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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Best View]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행지 전라남도 나주
[Best View]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행지 전라남도 나주
  • 송수영 기자
  • 승인 2012.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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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나주] 구불구불 돌아가며 더 많은 지역을 비옥하게 골고루 물을 대주던 호남의 젖줄 영산강, 백성들이 십시일반 쌀을 모아 300석을 바쳐 재부임을 요청할 정도로 선정을 베풀었다는 나주목사 유석증, 넉넉지 못한 서민 배곯지 말라고 푸짐하게 밥과 고기를 얹어주었던 나주곰탕 인심까지….  나주에서 유독 느릿느릿 발길이 멈춰지는 이유입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영산포구의 등대. 국내 유일의 내륙 등대로, 홍수위를 측정하는 역할까지 담당하였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구불구불 물길 따라 꽃핀 남도 문화

황하, 이집트, 인더스, 메소포타미아의 4대 문명 발상지가 모두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다는 사실은 강이 인류에게 주는 풍요로운 혜택을 가장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런 면에서 나주 중심부를 흘러나가는 영산강이 굽이굽이 돌면서 오랜 세월, 이 고을을 얼마나 살찌웠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터. 전라남도 제일의 곡창지대라 손꼽는 나주평야를 기름지게 만든 것도 영산강이요, 그 곡식을 전국 곳곳에 날라준 것도 영산강의 물줄기였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푸른 하늘에 활짝 날개를 펼친 황포돛배.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영산강을 젖줄로 풍요롭게 살을 찌운 나주의 논과 밭.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실제로 영산강 유역엔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고인돌 등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옹관이 발굴되기도 하였다. 나주를 관향으로 한 시조가 무려 62개나 되는 것도 살기 좋은 이곳의 지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행 작가이자 나주 홍보를 맡고 있는 전은선 씨는 나주 방문이 처음인 내게 이곳을 특별히 인심이 후한 곳이라 소개하였다. “여러 곳을 여행해봤지만 이곳 분들처럼 유한 분들이 없는 것 같아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대개 도시 사람처럼 야박하고 까다로워지는데 이곳 분들은 신기하게도 그런 면이 없어요.”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물안개가 환상적인 새벽 풍광.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특별히 부연 설명이 없어도 왠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데는 굽이굽이 흘러가며 아낌없이 물을 내준 영산강이 필시 이들의 몸에까지 흘러들었으리라는 짐작이 있기 때문이요, 한편으론 드넓은 평야가 채워준 곡간 인심이 또 얼마나 넉넉할 것인가 하는 헤아림이 있기 때문이다.  

영산강을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황포돛배가 있다. 과거 전남 지방의 쌀을 한데 모아 한양에 한창 실어 나르던 미곡선이며 고깃배, 젓갈배의 옛 영화를 오늘에 재현하고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96t급 왕건호도 함께 운항하고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INFO. 황포돛배 체험 
운임 어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운항 시간 10:00, 13:00, 15:00, 16:00  
운항 구간 영산포선착장~회진리(왕복 10km, 55분 소요), 단 최소 승선 인원 3명 이상   
주소 전남 나주시 영산동 278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목사내아의 얼굴 500년 팽나무.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작은 한양, 소경(小京) 나주
지금의 전라도라는 이름의 뿌리가 당시 가장 번성하였던 전주와 나주를 합쳐놓은 말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지방행정이 정비된 고려시대부터 일찍이 나주는 전라도의 문화, 행정의 중심지로서 13개 군과 37개 현을 거느렸다. 나주를 ‘천년고도 목사마을’이라 칭하는 이유이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곧고 시원하게 뻗은 원주가 날아갈 듯한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저무는 해가 목사내아 마당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현재 당시의 영화로운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금성관길 일대에 남아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나주목사가 거하였던 목사내아 금학헌(琴鶴軒)이다. 목사로 말하자면 정3품 당상관으로 오늘날 도지사보다 더 위세가 대단했다는데 목사내아는 여염집 가옥과 다를 바 없이 소박하여 우선 첫인상이 놀랍기 그지없다. 필시 사치를 멀리하고 근검함을 권했던 유교적 가치가 건물에 반영된 탓일 게다. 다만 벼락을 맞아 두 쪽으로 갈라지고서도 끄떡없이 살아, 500년 세월 목사내아를 묵묵히 지켜왔다는 아름드리 팽나무가 그 위엄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건물은 그리 호화롭지 않아도 고려시대 7대 명산으로 꼽혔던 금성산을 뒤로 두르고 앞으로 영산강이 둘러 나가는 형상이라 입지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길지라는데, 그 좋은 기가 실제로 팽나무에 미친 것인지 모르겠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나주목의 객사(客舍)로 사신이나 중앙 관리가 묵었던 금성관.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목사가 기거하던 안채는 1825년 순조 때, 그리고 행랑채는 1892년에 새로 지어진 것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 나주군수가 이곳에서 기거하였다고. 2009년부터는 일반 관광객에게 완전히 개방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다만 경쟁이 심해 특히 성수기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 전국에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고택이 꽤 많지만, 실제로 관의 유적을 개방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숙박 경험자들의 말에 따르면 특히 아침 일찍 깨어났을 때 맑은 공기와 평화로운 풍광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INFO. 목사내아 
관람료 무료
관람 시간 9:00~18:00
숙박 나주목사 유석증 방 15만원, 나주목사 김성일 방 12만원, 인실(仁室) 5만원 등 
주소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13-8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영산강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구진포 장어의 명성이 아쉽게도 수그러들고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스태미나 만점 겨울 미식 여행
겨울철 여행엔 자고로 볼거리보다 먹을거리 좋은 곳이 최고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나주만큼 좋은 여행지도 찾기 힘들 게다. 

우선 나주의 먹을거리를 대표하는 홍어를 보자. 황석영 선생은 <황석영의 맛과 추억>에서 “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라고 표현하였다. 황석영 선생도 처음 먹었을 때 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듯하여 막걸리를 서둘러 들이켰다 고백할 만큼 세계 유일무이의 독특한 맛인지라 그 호불호도 명확히 나뉜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두툼한 장어살에 씹는 맛도 그만.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입안에 침이 고이는 홍어무침.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홍어는 사실 부산에서부터 인천까지 우리나라 연해에 골고루 분포하는 어류이다. 다만 이곳에서 암모니아 향이 코를 찌르는 삭힌 홍어를 먹기 시작한 것은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영산포까지 운반하다보면 이미 홍어가 발효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차츰 그 맛을 즐기게 된 때문이다. 현재 영산포 선창 거리에 홍어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3대의 역사를 이어오는 노안집의 주방.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소박한 뚝배기에 맑은 국물.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홍어가 성인병에 좋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여기에 몇 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든든한 곰탕도 나주의 맛에 빼놓을 수 없다. 곰탕은 과거 나주오일장에서 소를 잡고 나온 양지머리 등 각종 소 부위와 사골을 고아 만든 것으로 사골로만 우려내는 설렁탕에 비해 국물이 맑고 깔끔하다. 서민들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였던 음식인지라 뚝배기 그릇에 김치가 반찬의 전부이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나주목사내아 인근에 곰탕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INFO.
영산홍가
홍탁은 물론 홍어전, 홍어찜, 홍어무침 등 총 9가지 홍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주소 전남 나주시 영산동 265-9 문의 061-334-0585

노안집 수육과 곰탕을 전문으로 하여 3대를 잇고 있다. 
주소 전남 나주시 금계동 23-5 문의 061-333-2053

대승장어 여전히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는 곳. 구진포 장어의 명성을 잇는 전라도 음식 명가. 
주소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 19 문의 061-336-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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