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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카페나들이] 트렌드세터들의 새로운 놀이터 Cafe로 떠나는봄나들이
[카페나들이] 트렌드세터들의 새로운 놀이터 Cafe로 떠나는봄나들이
  • 서태경 기자
  • 승인 2009.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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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따뜻해진 날을 맞아 카페 나들이 어떨까?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행스케치=안산] 갓 뽑은 원두커피 향에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요즘 트렌드세터들의 새로운 놀이터는 단연 카페다. 스타벅스나 커피 빈 같은 프랜차이즈에 식상해지면서 규모는 작지만 직접 커피를 볶고 내리는 등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조금은 느린’ 카페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와인 열풍이 잠잠해진 와중에도 개성 있는 카페들이 붐을 이루고 있어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 잔에 적게는 6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이 넘는 값을 지불하고 차를 마신다는 게 좀체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차나 커피 자체보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즐긴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싶다. 오히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싼 돈을 주고 마시는 와인보다 훨씬 부담이 적다”는 게 카페 마니아들의 항변이다. 

최신 카페 밀집 지역으로 삼청동과 홍대 앞 그리고 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꼽지만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까닭에 온전한 ‘휴식’을 기대하기란 2% 부족한 감이 있다. 

이럴 때 가벼운 나들이 삼아 자연 속 카페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향긋한 차 한잔에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커피를 마시며 고택의 운치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남양주의 ‘카페 고당’과 안주인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 ‘유니스의 정원’에서 한가로운 봄날 오후를 만끽해보자.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식물원에서 만찬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유니스의 정원.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안산 유니스의 정원 여기 레스토랑이야? 식물원이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풍경이라 감동이 더 클 때가 있다.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부담 없이 찾아 잠깐이나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유니스의 정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음직한 그림 같은 정원에서 보낸 어느 평화로운 봄날. 

3년 반 동안 꽃, 나무, 풀과 씨름하다
이런 곳에 레스토랑이 있기나 한 걸까? 조금 전 나타난 입간판을 보고도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무리도 아닌 게 주인이 3년 넘게 정성스럽게 가꾸었다는 예쁜 정원이 있다고 하기엔 주변 분위기가 그다지 받쳐주지 않으니 말이다. 아스팔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끼리끼리 모여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뭇 낯선 풍경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짠~ 하고 나타난 ‘유니스의 정원’. 입구에 이르러서야 있긴 있었구나 하며 안도를 한다. 이쯤 되니 “여긴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게 꼭꼭 숨어 있구나”라는 얄미운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일단 정원에 발을 들여놓으니 야트막한 산자락에 웅크리고 있던 정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한없이 따스한 품을 보여준다.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맛있는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2층 작은 건물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정원을 보고 있자니 이건 정원이 아니라 식물원 수준이다. 물론 OO식물원 간판을 내건 곳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지만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들였을 수고를 생각하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이곳을 3년 반씩이나 직접 가꾸었다는 지승현 사장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경영학도라면 누구나 꿈꿔봄직한 직장,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근무하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정원을 만들겠다며 나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차다 못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정원 겸 레스토랑이 들어서기엔 참으로 생뚱맞아 보이는 이 야산은 친정아버지가 내주신 선산의 일부다). “언젠가는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사는 그런 곳을 만들겠다는 꿈이 일찍 당겨졌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식물을 가꿔본 적 없던 그녀는 3년 6개월 동안 온갖 꽃, 나무, 잡초들과 끊임없는 씨름을 해야만 했다.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유니스의 정원 내부.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이곳 풍토와 맞지 않는 꽃들은 제대로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죽었고 질긴 잡초들은 돌아서면 한 무더기씩 돋아나 있었다. 무엇이 정석인지도 모르고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어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딱 하나의 철칙이 있었다. 절대로 농약이나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모습이 갖춰진 지난 2007년 가을 유니스의 정원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기에 우연히 지나다 궁금해 들른 손님들이 전부였다. 

