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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새해 소망 여행지 ②] 울릉도의 절반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나리분지와 깃대봉
[새해 소망 여행지 ②] 울릉도의 절반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나리분지와 깃대봉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12.23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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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에서 본 나리분지. 사진 / 조용식 기자
깃대봉에서 본 나리분지.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울릉] 천부에서 출발한 버스는 꼬불꼬불 산비탈 길을 따라 하염없이 올라간다. 10여 분이 지나 나리전망대 정류장에서 멈춰선 버스에서 내려 울릉도 유일의 평지인 나리분지를 둘러보기 위해 나리전망대 계단에 올랐다.

깃대봉 야경. 사진 / 조용식 기자
깃대봉 야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 10월, 나리분지를 감싸며 병풍처럼 단풍이 물들었던 주변의 산등성이는 11월이 지나니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며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넓은 분지 사이로 군데군데 녹색 물결이 올라오는 풍경이 이채롭기만 하다. 나리분지는 청명한 하늘이 열리면 사진 촬영이 즐겁고, 구름이 몰려오는 풍경을 만나면 신비롭게 느껴지는 이국 풍경을 갖추고 있다.

백패커 여행자들의 베이스 성지로 불리는 나리상회. 사진 / 조용식 기자
백패커 여행자들의 베이스 성지로 불리는 나리상회.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리분지에서 맛볼 수 있는 산채비빔밥과 씨껍데기술.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리분지에서 맛볼 수 있는 산채비빔밥과 씨껍데기술. 사진 / 조용식 기자

분화구에서 재배한 나물들의 향연, 산채비빔밥
전망대에서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도로에는 도로 공사용 경고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지난여름 태풍의 피해로 도로 가장자리가 내려앉아 갈라진 상태이다. 따라서 내리막을 달리는 차량과 길을 걷는 여행자의 안전을 위해 임시로 경고 표시판을 세워둔 것이다. 뚜벅뚜벅 걸어 내려오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표지석이다.

‘제9호 울릉 화산섬 밭농업 시스템, 국가중요농업유산’이라는 제목과 함께 나리분지의 생성 과정과 밭농사 과정이 그림으로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너와집과 억새 투막집 사이로 ‘2006년도 범죄 없는 마을 - 울릉도 북면 나리’라는 푯말이 보인다. 울릉도에는 ‘공해, 도둑, 뱀이 없고, 바람, 돌, 향나무, 물,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고 해서 ‘3무(無) 5다(多)의 섬’이라고도 한다.

여행자에게 나리분지는 건강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분화구에서 직접 재배한 나물을 주재료로 운영하는 나리분지 식당(나리촌, 산마을, 나리분지 야영장, 늘푸른산장)에서는 산채비빔밥, 더덕무침, 산채전 등을 비롯해 맛깔스럽게 버무린 제철 나물무침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천궁, 호박, 더덕 그리고 각종 씨껍데기로 담근 씨껍데기 술(씨앗 동동주)을 맛보는 즐거움도 있다. 야영장 바로 옆에는 백패커들의 베이스 성지로 불리는 나리상회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나리분지에서는 신령수 산책길, 알봉 둘레길, 성인봉으로 가는 길과 깃대봉으로 가는 길, 그리고 추산·용출소로 가는 길로 나뉜다. 이 길을 가기에 앞서 나리분지 어린이 놀이터 근처의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 센터 - 지질공원 해설사의 집’을 찾아 나리분지에 대한 소개는 물론 궁금증도 물어보고, 길 안내를 위한 정보와 책자 등을 받는 것이 좋다.

