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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새해 소망 여행지 ①] 민족 영산에 올라 힘찬 기운 뿜뿜! 천왕봉에서 바래봉까지
[새해 소망 여행지 ①] 민족 영산에 올라 힘찬 기운 뿜뿜! 천왕봉에서 바래봉까지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0.12.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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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에서 바라본 서북능선과 주능선 일대
바래봉에서 바라본 서북능선과 주능선 일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산청]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산청•함양•하동에 골고루 뿌리 내린 지리산은 예부터 금강산•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추앙 받던 ‘민족의 영산’이다. 백두산에 근원을 둔 대간 줄기가 태백산~속리산~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마지막 힘을 쏟은 터라 남한 내륙에선 가장 크고 너른 산이 되었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에 지정된 지리산 곳곳엔 숙박과 취사가 가능한 노고단, 연하천, 벽소령, 세석, 장터목, 로타리, 치밭목, 피아골대피소가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숙박이 금지된 상태다. 대피소에서 잠을 잘 수 없다 하여 산행까지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신년 해돋이 감상은 여느 해보다 어려워졌지만 겨울은 해 뜨는 시간이 늦어 산 아래서 민박을 하고 일찌감치 오를 수도 있다. 물론 헤드랜턴과 부지런함, 건강하고 가뿐한 다리가 받쳐 준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다.

지리산의 대표적 당일 산행지는 정상 천왕봉(1915m)과 세석 촛대봉이지만 노고단처럼 찻길이 뚫린 게 아니어서 그만큼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반면 바래봉은 산 정상부까지 임도가 뚫려 여느 봉우리에 비해 접근이 쉬운 편이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서는 길.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서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왕봉, 중산리 원점회귀
천왕봉 산행은 함양 백무동 하동바위 코스와 산청 중산리 코스로 축약할 수 있는데, 백무동의 경우 장터목대피소를 경유해야 하므로 보통은 천왕봉까지 직등으로 연결된 중산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중산리 코스는 입구에서 ‘칼바위’와 ‘순두류’로 나뉘었다가 로타리대피소에서 만나고, 칼바위 코스는 다시 개선문을 통과해 천왕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5.2km)과 유암폭포를 거쳐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길(5.1km)로 나뉜다. 중산리~칼바위~천왕봉~장터목~유암폭포~중산리 식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해 자가용을 갖고 가도 회수에 부담이 없다.

중산리에서 칼바위까지는 그럭저럭 오를 만하였는데 칼바위 갈림길에서 천왕봉까지는 가파른데다 꾸준한 오르막이다. 한라산보단 낮지만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인만큼 정상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스무 걸음 걷다 쉬고, 열 걸음 걷다 쉬고, 점점 걸음이 더뎌진다.

“이쯤이면 로타리대피소가 나와야 하는데, 언제 저 멀리로 이사를 간 거야?”체력이 떨어진 건 생각지도 않고 수십 년째 멀쩡히 잘 있는 대피소만 원망한다. 대피소 위엔 삼국시대 연기조사가 창건한 법계사가 있다. 해발 1400m의 산중 높은 절집, 작은 바위 위에 보물 제473호로 지정된 삼층석탑도 있어 예까지 왔다면 한 번쯤 들르는 게 좋다.

촛대봉 일출.
촛대봉 일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로타리에서 천왕봉까진 2.1km, 조금씩 눈이 보인다. 배낭에 넣어온 아이젠을 꺼내 등산화에 착용한다. 가끔 눈 없는 바윗길과 아이젠의 뾰족한 쇠가 부딪혀 찌르르,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나무 계단에선 덧댄 고무창을 밟아야 나무의 훼손이 적다.

북한산 두 개를 겹쳐 놓은 것만큼 높이 올라서인지, 겨울인데도 등에선 땀이 난다. 더울 땐 벗고 추울 땐 입고, 가벼운 패딩과 재킷은 겨울 산행의 필수품이다. 목이 말라도 벌컥벌컥 찬물을 마시는 건 피한다. 젖었을 때를 대비해 뽀송한 여벌 양말과 장갑,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을 챙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끝도 없는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드디어 지리산 정상 천왕봉이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적힌 정상석 앞엔 사람이 별로 없다. 주말이면 인증샷을 찍겠다고 줄까지 서는 곳이지만 이젠 서로가 서로를 지켜줘야 때,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사진만 찍고 다들 서둘러 산을 내려선다. 올라온 길 그대로 내려가도 되지만 똑같은 길에 싫증이 난다면 장터목대피소~유암폭포를 거쳐 중산리로 가도 된다. 왕복 약 12.4km로 8시간쯤 걸린다.

지리산 천왕봉.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지리산 천왕봉.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촛대봉 아래로 보이는 세석은 지리산 내 8개 대피소 중 규모가 제일 크다.
촛대봉 아래로 보이는 세석은 지리산 내 8개 대피소 중 규모가 제일 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세석 촛대봉, 거림골이 가까워요
5월엔 철쭉이, 9월엔 구절초가 예쁜 꽃동산 세석고원엔 연진과 호야 부부의 슬픈 이야기가 담겼다. 금슬이 좋았던 이 부부에겐 아이가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곰이 “세석 남쪽 바위 아래 있는 음양수를 마시면 아이를 얻을 수 있다”고 귀띔하지만 곰과 사이가 좋지 않던 호랑이의 고자질로 지리산신의 노여움을 산다.

결국 천기를 누설한 곰은 토굴에 갇히고, 연진은 평생 잔돌밭에서 손발이 닳도록 꽃을 가꾸는 형벌을 받는다. 가여운 연진의 피가 묻어 자란 꽃이 세석고원 철쭉이 되었단 이야기다.

