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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김준의 섬 여행] 바람과 파도가 준 선물 진도 관매도
[김준의 섬 여행] 바람과 파도가 준 선물 진도 관매도
  • 김준 작가
  • 승인 2013.08.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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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여행스케치=진도] 고기 좀 잡는다 하는 강태공들에게 관매도는 그야말로 꿈의 ‘황금 어장’으로 이름나 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바다 덕분이다. 진도에서 약 24km 떨어진, 면적도 4.3㎢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이곳은 조도 6군도 중 절경이 가장 빼어난 

그야말로 ‘보물섬’이다.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영호남연해형편도>라는 지도에 관매도는 보을매도(甫乙邁島)라 되어 있다. 영남과 호남을 포함한 남해안의 해로를 표시한 관방지도다. <대동지지>엔 볼매도(乶梅島)라 했다.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을 준비하며 만든 <조선지지자료>와 <조선지형도>에는 관매도(觀梅島)로 개칭되었다. 볼매가 어떻게 관매가 되었을가. 관매도의 높은 산은 ‘돈대산’이다.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는 산 이름이다. 예부터 주변을 살피는 봉수대가 있었던 곳이다. 

지명 유래에 따르면 주변을 살피기 좋는 ‘돈대산’이 있다 하여 볼뫼>볼메>볼매로 변했다고 한다. 이후 ‘볼’은 ‘볼 관(觀)’으로 ‘매’는 ‘매화나무 매(梅)’로 바뀌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결국 관매도와 매화의 인연은 후대에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라는 이야기이다. 최근 국립공원에서 매화나무를 식재했지만 잘 자라지 않고 있다. 관매도의 자연 마을은 관매, 관호, 장산편 세 마을이다. 장산편은 ‘잦너머’라고도 했다. 여기에 물이 빠지면 건널 수 있는 딸린 섬 각흘도가 있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관매도에 처음 들어온 '입도조'들이 심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모래와 바람을 막아주었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마을을 지킨 ‘곰솔’
선창에서 본 관매도는 온통 까맣다. 바다에 있어야 할 톳이 모두 차도와 인도로 올라왔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말려서 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다. 1 년 농사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관매도 초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예사롭지 않는 소나무 숲이다. 하얀 모래밭 뒤 송림은 관매 제일경이자 관매도의 상징이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관호리를 지나 우실에서 본 관호리의 모습. 멀리 보이는 섬이 하조도이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300~400년은 족히 넘었을 소나무가 셀 수 없이 많다. 파도와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들이 자라서 송림을 이루었다. 이 마을숲은 바다와 관매리 중간에 위치해 있다. 족보에서 확인된 바로는 17세기 말 관매도에 사람들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소나무는 당시 입도조들이 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적만 해도 4만여 평에 달하며 소나무 상태도 양호하다. 곰솔숲과 마을 사이에는 관매도에서 가장 좋은 논과 밭이 있다. 산에서 내려온 토사가 곰솔숲으로 인해 더 이상 쓸려가지 않고 쌓이면서 습지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곳곳에 습지가 확인되고 있다. 그것을 개간하여 식량을 해결했다. 섬사람들이 물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마을숲 덕이다. 지금은 논농사를 거의 짓지 않아 자연 습지로 변해 생태 교육장으로 바뀌었고 일부엔 마을, 파, 쑥 등이 자라고 있다.마을에서 만난 촌로는 ‘옛 선조들은 뿌리를 내리지 못해 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수대로 발을 엮고, 거적으로 바람을 막아 나무를 키웠다’고 전하였다. 땔감이 귀하던 시절에도 곰솔숲에 쌓여 있는 솔잎만큼은 함부로 긁지 못하게 했다. 석축을 쌓으면서 모래가 유실되고 뿌리가 드러나자 복토를 하고 뿌리에 띠를 입히기도 했다. 한때 업자에게 팔릴 위기를 겪기도 하였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관매해수욕장은 관매 제일경으로 꼽힌다. 고운 모래와 낮은 수심으로 가족 단위 피서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거친 파도가 준 선물 ‘진도곽’
명색이 섬이라지만 변변한 어선 한 척 없는 섬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 섬마을의 조기잡이 배를 타고 칠산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기도 했다. 섬이라고 해야 여의도 면적 두 배 정도에 200m가 넘는 돈대산이 있다. 하조도 신금산에서 진도 남도포로 연결되는 봉화산이었다. 작은 섬에 산이 높다 보니 밭을 일궈 농사짓기도 만만치 않았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사유재산권의 침해를 이유로 마을 대부분은 국립공원 지구에서 빼줄 것을 원했지만 관매도 사람들은 반대로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것을 선택했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그러나 역시 신은 공평하다던가. 척박한 땅 대신에 풍요로운 바다를 주었다. 큰 바다는 돈이 있는 사람들의 몫이었지만 마을 어장인 ‘갱본’은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다. 이곳에서는 참풀가사리, 우뭇가사리, 미역, 톳, 불등풀가사리, 파래 등 해초가 넘쳐났다. 해조류 외에 소라, 고둥, 전복, 배말, 바지락 등 갯것이 철철이 풍요로웠다. 또 봄철에 도다리, 간제미, 서대, 아귀, 여름철에는 농어가 밥상에 오르고, 가을과 겨울에는 돔이 잡혔다. 이외에도 숭어, 농어, 붕장어, 문어, 꽃게, 우럭, 노래미, 학꽁치, 민어, 상어 등도 잡혔다.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해조류와 어패류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바다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방아섬에서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고 쉬던 곳으로 알려진 ‘하늘다리’.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해수욕객이 몰려들기 전에 해안과 모래밭은 톳들의 차지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울돌목보다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장죽수로가 진도항에서 조도로 건너오는 길목에 있다. 관매도, 독거도, 청등도 모두 이 조류에 영향을 받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자연산 돌미역이 생산되는 섬들이다. 놀라지 마시라. 한 뭇, 스무 가닥에 수십만 원이다. 작년엔 비싼 독거도 미역은 80만원에 거래되었다. 관매도 미역도 만만치 않다. 톳 양식을 하기 전까지는 미역이 섬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해수욕장을 제외하고 모두 미역밭이었다. 각 구역별로 마을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누었다. 하늬바람이 부는 겨울철에는 미역바위를 깨끗하게 닦아 미역 씨가 잘 붙도록 ‘갯닦기’를 했다. 여름철에는 미역이 마르거나 익지 않도록 바닷물이 빠지면 바가지로 물을 주었다. 정말 ‘미역 농사’를 짓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보고 비싸다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해송숲은 섬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식수를 보관하는 저수지 역할도 하고 있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나눔과 공존의 미학 ‘갱본’
관매리에는 ‘샛기너머’, ‘어나기미’, ‘목섬’, ‘각흘도’, ‘계림’ 등 몇 개의 갱본이 있다. 이를  ‘짓’이라고 한다. 갱본을 다양한 짓으로 구분하는 것은 미역 생산량과 질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짓을 순환하며 채취하기도 했다. 접근성이 좋은 샛기너머와 각흘도 짓은 나이가 많은 주민들이, 멀고 채취하기 험한 곳은 젊은 사람들이 짓을 구성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돈이 되는 해초는 모두 함께 채취하고 똑같이 나누었지만 지금은 돌미역만 공동 관리하고 있다. 돌미역은 특히 섬 노인들의 삶의 기반이다. 국가나 사회나 가족이 하지 못한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 역할을 하는 셈이다. 관매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독거도, 청등도 등 인근의 작은 섬들이 마찬가지이다. 1년에 섬을 지키는 대가로 수백만 원 벌이를 할 수 있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관매리와 관호리의 돌담길은 최근 조성한 ‘마실길’ 중 으뜸이다. 2013년 9월 사진 / 김준 작가