천부에서 나리전망대로 이어지는 도로. 사진 / 조용식 기자
천부에서 나리전망대로 이어지는 도로. 사진 / 조용식 기자
억새 지붕 작업이 한창인 억새 투막집. 사진 / 조용식 기자
억새 지붕 작업이 한창인 억새 투막집. 사진 / 조용식 기자

‘힐링 만다라길’을 통해 만난, 신령수 산책길
신령수 산책길은 여행자들에게 일반적으로 공개된 길과 울릉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 있다. 바로 고로쇠 채취를 위해 조성된 길로, 예전에는 조그만 오솔길이었는데, 고로쇠 채취를 시작하면서부터 경운기가 오가야 하는 일이 많아지자 그 길이 넓어진 것이다.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 사진 / 조용식 기자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 사진 / 조용식 기자
청량하고 달달한 신령수. 사진 / 조용식 기자
청량하고 달달한 신령수.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을 주민들은 사계절을 이 길을 통해 신령수 산책길로 간다고 하는데, 그들은 이 길을 ‘힐링 만다라 길’이라고 부른다.

이소민 울릉군·독도 코디네이터는 “과거에는 이 안에도 사람이 살았었죠. 지금은 개인 소유의 땅들에서 고로쇠 채취를 하기 때문에 차량 통행을 위해 길이 더 넓어졌답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워낙 없고, 고로쇠 채취 때를 제외하고는 차량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원시림 그대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라며 “이 길을 걸으면 힐링은 물론, 수도자의 길을 걷는 것 같아 ‘힐링 만다라 길’이라고 명명하게 됐어요”라고 설명한다.

길을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길이 좁은 곳으로 가지 말고, 넓은 길로 나가면 되는 상식적인 이치도 처음 이 길을 걷는다면 망설여지게 된다. 따라서 ‘힐링 만다라 길’은 나리분지 지질공원센터의 해설사와 동행하며 걸어야 길도 안전하게 걷고, 곳곳에 숨어 있는 식물과 나무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유소현 나리상회 대표는 “겨울이면 나리분지에는 1m 이상의 눈이 쌓인다. 그래서 겨울이면 나리분지에서는 스키를 타고 길을 오가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나리분지 둘레길 역시, 겨울철에는 스키를 이용해야만 이동할 수 있어, 스키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얼마를 걸었을까? 조릿대가 무성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반갑게 불어온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들어가면 넓게 조성된 데크를 만나게 된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는 데크에서는 멀리 바다가 보이고, 용출소로 이어지는 길과 알봉으로 올라가는 길을 연결해 주고 있다.

힐링 만다라 길에서 만난 새총 모양의 나무. 사진 / 조용식 기자
힐링 만다라 길에서 만난 새총 모양의 나무. 사진 / 조용식 기자

다시 길을 따라 걸어가니 점점 더 원시림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눈이 마주치는 곳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장면이 떠오르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직접 이곳에 발을 디디며 걸어보기를 권유한다. 안으로 들어설수록 눈은 호강한다.

보기도 귀하다는 연리지는 곳곳에서 목격되고, 새총처럼 생긴 나무, 기이한 모양의 나무들과 울릉도 야생화 등을 만나는 행운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힐링 만다라 길’을 감상하다 시야가 탁 트이며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다시 세상에 나온 느낌이다. 군락지 옆으로 보이는 투막집과 깃대봉으로 가는 길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걸으니 어느새 신령수 둘레길의 목적지인 신령수 앞이다.

돌로 쌓아 올린 신령수 안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바가지에 한가득 담아 마시고 나면, 시원한 물맛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신령수 바로 앞으로는 성인봉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을 위해 족욕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앉아 잠시 발을 담그며 쉬어가는 곳이다. 이소민 코디네이터는 “울릉도 사람들도 한여름에 몇 분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며 “그래도 무거운 몸을 지탱해 주며 걸어준 발을 위해 휴식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이 좋다”며 족욕을 권했다.