세석 촛대봉(1703m)까지 오르는 대표적 코스는 함양 백무동 한신계곡, 하동 대성골과 청학동, 산청 거림골 등이다. 한신계곡에는 가내소와 오층 등 여러 폭포와 소(沼)가 있어 여름에 제격인데 세석 1km를 앞둔 지점부터 가파른 된비알인 게 흠이다. 산행 초입에서 대피소까진 6.5km로 약 4시간쯤 걸리지만 주차장에서부터 치면 거리가 더 늘어난다.

대성골은 세석으로 이어진 다른 등산로에 비해 인적이 드문 편이다. 길이만도 9.1km에다 접근 교통편이 많지 않다. 거림골은 세석까지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로 5.5km에 3시간이면 충분하다. 거림으로 올라 장터목에서 하룻밤 유한 후 천왕봉까지 오르면 제일 좋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 때까진 당일산행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천왕봉의 번잡함이 싫은 이들은 종종 촛대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이 1시간인 반면 세석에서 촛대봉은 15분 거리. 촛농을 녹인 것처럼 흘러 엉킨 암릉에 서면 동쪽으로 천왕봉, 서쪽으로 반야봉과 노고단, 더 나아가 바래봉까지 잘 보인다. 꽃도 신록도 단풍도 없어 초라한 계절이지만 눈이 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꽃보다 단풍보다 더 예쁜 게 고산에 하얗게 흩뿌려진 설경인 까닭이다.

지리산 일출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이는 천왕봉.
지리산 일출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이는 천왕봉.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래봉은 정상 근처까지 임도가 뚫려 오르기가 수월한 편이다.
바래봉은 정상 근처까지 임도가 뚫려 오르기가 수월한 편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래봉, 쉽게 만나는 겨울왕국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바래봉(1165m)은 세석보다 유명한 철쭉명산이지만 사실 봄보다 훨씬 환상적인 계절은 겨울이다. 바래봉으로 가는 길은 여러 군데다. 성삼재~정령치~고리봉으로 이어진 20여km의 서북능선, 수철리 전북학생교육원(13km), 지리산허브밸리가 있는 운봉읍 용산리(9.6km) 등인데 체력과 속도에 자신이 없거나 지금처럼 해가 짧을 땐 용산리 임도에서 시작하는 게 제일 좋다.

임도라고 해서 오름길이 쉬운 건 아니다. 임도는 단순한 길이기도 한데, 대신 초등학생도 오를 수 있는데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어 가족끼리 조용히 오르기에 제격인 봉우리다.

간혹 임도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이들은 운지사를 지나 부러 산길로 오르기도 하는데, 몇 해 전 비법정탐방로로 묶여 통행이 금지된 곳이다. “설마, 괜찮겠지.”산길 거의 끝까지 올랐다가 국립공원직원의 단속에 걸려 내려온 사람들도 있으니 처음부터 아예 가지 않는 게 좋다.

눈이 귀한 터라 날짜를 잘못 맞추면 지리산 최고의 설경 명소도 ‘그렇고 그런’황량한 숲에 불과하다. 눈 온 다음날 가면 좋은데 그게 또 쉽지 않으니 문제다. 만약 운 좋게 설산을 보게 된다면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감탄하기 바쁘다.

영화 ‘겨울왕국’의 실사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밤새도록 내린 눈은 바래봉의 소나무와 전나무, 키 작은 철쭉나무에도 소복소복 쌓여 부지런히 찾아온 이들에게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작은 초소가 있는 갈림길에서 바래봉으로 길을 잡는다. 봄이라면 철쭉군락지가 있는 팔랑치로 가야하지만 겨울엔 오가는 이가 거의 없어 길인지, 아닌지, 헷갈릴 만큼 눈이 쌓이는 곳이다.

갈림길에서 바래봉 가는 길은 눈꽃의 절정이다. 임도와는 등급이 다르다. 샘물로 목을 축이고 정상 가까이 다가서면 세상은 또 달라진다. 커다란 나무는 일순간 사라지고 공기그릇의 바닥면을 닮은 봉우리 하나만 매끈 솟아 있다.

정상까진 계단이다. 숨을 내쉬고 돌아서면 천왕봉과 반야봉, 굽이굽이 휘어진 서북능선이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바람은 눈가루를 쏟으며 매섭게 불어대지만 겨울 바래봉에선 누구나 행복하다. 이 풍경을 보고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 마음이 꽁꽁 겨울일지도 모른다.

로타리대피소
로타리대피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로타리대피소
경남 산청군 중산리 코스에 있는 대피소다. 현재 지리산 내 모든 대피소는 코로나19로 숙박은 안 되지만 취사는 가능하다. 숙박 가능 여부는 지리산국립공원 홈페이지를 확인한다. 중산리에서 순두류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면 산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도로 결빙 시엔 운행하지 않는다.

장터목대피소
장터목대피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장터목대피소
여느 해 같으면 숙박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은 대피소다. 천왕봉 바로 아래 있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정상까진 1시간쯤 걸린다. 함양 백무동(하동바위), 산청 중산리 코스가 장터목대피소로 연결됐다.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세석대피소
지리산 대피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5분 거리에 촛대봉이 있어 장터목~천왕봉 코스에 비해 숙박 후 일출을 보기 수월한 곳이다. 산청 거림골, 하동 대성골과 남부능선, 함양 백무동(한신계곡)에서 오를 수 있다.

INFO 겨울산행 장비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필요한 장비가 많다. 보온을 위한 장갑, 모자, 재킷 등은 물론 눈길 보행을 안전하게 도와줄 아이젠, 스패츠, 스틱도 필요하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채운다. 찬물은 얼어버리기 일쑤다. 여벌 양말과 핫팩도 넣어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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