미역을 채취하기 위해서 바지런을 떠는 사람들은 한편으로 장마를 기다린다. 장마 통에 미역이 무럭무럭 자라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다. 바다에 잠겼다 햇볕에 노출되기를 반복하며 일고여덟 달을 자란다. 사골이 물러져도 진도곽은 물러지지 않고 뽀얀 국물로 답하는 것은 긴 시간 섬의 자연과 어민들의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관매도에 ‘마실길’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한걸음에 달려갔다. 마실길만이 아니라 ‘명품마을’로 선정되어 마을 펜션도 만들어졌다. 국립공원 내에 있기를 희망하는 마을을 대상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마을 만들기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나무숲길은 피톤치드 송림길로 바뀌었다. 그 외에도 돌담길, 매화길, 밭두렁길, 봉선화길 등 다양한 길이 만들어졌다. 이 중 관호리와 관매리의 돌담길과 송림길은 꼭 걸어보길 권한다. 또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기 원한다면 하늘다리와 방아섬 탐방로를 추천한다. 하늘다리는 관호마을을 지나 남쪽 재냉기를 막는 우실을 지나야 한다.

우실은 재 너머에서 부는 바람과 갯물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이다. 액을 막는 역할도 했다. 이제 관매도는 국립공원의 명품마을로 새롭게 날개를 달았다. 부디 생태 자원을 보전하는 일이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출발이라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INFO.
진도항(구 팽목항)에서 9:50, 12:00, 15:00(주말 한시적).
소요 시간  9시 50분 배는 2시간, 12시· 15시 배는 1시간 10분. 
운임 9시 50분 배 1만3000원, 12시·15시 배는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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