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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한반도 역사가 흐르는 임진강변 전략적 요충지, 파주 덕진산성
[이달의 테마여행] 한반도 역사가 흐르는 임진강변 전략적 요충지, 파주 덕진산성
  • 이동미 여행작가
  • 승인 2020.11.2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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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과 초평도가 한눈에 보이는 덕진산성.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임진강과 초평도가 한눈에 보이는 덕진산성.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파주] 강가에 서면 물소리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북한을 넘나드는 임진강은 더욱 그러하니, 함경남도 덕원군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한 강은 경기 연천에서 한탄강(漢灘江)과 합류한 후 북한 땅인 황해북도 판문군과 남한 땅인 경기도 파주시 사이를 지나 한강으로 그리고 서해로 흘러간다.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날,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를 따라 현장 탐방에 나섰다.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는 여행작가, 학예사, 향토역사가와 함께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통일대교를 넘어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길
“충성! 신분증 좀 보여주십시오!”

민통선으로 들어가기 위해 통일대교를 건널 때면 헌병이 일일이 신분증을 대조하며 확인한다. 혹 문제가 생길까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다. 오늘 일정은 도라산 전망대-도라산역-캠프 그리브스-통일촌-점심-덕진산성-허준 묘-해마루촌으로 모두 민통선 구역 안에 있다. 

민통선은 남방 한계선 바깥으로 설치된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민간인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지역이다. 따라서 미리 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재석 선생이 통일촌 마을 박물관에서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 수강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이재석 선생이 통일촌 마을 박물관에서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 수강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비무장지대 생태 이야기 안내판.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비무장지대 생태 이야기 안내판.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자 해마루촌에서 농사를 짓는 이재석 선생이 민통선 안쪽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주에서 태어난 이재석 선생은 <DMZ 민통선 들꽃여행> <임진강 기행> 등 민통선과 임진강에 관한 책을 쓴 향토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외부 사람들은 접하기 힘든 민통선 내 장소뿐만 아니라 접경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특수상황을 직접 들을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실수로 지뢰밭에 들어갔던 이야기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민통선 내에서는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임진강이 만든 섬, 초평도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일정인 덕진산성((德鎭山城·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37호), 도로 한쪽에 차를 두고 밭두렁 길을 20여 분 걸어 들어가야 한다. 

덕진산성으로 찾아가는 길.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으로 찾아가는 길.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으로 올라가는 길.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으로 올라가는 길.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의 둥근 내성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의 둥근 내성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노랗게 익은 콩꼬투리와 바짝 말라 수확을 기다리는 들깨밭이 여느 농촌 마을풍경과 다름없지만. ‘지뢰’라 쓰인 푯말이 여기저기 눈에 띄어 접경지역임을 느끼게 한다. 헐떡이며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가면 덕진산성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파주 덕진산성은 고구려가 남진 과정에서 임진강 변에 축조한 성으로, 그 높이는 해발 85m밖에 안 되지만 초평도와 임진나루 일대, 문산읍 장산리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초평도(草坪島)는 북한 땅에서 발원한 임진강이 254km를 흐르며 이리저리 구부러지기를 여러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 가운데에 만든 동그란 섬이다. 

섬 전체가 민통선 북쪽에 위치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며,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러한 초평도와 임진강 굽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덕진산성이다. 

시대별 축성기술을 보여주는 덕진산성
덕진산성은 인근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 등과 함께 임진강 북안에 설치된 고구려 방어시설로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유적이다. 

덕진산성 학술 발굴조사에 참석했던 신민경 학예사는 “내성(內城)과 외성(外城)으로 이루어진 덕진산성은 그 역사가 고구려, 통일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각 시대의 축성기술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장소”라고 설명한다. 

덕진산성의 집수지 유적을 살펴보는 수강생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의 집수지 유적을 살펴보는 수강생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 성벽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 성벽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서쪽 계곡부로 진입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덕진산성의 모습.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서쪽 계곡부로 진입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덕진산성의 모습.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은 2012년부터 총 6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외성(外城) 약 1.2㎞, 내성(內城) 약 600m의 덕진산성 발굴 과정에서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장대지(將臺址), 방어시설인 치(雉)와 덕진단, 건물지, 집수지 등의 유적이 드러났고, 내성의 성벽 기단부에서는 고구려 계통 유물이 다수 발견되었다. 

외성(外城)은 조선 시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조사에서 새로운 흔적이 발견되었다. 외성문의 경우 그 형태가 개거식(開据式·성벽 상부가 개방된 성문)으로 제일 아래층에서 통일신라시대 기와 편(片)이, 그 위층에서는 통일신라∼조선 시대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또, 외성문과 연결된 외성벽(外城壁)은 최소 4차례 고쳐 쌓은 것으로 축조연대가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기록하는 여행
덕진산성의 남서쪽 치(雉)2는 더욱 흥미롭다. 성벽이 두 겹이다. 1차 성벽은 고구려 때 쌓은 토축 성벽으로 할석이 많은 흙을 판축공법으로 쌓았다.

판축공법은 나무틀을 세우고, 그 사이에 흙을 다져 쌓는 공법이다. 2차 성벽은 1차 성벽 바깥쪽에 덧붙여 쌓은 것으로 통일신라 때의 석축 성벽이다. 

덕진산성에서 바라보는 임진강과 초평도.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에서 바라보는 임진강과 초평도.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 선생의 묘 탐방.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 선생의 묘 탐방.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해마루촌에 세워진 고라니 예술 작품.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해마루촌에 세워진 고라니 예술 작품.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덕진산성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 수강생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br>
덕진산성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 수강생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20~50cm 내외의 성돌을 장방형으로 가공해 수직에 가깝게 쌓았는데 길이 약 17~20m 너비 약 3m, 높이 약 5m 정도의 규모다. 덕진산성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와 함께했으며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덕진산성에 서니 임진강 위로 오후 햇살이 내려 윤슬이 반짝인다. 고구려 어느 젊은이는 흙짐을, 통일신라의 어떤 이는 돌을 등에 지고 이 길을 올랐을 것이다. 

고려, 조선을 살던 이는 힘겨운 전쟁을 치렀거나 임진강을 바라보며 가족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전쟁을 치러내는 우리네 모습 또한 산성은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INFO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 수강생들이 도라산 전망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 수강생들이 도라산 전망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세은 여행작가

대한민국여행작가협동조합과 함께하는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는 여행작가, 학예사, 향토역사가와 함께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생각해보는 12강의 프로그램이다. 글쓰기, 사진찍기, 드로잉하기를 통한 파주 여행의 기록은 올해 말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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