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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토박이가 소개하는 내 고향 평택] 인문학 사진가 조성철의 골목여행, ‘세계’를 품게 하는 곳, 팽성
[토박이가 소개하는 내 고향 평택] 인문학 사진가 조성철의 골목여행, ‘세계’를 품게 하는 곳, 팽성
  • 이동미 여행작가
  • 승인 2020.1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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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성읍객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팽성읍객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평택]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에 있는 육지 속 바다, 티티카카 호수(Lake Titicaca). 그 호수 위에 갈대집을 띄우고 항해하는 느낌은 어떨까? 아산만, 평택항을 발아래에 놓고 서해대교를 건너며 문득 궁금해졌다. 티티카카 갈대집에 있을 법한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모리타니아의 유목민. 사진 / 조성철 작가
모리타니아의 유목민. 사진 / 조성철 작가

얼마 전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중남미의 어느 곳, 한 세기를 살아낸 할머니는 얼굴 주름으로 지나온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았다. 사진 속 할머니의 눈동자 속에 사진 찍는 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인문학 사진가 조성철은 지구가 좁다며 전 세계를 뛰어다니고 남들이 오지라 하는 중남미•아프리카를 옆집처럼 드나드는 사람이다. 남들이 이국적인 경치와 멋진 건물을 찍을 때, 그는 사람을 찍는다. 그것도 한 대륙을 종단하거나 횡단하며 그들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되어 그들의 삶을 담는다.

100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의 백 년 삶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고, 그녀의 가족과 그들의 집, 삶의 배경인 호수와 산과 들판을 담는다. 그래서 조성철 작가가 찍은 사진에서는 풍경과 건물에서도 사람 냄새가 나고 그들의 삶이 녹아난다. ‘인간’에 초점을 맞추기에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아니라 그는 인문학 사진가다.

강당산을 거닐다보면 미군 훈련장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강당산을 거닐다보면 미군 훈련장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강당산에 있는 지하벙커의 입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강당산에 있는 지하벙커의 입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작고 고요한 소나무 숲길, 평택섶길
작가와 만나 처음 찾은 곳은 ‘강당산’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평택섶길’이라는 돌 이정표가 정겹다. 소나무 숲은 구불구불 이어지며 바스락 소리를 내고, 머리 위에서는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귄다. 강당산은 평택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규모 적송 군락지인데 걷다 보면 지하 벙커와 CPX 훈련장 시설물이 보인다. 그곳 강당산의 과거와 현재를 작가는 카메라에 담는다.

평택을 얘기할 때 미국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전쟁 중이던 1951년 한국 정부로부터 공여받아 주둔했던 곳으로 'K-6'로 부르다 1962년부터 순직한 미군 이름을 따서 '캠프 험프리스'라 한다. 조성철 작가의 본적은 팽성읍 남산리 산 95번지, 그가 살던 남산리와 송화리는 CPX 훈련장이 있던 마을이다. 숲은 늘 한가롭고 적막했는데 미군 훈련이 있는 날이면 군용트럭이 적막을 깼고, 동네 아이들과 바둑이는 미군 차량 후미를 따라 달렸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엔 까만 자동차에 까만 안경을 쓴 군인이 흙먼지를 날리며 반말로 길을 물었다.

예의 없는 말투와 흙먼지에 아이들은 길을 반대로 알려주었고, 그 길을 다시 돌아 나온 자동차는 화를 토하듯 더 많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한다. 하얗고 또 까맣게 생긴 군인 아저씨를 보고 미국은 모두 군인의 나라라는 생각을 고집스럽게 간직하며 세상 밖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을 키우며 자랐다. 그러고 보니 강당산은 세계적인 사진작가를 키워낸 산실인 셈이다.

