.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올류데니즈를 향해 낙하하는 패러글라이딩.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1958년 지진으로 고대 유적이 많이 손실되었지만 시내 곳곳에 여전히 그 자취가 남아있다. 특히 그리스인들이 살던 카야쿄유(독립전쟁 후 그리스와 터키의 주민 교환으로 유령 도시가 됨)로 가는 도로 한복판에는 배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전형적인 리키아 무덤이 느닷없이 나타난다. 

이 무덤 양옆으로 오토바이며 자동차들이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늘을 여실히 보여준다. 페티에를 보듬고 있는 산자락 절벽에도 리키아 문명 당시의 영화를 보여주는 왕의 무덤이 그럭저럭 보존이 잘된 채로 남아 있다. 이 무덤이 있는 언덕에 올라 바다 쪽을 바라보면, 페티에 만이 발 아래 굽어보이는 환상의 절경이 펼쳐진다.

페티에에선 화요일, 금요일, 일요일에 장이 선다. 이스탄불 물가의 절반 가격으로 페티에 시골 주민들이 생산한 싱싱한 토마토와 오렌지, 치즈, 버터 등을 한아름 사다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다. 성수기인 여름철엔 페티에 장터 곳곳에서 비키니를 입은 관광객과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들이 함께 시장을 누비는 진기한 풍경도 볼 수 있단다. 

오렌지가 제철인 겨울의 시장통 먹을거리는 괴즐레메(얇은 밀가루 반죽에 치즈, 고기 등을 넣어 구운 음식)와 싱싱한 오렌지 주스 한 잔이다. 이스탄불 시장보다 1.5배 정도 큼지막한 괴즐레메와, 주문하자마자 즉석에서 모터 없는 주서로 쓱쓱 짜내는 오렌즈 주스는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하다. 

페티에 시내를 걷다보면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오렌지나무 가로수를 볼 수 있다. 까치발을 하고 힘겹게 오렌지 하나를 따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도로 한복판의 리키아 문명 유적지.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올류데니즈, 고요한 바다와 따뜻한 바람, 그리고 지중해 섬들  
페티에에서 19km 떨어진 곳에 있는 올류데니즈는 터키어로 ‘죽은 바다’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파도가 없어 죽은 바다처럼 고요하다’는 뜻이다. 파도가 치지 않고 수면이 낮아 어린이들도 안심하고 수영할 수 있는 산호초 바다다. 

가격대별로 다양한 호텔과 펜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여관촌이 한가운데 있고 바로 앞에 해변 카페가 즐비한 해안이 있다. 그러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지중해 올류데니즈에 도착하면 우선 블루 플래그 해변(전세계적으로 물이 깨끗하고 맑다는 해변에만 주는 심벌이 바로 블루 플래그. 이곳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에 들어가보자. 

송림이 우거진 해변과 고운 모래사장, 그리고 지중해가 반긴다. 한겨울인 12월에도 기온은 20℃ 안팎,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여행객들이 수영을 하고 낚시를 하는 모습이 여유롭다. 이 뒤편에 캠핑장과 전용 해변이 있는 고급 호텔 마리가 있다. 산책 삼아 이 뒷길을 걸어보면 또 다른 풍광을 만날 수 있다.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일주일에 세 번 열리는 페티에 시장과 시장 사람들. 2009년 1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올류데니즈를 찾는 사람들이 설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해발 1900m의 바바다아 정상에서 뛰어내리는 패러글라이딩. 초보자들도 전문 파일럿과 함께 뛰어내리는 코스가 있어 45분가량 올류데니즈 해변과 버터플라이 계곡, 주변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겨울엔 그리 많은 배가 뜨지는 않지만 ‘12섬 보트 투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게밀레 비치,  블루 케이브, 버터플라이 벨리 등 페티에 주변 해안과 섬을 돌며 바다 수영도 하고 선탠도 할 수 있는 일일 관광 코스다. 그 외 페티에 주변 지역은 기원전 리키아 문명의 동맹국가들이 흩어져 있다.

터키 주요 관광 도시들이 제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겠지만 따뜻한 지중해 도시 페티에는 산과 바다, 고대 유적지에 따뜻한 날씨까지 더해진 보석 같은 휴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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