성인봉과 성인봉 원시림. 사진 / 조용식 기자
성인봉과 성인봉 원시림. 사진 / 조용식 기자

INFO 성인봉과 성인봉 원시림
‘신령의 산 성인봉, 원시림 안내도’란 제목의 안내판에는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해발 986.7m의 성인봉은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 하여 성인봉이라 부른다’고 적혀 있다. 성인봉 원시림은 성인봉 정상 부근의 원시림(해발 600m)으로 울릉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희귀수목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부 - 나리분지 버스 운행 시간표. 사진 / 조용식 기자
천부 - 나리분지 버스 운행 시간표. 사진 / 조용식 기자

INFO 천부 - 나리분지 버스 운행 시간표
천부에서 나리분지 첫차는 오전 7시 20분이며, 나리분지에서 천부로 이동하는 마지막 버스는 오후 6시 35분이다. 울릉군 북면의 천부에서 나리분지까지는 버스로 15분 거리이며, 하루 총 11회 운행한다. 구간별 도착 및 출발 시간은 운행 여건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깃대봉에서 바라본 송곳봉. 사진 / 조용식 기자
깃대봉에서 바라본 송곳봉. 사진 / 조용식 기자

사방에서 불어오는 울릉도 바람을 맞으며 일몰 감상, 깃대봉
나리분지 깃대봉을 오르기 위해 다시 나리분지를 찾았다. 다온카페를 지나 신령수 산책길, 성인봉, 알봉 둘레길 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모두 한 방향에서 출발하는 코스이다. 성인봉 등산로 이정표에는 ‘깃대봉 3.8km’라고 적혀 있다. 군부대를 지나 평탄한 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풍경에서 힐링은 시작된다.

남다르게 느껴지는 나리분지 산책길의 숲속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어느새 천연기념물 제52호 울릉 나리동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지에 다다른다. 가을이면 그 자태를 뽐내며 환하게 웃는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니 더없이 행복한 느낌이다. 군락지 주변으로 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한 바퀴 돌아서 다시 길을 나서는 것도 좋다. 

좁은 산길로 이어지는 깃대봉 가는 길. 사진 / 조용식 기자
좁은 산길로 이어지는 깃대봉 가는 길. 사진 / 조용식 기자

깃대봉까지 남은 거리가 2km임을 알리는 이정표와 투막집이 나타난다. 투막집 마당에는 억새 지붕을 엮기 위해 베어온 억새들로 가득하다. 새 지붕이 올라서면 억새 지붕은 한층 더 높아지며, 한 해를 견디게 될 것이다. 여기서 다시 1km를 걸어가면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메밀밭을 만난다. 허수아비와 솟대들이 넓은 메밀밭을 심심하지 않게 자리하고 있고, 깃대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흔들다리가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제부터 1km 구간은 끝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나무 계단은 조금은 험난한 길의 시작일 뿐이다. 좁은 산길이 거듭되면서 경사진 계단들이 다시 등장한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마지막 가파른 바위를 쳐다보며 만나게 된 깃대봉. 팔각으로 조성된 전망대 중앙에는 거대한 돌이 자리하고 있으며, 나무에 적힌 ‘깃대봉(峯) 608m’가 눈에 들어온다.

깃대봉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깃대봉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울릉도 깃대봉에서 내려다보는 북면의 풍경은 마치 미니어처로 꾸며진 여행지를 구경하는 느낌이다. 송곳산을 따라 바다를 향해 날카롭게 솟아오른 송곳봉과 손톱보다 작은 코끼리바위가 코발트 빛 바다에 잠겨 있다.

하얀 실선으로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가면 간간이 마주하는 빨간색 지붕의 건물이 있으며, 울릉천국이 내려다보이는 석봉, 수평으로 발달한 주상절리가 노인의 주름살처럼 생겼다는 노인봉, 현포항을 지나 대풍감을 감상할 수 있다.

뒤를 돌아 시선을 오른쪽으로 두면, 옥녀봉, 미륵산, 성인봉, 말잔등, 알봉, 그리고 나리분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나리분지를 따라 능선을 따라가면 딴바위가 보이며, 그 아래로 천부항이 눈에 들어온다. 울릉도 깃대봉의 일몰 풍경은 대풍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깃대봉은 일몰 감상은 물론 야간 조업하는 오징어 배의 불빛으로 동해를 수놓아 비박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겨울철 여행지로 쉽지 않은 울릉도이지만, 한 해의 시작을 대한민국 동쪽 땅끝 울릉도·독도에서 보낸다면, 오랜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울릉도 지역의 2021년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31분이며, 일몰 시간은 오후 5시 8분으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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