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체험] 아이들 손잡고 체험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여행에 학습을 접목하려니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왕이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체험여행 요령을 정리해보았다.
아이의 관심사부터 파악하세요
당연한 얘기지만 체험학습 장소나 프로그램을 선정할 때는 아이의 관심과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아이가 평소 어떤 분야의 책을 즐겨 읽고 좋아하는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부모의 관심이나 욕심에 따라 선택하면 안 된다는 것. “잠깐은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흥미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자연과 호흡하는 여행이 적합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는데다 꽉 막힌 공간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특성상 실내에서 진행되는 전시나 체험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어차피 시선을 끌지도 못할뿐더러 통제가 되지 않아 그야말로 민폐만 끼치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체험학습 전문 브랜드 핵교(www.haekkyo.com) 관계자는 “초등학교 1~2학년은 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곤충이나 식물 등 자연에 초점을 맞추는 여행이 좋으며 역사여행은 4학년부터 진행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설명한다. 동물원이나 식물원에서 선보이는 동물교실이나 숲속여행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초등학교 4학년 이후부터는 교과서와 연계한 학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모는 미리 아이의 교과서를 숙지한 뒤 책에서 다룬 목적지를 여행 목록에 넣으면 되는데, 단 아이에게 여행의 목적이 ‘체험학습’이라는 사실을 너무 각인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아무리 체험학습이라도 공부를 강요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지레 질려버릴 수 있다. “이거 봐봐. O학년 O학기 사회 책에 나온단 말야”라는 식의 태도는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체험여행지 선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서적이나 여행사 상품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역사, 사회, 과학 등으로 세분된 체험여행을 판매하는 전문여행사가 있어 걱정을 덜 수 있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지민이 엄마는 체험여행으로 유명한 사이트와 카페를 내 집 드나들듯이 방문한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체크해두면 문자메시지나 메일로 일정을 보내주어 편리하다. 지민이가 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손을 이용하는 체험이다. 그래서 빵 만들기나 도예체험이 있을 때면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행사를 선정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남매를 둔 김정희 씨는 인터넷을 통해 국보탐방 여행상품에 참가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아이의 반응이 시큰둥해 알아보니 내용이 일반 여행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 또 설명과 달리 저학년과 고학년을 한 팀으로 구성해 어수선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여행사측은 모객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을 했지만 연간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시작하세요
여러 가지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이야말로 최적의 체험학습 장소로 보이지만 그건 부모 혼자만의 착각이다. 종종 아이 손을 잡고 박물관을 찾아 1관부터 차근차근 관람을 하는 부모가 있는데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보라. 물론 아이가 재미있어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지루해할 것이다. 결국은 박물관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 ‘재미없는 곳’으로 기억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꼭 박물관에 데려가고 싶다면 가장 대표적인 전시물을 골라 보거나 교과서에 실린 유물 정도만 보는 것이 좋다.
또 부모가 설명에 자신이 없다면 박물관측에서 운영하는 설명회 등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대부분의 박물관에서 해설사나 학예사의 설명 시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후에는 부모와 아이가 잠깐이나마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다. 현장에서는 아이에게 직접 자료와 입장권 등을 챙기게 하고 어디가 기억에 남았는지, 무엇이 궁금해졌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초등학교 5학년인 소연이 엄마는 지도를 활용한다. 벽에 우리나라 전도를 붙여놓고 체험학습을 다녀올 때마다 아이에게 직접 표시를 하게 했더니 “다음에는 어디로 가자”며 관심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아예 노트 하나를 체험학습용으로 만들어놓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현장에서 가져온 리플렛이나 입장권 등을 붙이고, 거기에 각자의 소감을 간단하게 덧붙이면 된다. 페이지가 늘고 권수가 많아질수록 아이들도 욕심이 생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