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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One Day Trip Recipe] 창원, 도심 속의 작은 쉼터 빌딩 숲에서 만나는 문화, 역사, 자연
[One Day Trip Recipe] 창원, 도심 속의 작은 쉼터 빌딩 숲에서 만나는 문화, 역사, 자연
  • 황소영 기자
  • 승인 2020.07.18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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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사진 / 황소영 기자
지난 6월 개관한 창원수목원은 넝쿨식물원, 도토리원, 해님정원, 맨발의 정원, 미로정원, 암석원, 동요의 숲, 재배온실 등으로 이뤄진, 그야말로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자연이다. 사진 / 황소영 기자

[여행스케치=창원] “창원 마산 진해, 각각의 도시로 떨어져 살다 통합 창원시가 된지 벌써 10년. 몸집이 커지면서 도심 곳곳 마음 편히 찾아가 쉴 공간도 늘었다. 여름더위에도 제격인 곳들이다.”

“한반도 동남단에 위치한 창원은 창원국가산업단지, 마산자유무역지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 경남 중부지역 산업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자 2008년엔 람사르 총회를 개최한 환경도시이기도 하다. 위치상으론 마산만과 진해만을 남쪽에, 함안과 밀양을 북쪽에 두었으며, 동쪽에는 부산과 김해, 서쪽은 고성군과 각각 맞닿았다.”

아직도 ‘마산시’나 ‘진해시’가 익숙한데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진해구로 개편된 게 10년 전 일이다. 마산권역엔 세계 최초 로봇테마파크인 로봇랜드, 스카이워크인 저도 콰이강의 다리, 경남의 명동으로 불렸던 창동예술촌, 국내 첫 해상유원지 돝섬 등이 있고, 진해권역엔 520m 거리의 진해군항역사길, 경남 최초로 조성된 목재문화 종합박물관 진해드림파크, 99타워에서 소쿠리섬까지 1,399m를 최대 80km의 속도로 달리는 짚트랙, 설명이 필요 없는 벚꽃 만발 여좌천, 장복산 아래 자리한 편백 치유의 숲 등이 있다. 그밖에도 자연, 역사, 문화, 레저 등의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나지만 이번엔 창원 도심인 의창구를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한다.

문화, 경남도립미술관

창원의 옛 지명인 의창에서 유래한 의창구엔 경남도청, 창원시청, 경남지방경찰청, 경남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관공서와 경상대학교, 창원대학교 또 경남도립미술관 등이 있다. 각진 건물을 오가며 서류뭉치를 들고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도심 한복판, 도립미술관은 빼곡한 빌딩숲들 사이에서 에어컨 시원한 피서지이자 문화적 공간이 된다.

9월 16일까지 진행되는 ‘자화상Ⅱ-나를 보다’ 전은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온 예술가의 시선을 통하여 그들의 예술 작품 속에 녹아있는 시간의 흐름과 인간 내면의 언어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사진 / 황소영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외관 모습. 사진 / 황소영 기자
2020년 8월 사진 / 황소영 기자
‘자화상Ⅱ-나를 보다’ 전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 / 황소영 기자

9월 16일까지 진행되는 ‘자화상Ⅱ-나를 보다’ 전을 알리는 커다란 광고 그림이 건물 외벽을 자주색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온 예술가의 시선을 통하여 그들의 예술 작품 속에 녹아있는 시간의 흐름과 인간 내면의 언어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치열한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변혁기의 미술 작품들과 영남화단을 기반으로 근‧현대의 변화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단다.

낯선 설명 문구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그림이 전하는 무거운 울림과 시대의 아픔을 일일이 알아채지 못해도 괜찮다. 그림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미술관 안의 관람객들은 정면의 그림 앞에서 똑같은 보폭으로 걷고 멈추고 서성인다. 1층은 서양화풍을 수용해 전통적인 초상화를 변화시켰다는 채용신(1850~1941)의 작품과 “현대 미학 이론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불가사의 한 미의 세계”란 평을 받는 민화가 전시됐다. 2층엔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주제로 한 그림과 글씨 등이 전시 중이다.1

건물 밖 야외 전시관엔 도내 각 지역에서 옮겨온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초록의 잎들이 까끌까끌 서로의 고향 소식을 전하느라 소란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엔 주황색 열매를 단 살구나무가 섰다. 톡, 톡, 열매가 떨어질 때마다 깜짝 놀란다. 당도를 이기지 못하고 땅 아래로 떨어진 살구의 찰진 과육에선 달큰한 냄새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2층 옥외에 전시된 작품까지 둘러보고 미술관을 떠나온다.

역사, 창원의 집
‘창원의 집’은 조선후기 문인 퇴은 안두철(1809~1877)의 집이다. 2백 년쯤 된 집을 개축 및 복원해 지금에 이르며, 총 부지 10,209㎡에 안채, 사랑채, 민속교육관, 정자, 팔각정 등으로 구성됐다. 입구에 주차를 하고 대문을 들어선다.

