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서천] 다섯 살 아들이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어요?”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엄마를 바라본다면? 당황할 것 없다. 15만 점에 이르는 바다생물이 전시된 서천해양박물관에서 바다 속 세계를 눈으로 확인하면 될 일이다.
서해가 훤히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서천해양박물관. 재작년 충남애니고 학생들이 그린 벽화 덕에 박물관 외관에서부터 바다 속 분위기가 생생하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우선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인조개’가 시야를 압도한다. 길이가 무려 120cm에 이르는 초대형 조개는 물결 모양의 화려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것이 ‘식인’조개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흉물스럽게 느껴진다.
대형가오리, 황금게오지, 식인상어 등 이곳저곳 방대한 전시물에 넋을 놓고 있는데, 어디선가 야릇한 냄새가 풍겨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 도대체 갯내와 비린내가 섞인 것 같은 이 꼬릿한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동행한 신관섭 실장이 궁금증을 풀어준다.
“묘한 냄새가 나지요? 전시실에 전시된 해양동물 모두가 모형이 아닌 진짜 바다생물이라 그렇습니다. 신경을 쓰는 데도 아무래도 실물을 박제해놓다 보니 냄새가 날 수밖에요.”
알고 보니 이곳에 전시된 각종 해양동물들은 한때 바다에서 ‘좀 놀았다’ 하는 실물들이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이 냄새는 ‘진짜 바다 냄새’이다. 알고 나니 관람에 더 진지해진다.
“대천에서 출몰해서 말썽이 되었던 상어가 바로 이 청새리 상어입니다. 식인상어는 이빨이 이렇게 갈고리처럼 안쪽으로 휘어져 한 번 물리면 빠져나오기가 힘들지요. 어때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죠?”
시퍼런 조명 아래서 상어대가리와 내 얼굴이 딱 마주하고 있으니,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친다. 함께 둘러보던 아이도 아빠에게 “저거 살아 있는 것 아니지?” 하며 와락 안기는 것을 보니 잔뜩 겁을 먹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리 속에 넣어놓은 것이 아니라 상어 한 마리 한 마리를 공중에 매달아놓아 바다 생태계가 퍽 실감이 난다.
이 밖에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바다생물 약 15만 점이 산호관, 생태체험관, 패류관, 화석관, 갑각류관, 어류관 등으로 나뉘어져 2000㎡의 전시관에 빼곡하다. 화진포해양박물관이 어패류를 중심으로 전시했다면 이곳은 종류를 막론하고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사설 박물관임에도 그 구성이 알차다.
박물관 2층에는 살아 있는 공룡을 보는 듯 실감나는 공룡체험관, 공룡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3D입체영상관, 그리고 일출과 일몰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도 기다리고 있다. 특히 3D 입체영상관에서 상영하는 애니메이션은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고 교육적인 효과도 커서 아이들과 함께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