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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여름엔 야간여행 ③] 강바람과 야경이 어우러진 시원한 여름밤 산책, 가평 자라섬 남도
[여름엔 야간여행 ③] 강바람과 야경이 어우러진 시원한 여름밤 산책, 가평 자라섬 남도
  • 배인숙 여행작가
  • 승인 2020.07.1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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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가평] 서울에서 1시간이면 닿는 가평! 자라섬 하면 캠핑과 국제 재즈페스티벌로 많이 알려졌지만 요즘은 아니다. 서도는 캠핑 중도가 재즈 페스티벌이라면 요즘 자라섬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은 바로 남도의 꽃 정원과 야경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올여름 걷기 좋은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한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자라섬은 동도, 서도, 중도, 남도 등 네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중도는 너른 잔디광장을 갖춘 생태문화공원에 자라섬 재즈 공연장이 있다. 서도는 오토캠핑장과 사이트 놀이공원 등이 있어 캠핑 레저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축제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자라섬 남도로 들어가는 다리를 꽃으로 꾸며 남도 꽃 다리라 부른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남도 다리 입구 꽃밭에서 북한강의 멋진 뷰를 바라보고 있는 하얀 흔들의자 포토존.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자라섬 남도 꽃 다리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자라섬 입구에서 약 1.2km 떨어진 남도는 가장 안쪽에 있고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던 곳이다. 주목받지 못했던 남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꽃바람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 다채로운 꽃들이 장관을 이룬다. 

거기에 자라섬 빛 이야기를 테마로 야간경관도 조성했다. 낮에는 꽃들의 잔치, 밤이 되면 빛의 신비를 감상하며 야간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당당하게 자라섬 명소로 등극했다.  

꽃 테마공원으로 조성한 자라섬 남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 있는 자라섬은 1943년 청평댐 건설로 수몰되며 북한강에 생긴 섬으로 그 모양이 자라의 형상을 닮아 자라섬으로 불린다. 전체 65만 7,900㎥(약 20만 평)에 이르는 섬은 남이섬의 약 1.5배 규모이다. 

네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 활용하고 있는 섬은 서도, 중도, 남도이다. 세 섬은 캠핑장, 공연장, 꽃 테마공원으로 각각의 특색을 지니게 되었다. 

남도는 10만㎡(약 3만 평) 부지에 꽃 테마공원을 조성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올봄 처음으로 꽃축제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는 가을로 연기됐다. 

북한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산자락을 타고 오른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양귀비는 아침 햇살에 투명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북한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는 스멀스멀 산자락을 타고 오른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양귀비는 아침 햇살에 투명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북한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는 스멀스멀 산자락을 타고 오른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축제는 열리지 못했지만 때맞추어 화려한 꽃들은 피고 지고 소나무 숲과 북한강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오랜 시간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코로나 블루를 겪지 않았던가.

자라섬 남도의 아침 
출근 시간 정체가 시작되기 전에 서울을 빠져나가려고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다. 새벽에 나서 밤늦게 돌아오니 하루 코스로 다녀온 가평여행이 꽤나 여유로웠다. 덕분에 아침과 야간 산책으로 하루 만에 남도의 두 얼굴을 다 만나고 왔다.

신록이 주는 편안함과 아침 햇살에 발레리나처럼 꽃잎 활짝 펴고 투명하게 속살을 드러낸 양귀비, 그 너머 북한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산자락을 타고 오른다. 이른 아침 그곳에서 그 순간이라야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다. 

자라섬 곳곳에 있는 정감 어린 오두막 쉼터.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아름드리나무 아래 포토존.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남도의 꽃 정원.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북한강에 떠 있는 자라섬 남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약 2km로 소나무 숲이나 강변 혹은 꽃 정원을 지나 남도 광장까지 갔다가 돌아는 코스다. 남도 광장에 서면 강을 사이에 두고 가평 나루에서 춘천 남이섬을 오가는 배를 볼 수 있다. 

가평 나루터에 우뚝 솟은 기둥은 짚와이어를 탈 수 있는 타워다. 짚와이어는 남이섬과 자라섬 남도 두 곳을 오간다. 강을 가로질러 남이섬에 도착하거나 자라섬 남도에 도착해 다시 남도에서 배를 타고 남이섬으로 가는 나루터가 있다. 

힘차게 강물을 가르는 수상 보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곳곳에 오두막 정자 벤치로 구성한 쉼터, 포토존,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어 하염없이 느린 걸음으로 머물게 된다. 단 매점이 없으니 물이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가면 도움이 된다. 

자라섬 남도를 테마로 한 야간경관 
휴가온 듯 드라이브하며 분위기 좋은 카페도 다녀오고 계곡도 다녀온 후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다시 찾은 남도. 남도로 가는 길 입구 중도에 도착하니 서쪽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정확히 일몰 시각에 맞추어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남도 야경 경관은 일몰 시각에 맞추어 자동으로 불이 들어온다. 그때야 생각났다. 저녁을 서둘러 먹고 남도 광장에서 북한강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봤어야 하는 건데라며, 이미 때는 늦었고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저녁을 여유롭게 즐긴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남도의 꽃다리에 작은 조명 불빛들이 반짝이는 여름 저녁.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밤이 되면서 다양한 조명으로 화려해진 꽃길.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꽃길 사이로 이어지는 빛 터널.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고 아침에 건넜던 꽃 다리는 반짝이는 불빛이 더해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전거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고 데이트 코스로 찾은 연인들,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도 보였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산책은 한결 여유로웠다.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 체 현지인이 밤마실 나선 듯 아니면 자라섬에서 캠핑하며 하룻밤 머물 사람처럼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에 콧노래로 장단 맞추며 꽃길에 펼쳐진 야경 사이를 거닐었다. 

파란빛을 잃고 까만 밤하늘이 되면 빛은 새롭게 변신한다. 순간 가로등이 꺼지는가 싶더니 발아래가 환해진다. 그런가 하면 소나무 숲 아래는 빛의 속도로 번득이는 불빛이 연신 무엇인가 형체를 만들어낸다. 

움직임이나 사진 형태로 발아래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 조명 필름에 문구나 글씨를 붙여서 바닥이나 벽면에 비추는 고보조명이었다. 건물이나 물체 같은 곳 표면에 영상을 투사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가상 영상을 만들어내는 음향시설 프로젝션 매핑은 소나무 아래였음을 눈치챘다. 이 밖에 레이저 조명, 투광등, 보안등 등의 다양한 경관시설로 빛의 신비가 펼쳐진다. 

산책길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들과 커플들의 모습을 보며 가까운 서도에서 캠핑하며 느긋하게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권 하루 코스 드라이브로 다녀와도 좋고 1박 2일 캠핑이라면 좀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겠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박하게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느림의 여행으로 자라섬에서 한여름 밤의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여행팁 

단풍나무에 초록 핑크 보랏빛 솜사탕이 매달렸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코스: 중도 남도가는길~남도출입구(꽃다리)/포토존A~포토존B~꽃의정원길/소나무숲길~포토존C-남도광장/짚와이어 선착장/포토존D(액자)/구절초군락지~꽃의정원~남도출입구(꽃다리)~중도 남도가는길(총 2.4km)
-자라섬입구~남도출입구(꽃다리)까지 약 1.2km(도보 20분 거리)
-매점 없으니 사전에 물 준비
-야간경관: 일몰 후부터 밤 11시까지  
-입장료: 무료
-문의: 031-8078-8028(가평군 시설관리공단)
-자라섬: 경기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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