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해안길 따라가는 여행] 해안누리길 준비 중인 신안군 자은도·흑산도
[해안길 따라가는 여행] 해안누리길 준비 중인 신안군 자은도·흑산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3.07.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신안] 자은도는 농토가 많은 섬이다. 90% 이상의 주민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소작쟁의 농민운동을 벌인 압해도와 잇닿아 있다. 흑산도는 남서해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한 섬이다. 두 섬이 지금 해안누리길을 열고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은도 해안누리길에 있는 둔장해수욕장 옆 숲길.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자비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

자은도로 갈 때는 목포가 아니라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압해도까지는 목포에서 연륙교가 놓인 덕분에 자동차로 접근한다. 송공에서 배를 타고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내린 뒤 다시 차를 타고 연도교인 은암대교를 건너야 자은도에 닿는다.  

자동차가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에 진입하는 순간 차창 안으로 섬과 바다가 밀려든다. 창문을 열자 갯바람이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이 갯바람을 머금고 자란 양파를 수확하느라 여기저기서 농부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은도 해안누리길은 자동차가 다니던 옛길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송공선착장은 화물차로 가득 차 있다. 암태도나 자은도로 마늘, 양파 따위의 농작물을 싣기 위해 들어가는 길이다. 한 여행객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 무슨 농작물이 그리 많이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은도 옆에 있는 암태도에서 1920년대 소작쟁의가 일어났을 정도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았던 사실을 처음 자은도를 찾는 사람들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자은도는 농업이 주업입니다. 땅콩이 특산물이고 마늘, 양파, 대파를 많이 재배합니다. 어부는 몇 명 안 되지요.”

박찬억 자은면장의 설명이다. 그런 탓에 섬에선 횟집 대신 닭볶음탕집 간판이 먼저 눈에 띈다.

자은도에는 요사이 해안누리길(해넘이길) 작업이 한창이다.  길이 완성되면 섬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지금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서쪽으로 12km만 열려 있다.

해넘이길이 시작되는 송산리에서 한운선착장을 향해 걷는다. 역시나 어촌이라기보다 농촌 풍경이다. 모내기를 마친 들녘에 파릇파릇한 벼가 건강미를 뽐내고 있다. 길가에는 접시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고,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씨알이 굵은 마늘과 양파가 마르고 있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한운마을에 다다르자 드디어 바다가 나타난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은도 해안누리길에선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절경을 볼 수 있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한운리에서 소한운리를 거쳐 둔장마을을 통과하는 길이 해안누리길 1구간이다. 한때 이 길로 자동차가 다녔다고 한다. 소한운리에 사람이 살고, 어부들이 드나들 때 이야기다. 지금은 소한운리에 사람이 살지 않고 빈터만 남았다. 자동차 대신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걷고 있다. 자은도 해안누리길에 바람이 분다. 햇볕이 쏟아지는 한여름인데도 바닷바람이 분다. 바람은 얌전하다. 섬 처녀의 치맛자락이나 겨우 흔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길섶에 피어 있는 삐비꽃도 겨우 하늘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온 여행객은 그 바람이 반갑다. 바람은 수풀을 헤집고 살며시 찾아온다. 그 모습이 곱게 익은 빨간 산딸기와 닮았다. 수줍은 바람이 목덜미를 슬그머니 건드리고 사라진다. 바람의 향기가 감미롭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은도에서 압해도로 가는 선상에서 본 해넘이 모습.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흑산항에 정박 중인 낚싯배들. 흑산항에는 전복 양식장이 있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속에 뚫린 임도 너비로 조성된 길에는 잘게 부순 잡석이 깔려 있고, 길 양쪽으로 금계국이 도열해 있다. 6월 중순까지 해안선을 따라 노랗게 핀 금계국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해안선을 감상하며 길을 걷는데 낚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당장 물속에 뛰어들고픈 충동을 일으키는 해안이 곳곳에 있다.

잡석이 깔린 산길을 따라 10km를 걸어가면 둔장마을과 둔장해수욕장이 나타난다. 둔장마을은 어촌체험마을이다. 

백합을 채취하고 독살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체험보다 탐나는 것은 3km 이상 펼쳐진 하얀 모래사장이다. 모래가 곱고 수면의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아직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자은도에 유사한 해수욕장이 9곳이나 있어서 한여름에도 북적이지 않는다.