창원의 집 향토역사관. 사진 / 황소영 기자
전원적인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 / 황소영 기자
조선후기 문인 퇴은 안두철(1809~1877)의 고택을 개축 및 복원해 개방한 창원의 집. 사진 / 황소영 기자
조선후기 문인 퇴은 안두철(1809~1877)의 고택을 개축 및 복원해 개방한 창원의 집. 사진 / 황소영 기자

열감지 센서 통과 후 손 소독을 하고, 방명록에 출입 기록도 남긴다. 비단 이곳 뿐만은 아니다. 어디서든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이 필수가 되었다. 비구름 사이로 잠시 해가 비추나 싶더니 검은색 기와지붕마다 낮은 회색 구름이 내려앉아 있었다. 옛집 마당에서 전통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파랗게 반짝였다.

신발을 벗고 반질반질한 퇴은정 마루에 몸을 눕힌다. 사방에 대나무 발을 내린 것처럼 기둥과 기둥 사이를 대숲이 벽처럼 둘러섰다. 에어컨이 없어도 서늘할 만큼 쾌적하다. 대숲과 연결된 팔각정도 올라본다. 담장 너머 그대로 드라이플라워가 된 장미와 빗물을 머금은 장독 뚜껑까지 고스란히 삶의 흔적을 담았다.

2012년 개관한 역사민속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창원의 역사를 다양한 유물과 함께 선보인 곳이다. 창원의 집과 이웃했으므로 예까지 왔다면 두 곳 다 둘러보는 게 좋다. 역사민속관의 주요 전시물은 창원의 뿌리를 찾는 역사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현대관, 옛 삶의 흔적을 일깨워주는 민속관, 지역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실 등이다. 교과서에서 봤던 초기 철기 시대의 조개무지 유적 성산패총 설명은 괜히 반갑다.

자연, 창원수목원
10여 년의 준비 끝에 지난 6월 개관한 창원수목원은 약 105,000㎡ 크기에 넝쿨식물원, 도토리원, 해님정원, 맨발의 정원, 미로정원, 암석원, 동요의 숲, 재배온실 등으로 이뤄진, 그야말로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자연이다. 단풍나무를 포함 총 1205종 23본의 초본류와 6621본의 아열대 식물을 갖추고 있어 경남에선 세 번째 공립수목원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수목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국내 최대 규모인 선인장 온실이다. 딱 멕시코를 닮은 무륜주 선인장이 온실 안으로 들어선 이들을 제일 먼저 반긴다.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은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궜지만 희귀한 식물들 앞에서 쉽사리 떠날 수가 없다.

2020년 8월 사진 / 황소영 기자
6621본의 아열대 식물이 식재된 창원 수목원 내 선인장온실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 황소영 기자
2020년 8월 사진 / 황소영 기자
건물 밖 야외도서관의 조형물과 그 뒷편으로 도내 각 지역에서 옮겨온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진 / 황소영 기자
최대 규모의 선인장 온실. 사진 / 황소영 기자

늦 수국이 만발한 꽃의 언덕과 분수광장을 지나 하늘정원으로 올라선다. 나뭇잎 너머로 보이는 시내의 고층 건물이 다른 세상인양 멀게 느껴졌다. 분무기처럼 부서져 쏟아지는 분수는 아이들 차지다. 옷이며 신발이 젖는 건 문제될 게 없다. 이 물은 계단을 따라 폭포처럼 흐른다. 유럽의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분수광장으로 흘러 좋은 사진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기다리는 엄마는 안중에도 없이 아이는 동그란 분수대를 몇 번씩 돌며 물보라를 맞는다.

수목원 내에선 음주와 흡연, 취사와 소란행위가 금지됐지만 음식물 섭취는 가능하다. 쉼터와 피크닉장엔 도시락을 펼치고 가볍게 식사를 즐기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보인다. 공간이 넓어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산책할 수 있단 게 수목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2020년 8월 사진 / 황소영 기자
창원수목원 하늘정원의 분수. 이 분수는 계단을 따라 폭포처럼 내려가 유럽정원까지 흐른다. 사진 / 황소영 기자
한여름 시원함을 연출하는 분수대. 사진 / 황소영 기자

원데이 창원 여행 레시피
① 경남도립미술관 1층부터 3층, 야외 전시관까지 모두 돌아보려면 2시간쯤 걸린다. 요즘은 매시 30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되는데, 30명이 되지 않을 경우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월요일 휴관하며 관람료는 성인 1000원이다.

② 미술관에서 2km 거리에 창원의집과 역사민속관이 있다.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8시 야간 프로그램인 ‘가신과 함께 하는 즐거운 야행’이 진행된다. 입장료와 참가비는 없다.
문의 055-714-7646

③ 창원의 집에서 5.5km 떨어진 곳에 창원수목원이 있다. 무료주차장에서 연못을 건너 선인장온실을 둘러본 후 꽃의 언덕과 분수광장, 하늘정원 등을 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편하다. 쉬엄쉬엄 2시간쯤 걸린다. 입장료는 없다. 연중무휴지만 명절당일엔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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