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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새해 소망 여행지 ③] 문무대왕릉과 옥산서원, 그리고 황리단길 이천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경주여행
[새해 소망 여행지 ③] 문무대왕릉과 옥산서원, 그리고 황리단길 이천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경주여행
  • 박은하 여행작가
  • 승인 2020.12.2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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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무대왕릉.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경주 문무대왕릉.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경주]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전미지리학회)은 ‘지금은 꿈꾸고 나중에 가보자(Dream Now, Go Later)’라는 슬로건과 함께 ‘세계 최고의 여행 2021’을 발표했다. 그중 한곳이 역사 문화 여행지인 대한민국 경주다. ‘벽이 없는 박물관’, ‘천년 고도’등으로 경주를 소개하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 후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새해가 되면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하고자 일출여행을 떠난다. 뻔한 일출여행지 말고 조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소는 없을까?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문무대왕릉이 떠올랐다. 경주는 역사문화의 도시 아니던가. 경주까지 간 김에 세계문화유산을 함께 둘러봐도 좋겠다. 신라시대 왕릉부터 조선시대 서원을 거쳐 2021년 핫플레이스에 이르기까지. 하루만에 2천년을 넘나드는 경주 시간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경주 해맞이 명소 문무대왕릉이 보이는 해변에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경주 해맞이 명소 문무대왕릉이 보이는 해변에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신라시대 수중무덤으로 떠나는 일출여행

경주에서는 문무대왕릉이 해맞이 장소로 손꼽힌다. 육지와 대략 200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수중릉이 있는데 마치 돌로 이루어진 작은 섬처럼 보인다. 이 무덤의 주인은 신라 30대 문무왕(재위 661∼681)이다.

바다에 왕릉을 만들다니! 신라인의 창의적인 생각이 놀랍다. 문무왕은 태종 무열왕의 업적을 이어받아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의 침략을 막아 삼국통일을 이뤘다. 또한 병부, 창부 등 중앙관청을 창설했고, 지방통치를 위한 5소경제도와 군사제도의 기틀을 마련해 국가 체제를 완성했다. 신라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문무왕은 왜 바다에 묻혔을까?

삼국사기에 따르면 문무왕이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불교식 장례에 따라 화장한 후 동해에 묻어주면 용이 되어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아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다에 왕릉을 만들었을까?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있는 큰 바위에 묻었다. 이 바위를 대왕암 또는 대왕바위라고 한다. 대왕암 안쪽에는 십자모양으로 뚫린 인공수로가 있는데 동쪽에서 들어온 바닷물이 서쪽으로 나가게 되어있다. 파도가 아무리 세게 쳐도 항상 잔잔한 수면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썰물 때면 능 주위로 작은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왕을 보호하는 호위병처럼 보인다.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은 동해에 감은사를 지었다. 법당 아래 바다를 향해 배수로를 만들어 용이 된 문무왕이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문무왕을 지켜보기 위해 수중왕릉이 보이는 언덕에 ‘이견대’라는 정자를 세웠다.

문무대왕릉이 보이는 아침 풍경.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문무대왕릉이 보이는 아침 풍경.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경주 시내에서 문무대왕릉까지는 약 35km. 자동차로 약 40분이 걸린다. 일출을 보려면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 해변에 도착하면 일출 사진을 담기 위해 모여든 사진가들이 진을 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안개 위로 서서히 해가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해변 한쪽에는 물고기를 방생 하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며 제사를 올리는 무속인도 보인다.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수중릉은 영험한 기운이 맴도는 장소임이 틀림없다. 하늘에서 용이 내려올 것만 같은 신비감마저 든다. 바다 위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새해에는 코로나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게 해주세요.”

옥산서원은 제향공간과 강당, 강학공간으로 구성된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옥산서원은 제향공간과 강당, 강학공간으로 구성된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옥산서원 세심대 주변을 흘러가는 물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옥산서원 세심대 주변을 흘러가는 물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조선시대 서원으로 떠나는 유교여행

최근 '유교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가수 이효리의 노래 ‘유고걸’을 패러디한 ‘유교걸’은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유교문화에 익숙한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고백컨대 나도 20대까지 외박 한 번 하지 않은 유교걸로 살아왔다.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교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보존해야할 한국의 전통문화이기도 하다.

서론이 길었다. 경주에서 유교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 그중 한 곳이 경주 옥산서원이다. 서원은 조선의 근간을 이룬 유교와 성리학을 보급한 교육기관이다. 서원은 자연감상과 심신단련을 위해 산과 물이 가까운 곳에 지었는데 옥산서원 또한 경치가 좋다. 고즈넉한 서원을 한바퀴 둘러보니 이곳에서는 절로 공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경주하면 신라유적지가 대표적인 여행지로 손꼽히지만 조선의 역사 유적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선조 5년(1572)에 경주부윤 이제민이 옥산서원을 세웠고, 그 다음해에 임금에게 ‘옥산’이라는 이름을 받아 사액서원이 됐다. 서원은 지금으로 치면 사립학교다. 학습과 배향, 상호교류 등을 핵심 가치로 삼았으며 건물 배치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의 서원은 전학후묘 형식으로 지어져 공부하는 장소가 앞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가 뒤에 있다.

옥산서원도 그렇다. 출입문인 역락문을 지나면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된 2층 누각 무변루가 나온다. 무변루 정면에는 유생들이 모여 공부하던 구인당이 있고, 뒤쪽에는 비각과 경각, 체인묘 등이 있다. 제향공간에는 조선시대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의 위패를 모신다. 이언적의 학문은 훗날 퇴계 이황에게 이어져 영남학파 성리설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서원 공간을 활용해 음악회와 풍류체험, 다도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따뜻한 봄이 되면  문화행사가 다시 열리기를 기대한다. 

황리단길 카페 리틀포레스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황리단길 카페 리틀포레스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향기를 파는 가게 라향.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향기를 파는 가게 라향.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2021년 황리단길로 떠나는 감성여행
 
과거 수학여행의 메카였던 경주가 SNS 성지로 거듭났다. 경주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황리단길이 대표적이다. 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과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황남동 포석로 일대, 내남사거리부터 황남동 주민센터까지 이어진다.

과거 ‘황남 큰 길’로 불리던 길에 카페, 식당, 서점, 사진관, 기념품 가게 등이 빼곡히 들어섰다. ‘누가 더 예쁜가’ 경쟁이라도 하듯 상점마다 톡톡 튀는 SNS 인증샷 포토존을 꾸며 놓았다. 황리단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그냥 마시는 법이 없다. 인증샷 필수, 선사진 후시식이 자연스럽다.

식당, 카페, 기념품숍 등이 모여 있는 경주 황리단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식당, 카페, 기념품숍 등이 모여 있는 경주 황리단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황리단길의 매력 포인트는 뉴트로 감성이다. 옛날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개성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 가게가 많다.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한 루프탑 한옥 카페, 툇마루에 앉아 수제 맥주를 마시는 펍, 옛 간판을 떼어와 다방을 재현한 카페 등 등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공간이 매력을 뽐낸다.

작고 귀여운 가게를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책 봉투에 ‘읽는약 처방전’을 써주는 독립서점, 경주의 향기를 담은 방향제 가게, 경주 여행 소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황리단길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주전부리 맛보기다. 불국사 다보탑이 그려진 십원짜리 동전을 재현한 십원빵, 첨성대 등 경주의 문화재 모양을 새긴 도굴빵, 쫀드기를 튀긴 후 시즈닝을 뿌려 만든 단짠 디저트, 릉 모양으로 만든 대릉원 타르트 등 황리단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간식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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