백사장을 따라 소나무 숲으로 해안누리길이 이어진다. 동네 사람들은 동양 최장의 소나무 숲길이라고 자랑한다. 숲길을 따라 걷는데 범꼬리, 타래난초, 원추리 등 들꽃이 여행객을 반긴다. 적당히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꽃향기를 맡으며 걷는 해안길에 저 멀리 땅거미가 깔린다. 마지막 배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흑산도의 해안선을 따라 보이는 수많은 섬과 바위, 그곳엔 살아 숨 쉬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수많은 스토리를 가진 흑산도
흑산도는 80년대까지 수많은 소설의 무대였다. 전광용, 문순태, 한승원 등 여러 소설가들이 흑산도를 무대로 소설을 썼다. 육지를 동경한 사람들, 거칠고 거대한 자연에 부딪치며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 섬에 사는 여인과 뭍에서 들어온 남자들의 사랑 이야기 등. 그리고 육지를 그리워하다 속이 검게 타버린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도 빼놓을 수 없다. 흑산도는 낭만보다는 이별이나 슬픔을 간직한 섬이었다.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흑산도까지 2시간. 쾌속선이 달리는데 바다가 잔잔하다. 뱃멀미를 걱정하던 사람들도 객실 창가로 다가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도중에 바둑 천재 이세돌의 고향인 비금도에서 비금도와 연도교로 이어진 도초도로 가는 사람들을 내려주고 간다. 갈매기도 날지 않는 고요한 바다. 큰 바다에 이르러서도 제대로 된 너울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바다가 요술을 부린다. 짙게 끼어 있던 해무가 바람에 날아가고, 기묘한 얼굴의 무인도와 등대섬, 아름다운 섬마을이 나타난다. 물고기와 전복 양식장으로 빼곡한 흑산항에 다다랐다. 저 멀리 번듯한 호텔도 있고, 크고 작은 현대식 건축물이 숙박업소와 음식점 간판을 달고 여행객을 맞이한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흑산도 예리마을의 골목길.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흑산항이라 불리는 예리항은 파시 때가 되면 선원 숫자보다 술집 아가씨가 많았다는 곳이다. 섬 이름처럼 조금은 어둡고 칙칙하던 흑산도가 밝은 빛을 발하고 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려봐도 비좁은 골목은 있어도 음침한 술집은 보이지 않는다.

흑산도에도 해안누리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흑산도 해안일주도로가 있어서 2~3일 머물면서 흑산도를 구석구석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여기에 예리항 일대 해안길과 숲 속 걷기용 길을 설계한 것이다. 아직은 정비 단계인 길을 미리 걸어보았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흑산도 해안누리길 예정지에 있는 산길.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예리마을 골목을 통과하여 뒷산 고개를 넘고, 해안선을 따라 걷다가 숲길로 접어든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 작은 몽돌해안과 해수욕장이 나온다. 파도와 몽돌이 수천, 수만 년 동안 몸을 비벼대며 살아온 해변인데 외지인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몽돌해안에서 저 멀리 영산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영산도는 신안군이 명품마을로 조성하고 있는 섬으로 해무에 잠긴 풍광이 여행객의 감탄사를 자아낸다.

소나무와 후박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산길, 원시림에 가까운 깊은 숲길,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해안 그리고 목장이 있었다는 작은 잔디 언덕까지…, 흑산도 해안누리길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다만 아직은 정비가 덜 되어 해안일주도로를 거치거나 유람선을 타고 속속들이 둘러봐야 한다. 

정약전과 최익현이라는 거목이 유배살이를 한 흑산도에는 그동안 60여 명의 선비가 조정의 미움을 받거나 정쟁에서 밀려나 부유물처럼 떠밀려왔다. 그런가 하면 해상왕 장보고는 중국과 무역을 할 때 흑산도를 전진기지로 삼았다.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해무와 어우러진 흑산도의 비경. 201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흑산도에는 사람들의 사연만 생산되고 저장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전설이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기기묘묘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섬과 바위들은 저마다 거북바위, 촛대바위, 돌부처바위, 장군바위, 어머니바위 같은 이름과 함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또 똑같은 바위가 앞뒤로 자리를 바꾸면 다른 이름을 가지기도 한다. 유람선을 타고 섬들을 구경하고 예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행객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메들리로 흘러나온다. ‘섬마을 선생님’, ‘바다가 육지라면’, ‘목포는 항구다’… .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의 역사가 있고, 새들이 있고, 노래가 있는 섬 흑산도, 이제 해안누리길에 새로운 사연이 새겨질 것이다.

INFO.
자은도 - 목포를 거쳐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암태도 오도선착장까지 가는 배가 하루 12회 출항한다. 7:00~20:00시까지 1시간에 1대꼴로 출항. 편도 1만5000원, 25분 소요. 
흑산도 -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7:50, 8:10, 13:00, 16:00시에 각각 운항하며 1시간 50분 소요. 요금 3만4300원(7월 25일~8월 11일 특송 기간 중 3만 7600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