1만㎡ 부지는 허브향원, 그늘쉼터, 바람의 정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곳곳에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해 그냥 구경 삼아 들르는 사람도 많다. 지금의 이탤리언 식당을 갖추게 된 건 2008년 초 이경진 조리실장이 합류하면서부터다. 둘 다 유니스의 정원이 ‘부담 없이 찾아와 조용히 혹은 즐겁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기본은 이탤리언 요리를 표방하되 메뉴는 유동적으로 바꾸었고 대부분의 식물성 식재료는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 것을 사용하였다.

레스토랑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입구 쪽의 ‘The Picnic Table’은 카페 겸 허브제품을 판매하는 숍으로, 안쪽의 ‘The Grill’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식사 후에는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게끔 배려 했다. 또 봄부터 가을까지는 가든 파티를 하듯 기분을 마음껏 낼 수 있는 정통 바비큐도 제공한다.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카페 고당 전경.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남양주 한옥 카페 고당 여든여덟 칸 한옥과 커피의 만남
우리네 전통 한옥과 서양 커피의 만남이라…. 전통차도, 한정식도 아닌 커피라는 소리에 갑자기 호기심이 동한다. 얼핏 보면 어색할 것 같은 조합이지만 한옥 카페 고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대부 집이 카페로 변신하다  
팔당호를 지나 양수리로 막 접어드는 길, 조안면사무소를 마주한 길에 듬직한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몇 번 이 길을 지나면서 그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지난해부터 ‘카페’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그렇잖아도 한 번쯤 구경하고 싶었던 참이었는데 잘됐다. 

이 한옥카페의 이름은 고당(高堂)이다. 솟을대문 사이로 커피 향이 은은하게 풍기니 한옥 구경은 잠깐 접어두고 커피부터 한잔 마시고 싶어졌다. 마당 한 켠에 앉아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전환이 뭐 별건가 싶다. 

찬찬히 둘러보니 공간 구성이 재미있다. 특히 커피 바(Bar)로 개조한 안채 대청마루는 그 자체로 볼거리다. 김재윤 사장의 설명을 빌자면 “고당은 약 10년 전 김 사장의 부모님이 은퇴 후 고향에 내려와 살기 위해 지은 한옥”이란다. 짓는 데만 3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인 88칸 사대부가로 본래 주거공간이던 곳을 지난해부터 카페로 개조해 사용하게 되었다.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손수 커피를 내려준다. 2009년 4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대형 로스팅 기계를 들이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한 번에 10kg의 생두를 볶을 수 있는 로스팅 기계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해 웬만한 카페에서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의 카페가 이미 볶은 원두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고당에서는 생두를 구입해 일주일에 서너 차례 직접 로스팅을 하고 매일 사용할 분량만 갈아둔다.
 
커피 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에티오피아, 케냐, 콜롬비아 등 15~20개국에서 들여온 생두를 사용한다. 에스프레소를 제외하고는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향이 좋을뿐만 아니라 뒷맛이 깔끔하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잘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고 나면 금세 또 한 잔을 청해 마시게 된다(고당에서는 다른 종류의 커피로 리필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별실이 13개 마련되어 있지만 한옥의 특성상 막혀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리적으로만 나뉘어져 있을 뿐 공간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고당에서의 산책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뒷마당엔 작은 정원이 있고, 장독대와 석빙고도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뒷마당 정자가 가장 인기 있다. 고당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독립된 공간이기도 해 선호하는 사람이 많단다. 별실 역시 군더더기 없이 고가구로 단장을 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조용히 책을 읽기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남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당 홈페이지에는 잘 쉬었다 간다는 손님들의 글이 많다.
 
“모처럼 단비가 내리던 어제 좋은 벗들과 고당을 다녀오면서 내내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마치 어릴 적 외가에 다녀온 듯한 그런 마음이었답니다. 저희들의 수다와 기와를 타고 흐르던 빗소리는 진한 커피 향과 잘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주었답니다. 진한 커피 향과 처마에서 떨어지던 빗소리. 아름답습니다.” 
_하늘람 

한편 고당 안마당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지난해 실험적으로 시작한 공연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국악과 재즈, 클래식 등으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문화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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