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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탐방! 어촌체험마을] 새로운 식도락 여행을 원하세요? 갯장어가 제철전남 여수 외동마을 
[탐방! 어촌체험마을] 새로운 식도락 여행을 원하세요? 갯장어가 제철전남 여수 외동마을 
  • 최혜진 기자
  • 승인 2009.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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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여수 특산물인 갯장어. 사진 / 최혜진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오동도, 향일암도 좋지만, 이번 여수 여행은 방향을 살짝 달리해보자. 돌산대교에서 5분 남짓 뱃길이면 대경도의 외동마을에 닿는다. 여기에서 갯장어 샤부샤부를 맛보고 해상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새로운 여정을 꾸릴 수 있다.

돌산대교 입구의 선착장에서 대경도까지는 5분 남짓이면 족하다. 게다가 배편이 자주 들고나는 터라 외지인의 발길이 심심치 않게 섬으로 옮겨진다. 배 안을 슬쩍 둘러보니 대부분이 여행객인 듯하다. 여기에 나도 끼어 대경도 외동마을로 향했다.  

대경도는 여수 앞바다의 두 개의 경도 중 큰 섬을 말한다. 주변 바다가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경호도’라고 불리기도 했다는데, 실로 도선 주위의 바다가 이름만큼이나 맑다. 동해가 쪽빛처럼 푸른 남정네의 기운이 느껴진다면, 남해는 거울처럼 맑고 순수한 색시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런 남해의 매력을 길게 느낄 새도 없이 벌써 대경도란다. 짧은 뱃길을 달리는 내내 돌산대교의 풍경이 따라온다. 

사진 / 최혜진 기자
갯장에서 샤부샤부를 맛있게 익히는 최적의 시간은 15초. 사진 / 최혜진 기자

아는 사람만 먹는 ‘갯장어 샤부샤부’
마을 초입에서 객을 반기는 것은 경도회관. 갯장어 샤부샤부집이다. ‘대경도’하면 ‘하모’라 할 정도로 갯장어가 유명하고, 또 아는 사람은 갯장어 때문에 대경도를 찾는단다. 

“한 번 먹었을 땐 몰랐지. 구이보다 밍밍한 것도 같고…. 두 번 먹으니까 알겠어.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 세 번째부턴 생각나서 잠이 안 와. 자꾸 당겨서 일년에 두어 번은 다녀간다니까.”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어느 서울 손님의 고백에 혀끝으로 맛을 떠올려본다. 단번에 홀리는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슬며시 입맛을 당기는 담박함이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동의보감>에서 ‘해만’, <자산어보>에 ‘견아려’로 기록된 갯장어는 뱀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예부터 우리나라에선 먹기를 꺼렸다. 기실 값이 나가는 고급 음식으로 분류돼 서민들이 범접하기 어렵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즐겨 먹고, 또 남해의 것을 최고로 쳐주어서 대경도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해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다 1995년부터 7~8월에 열린 ‘갯장어 축제’를 시작으로 외동마을에 4~5군데의 갯장어 샤부샤부집이 생겼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상추, 깻잎, 데친 부추와 함께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사진 / 최혜진 기자

갯장어는 붕장어, 먹장어 등의 다른 장어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글루탐산이라 불리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DHA, EPA 함량도 높아서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그만이란다. 이렇다 보니 갯장어는 아는 사람만 찾아와 ‘보양’하고 가는 음식이 되었다. 

이곳 갯장어가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요리법이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장어 요리를 구이로 즐기는데, 여기선 샤부샤부와 회가 더 흔하다. 진흙바닥에 서식하는 갯장어는 민물장어에 비해 기름기가 적다는 얘기다. 샤부샤부와 회에 적합한 육질을 가졌다. 두 가지 모두 살아 있는 것으로 손질하기 때문에 비브리오균에 대한 걱정은 놓아도 된다. 

뼈를 바르고, 껍질을 벗기고, 사장님의 신들린 듯한 칼놀림이 시작된다.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엔 일정하고 촘촘한 칼집이 남는다. 잔가시가 박혀 있어서 칼집을 내지 않으면 입속에서 껄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사진 / 최혜진 기자
대경도에서 돌산대교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이윽고 갯장어 샤부샤부와 회가 상에 올랐다. 장엇살이 적당한 크기로 손질되었고, 갯장어뼈를 푹 고아 인삼, 생강, 송이버섯 등을 넣어 끓인 육수가 준비된다. 드디어 칼집이 송송 나 있는 장어를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 살짝 담그니 장엇살이 칼집 모양을 따라 오그라들면서 뽀얀 꽃이 피어난다. 15초 만에 피어오른 하얀 살점을 간장소스에 찍어 부추에 곁들여 싸먹으면 담박한 맛이 입 안에 퍼진다. 첫맛은 아리송하다더니 내 입맛엔 꼭 맞는다. 민물장어에 비해 느끼함도 덜하다. 부들부들한 살점이 사르르 녹으면서 향긋한 채소의 향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마무리로 갯장어 어죽을 끓여 후루룩 한 그릇을 비웠다. 

장어회도 한 젓가락 맛보았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씹히는 질감이 붕장어회와 생선회의 중간 정도 되는 듯 하다. 적당히 쫀쫀하고 잔가시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둘의 장점을 잘 섞어놓았다고 표현하면 맞을 듯하다. 무엇보다 흔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 있을 때 더 먹어두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 때문에 과하게 배가 부른 것인지, 살랑이는 바닷바람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이 노곤하게 늘어진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해상 펜션으로 향한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이글루를 닮은 돔형 해상 펜션. 사진 / 최혜진 기자

바다 위에 ‘이글루’가 동동! 
청정해역인 여수항 내만에 동동 떠 있는 해상 펜션은 모양만으로도 호기심을 끈다. 마치 북극곰의 얼음집 ‘이글루’를 닮은 듯한 특이한 모양새다. 이 하얀 돔 구조의 해상 펜션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열광한단다. 실로 해상 펜션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이미 몇 달간 예약이 꽉 찼다. 마을의 수입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2008년에는 어촌체험마을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겨주었다. 

해상 펜션은 가로 세로 약 10m의 바지선 위에 특수 재질의 돔 구조물을 세운 것이다. 여기에 화장실, 취사시설은 물론 냉장고, TV, 에어컨, 상수도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바다 오염을 막기 위해 자체 정화시설까지 설치한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펜션 안에 들어가보니 아늑하다. 웬만한 비바람을 너끈히 막을 수 있게끔 탄탄한 재질로 만들어져서 마음을 푹 놓고 잠을 청해도 되겠다. 미세한 파도의 흔들림만 없다면 일반 펜션과도 다를 바가 없다. 

사진 / 최혜진 기자
해상 펜션과 돌산대교가 어우러진 여수의 야경. 사진 / 최혜진 기자

몸을 뉠 곳이 있으니 제약 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특히나 그간 ‘낚시광’들은 춥고 배고프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가족을 대동하기 힘들었는데 해상 펜션 덕에 그 고민을 말끔히 날릴 수 있게 됐다. 먹고, 자고, 낚시를 즐기는 공간을 한곳에 모아서 낚시가 가족 레저로 거듭나는 데 한몫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낚시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날려줄 기회도 생겼다. “아버지는 속속 낚아 올리는데 나는 왜 한 마리도 못 잡느냐”고 울상이 된 아이들에게는 양식장 낚시체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식장 낚시체험은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초보 낚시꾼에게 주어지는 특혜다. 가두리 양식장 2개 동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누구라도 짜릿한 손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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