이제 강당산은 강당산 역사생태공원·Humphreys Peace Park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작가는 본인의 태자리에 서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친구, 이웃의 시간과 추억 공간을 사진에 담으며 한 시대의 격전장이 그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평화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바란다고 한다. 그 길에 보탬이 되고자 또다시 강당산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팽성읍객사 내부. 사진 / 조성철 작가
팽성읍객사 내부. 사진 / 조성철 작가
전국 17개 객사 중 하나인 팽성읍객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전국 17개 객사 중 하나인 팽성읍객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팽성의 자존심, 객사 기록 남기기
두 번째로 찾은 곳은 팽성읍객사(彭城邑 客舍)다. 객사는 전패(殿牌)를 모시고 궁궐을 향해 망궐례(望闕禮)를 올리던 곳이며, 사신이나 다른 지방 관리가 오면 묵던 숙소다. 1872년 제작된 지도를 보면 팽성에는 객사와 더불어 동헌, 향교, 향청 등 건물이 많았다. 객사는 당시 지방의 정치, 행정, 문화가 집약된 공간이었다. 조선 시대 331군현에 226개의 객사가 있었지만, 현재 남아있는 객사 건물은 17개, 그중 하나가 팽성읍객사다. 평택현의 중심은 이곳 ‘팽성’이었으니 사람들이 ‘팽성’이라 말할 때면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객사는 많이 훼손되었는데 팽성읍객사도 양조장으로 사용되었다. 조성철 작가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막걸리를 받으러 왔었다. 장날이면 ‘그냥 옛날 건물’인 객사에 장이 들어서 객사 안과 밖이 시끌벅적했다. 그럴 때면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튀김이나 과자를 사 먹었다 한다. 500년 전 고된 여정에 피로를 풀던 그들처럼 작가에게도 객사는 맛난 음식과 술, 말동무가 있던 공간이다.

조선 후기 전형적인 객사 구조를 한 팽성읍객사는 현재 대문간채와 본채가 남아있다. 본채 중 가운데가 전패를 모시던 중대청이다. 작가는 해외 유수의 내로라하는 건물을 많이 찍었지만, 자그마한 팽성읍객사에 유달리 마음이 간다고 한다. 자신의 태자리인 팽성의 자존심을 담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반신만 발굴된 용화사 미륵부처님.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상반신만 발굴된 용화사 미륵부처님.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평택의 작은 사찰 용화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평택의 작은 사찰 용화사.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고려 시대 사찰의 흔적, 용화사
발길을 옮겨 도착한 곳은 용화사로 외지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다. 아니, 현지인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용화사는 법당 건물이 한 채 있는 작은 사찰이다. 액자가 하나 걸려있는데 용화사 관련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1974년 대웅전을 중건할 때 유물이 두 점 발견되었는데, 하나는 금동제보살좌상이고 다른 하나는 삼족철부로 문화재 관리국(문화재청)에서 보관하다 1976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유물 두 점의 추정연대가 모두 고려 시대다. 용화전 앞마당의 팔각석조대좌 역시 그 크기가 심상치 않고, 인근 논밭에서는 기와 편이 수도 없이 나왔으니 고려 시대를 기반으로 한 큰 규모의 사찰이 있었음 직하다. 법당 안의 부처님 이야기도 흥미롭다. 사찰의 창건자 묘법 스님의 꿈속에 동자승이 나타나 답답하니 꺼내달라 하여 땅을 파보니 지금의 미륵부처님이 나왔다는 것이다.

땅을 파다 지쳐 상반신만 발굴한 후, 지금의 전각을 지어 모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륵부처님의 하반신은 아직 땅속에 계신다. 평택 관광 안내 지도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 작은 사찰에서 평택의 숨겨진 미래를 보았다.    

팽성읍객사에서 만난 조성철 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팽성읍객사에서 만난 조성철 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태자리로 돌아온 수행자
평택의 안성천은 진위천이 더해지며 평택항을 지나 서해로 흘러든다. 그중 경치 좋은 굽이에 내리 캠핑장이 있다. 내리 문화공원 내에 조성되었기에 공원 오솔길을 걷고 난 후 안성천을 바라보며 휴식하기 좋은 장소다. 작가가 고향에 내려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곳이다.

작가 생활을 한 지 30년, 지구 반대쪽에서 땀에 절어 있을 것 같은 그가 보여준 평택의 장소는 모두 연결되어 한 방향을 향한다. 강당산과 객사, 용화사를 둘러보며 셔터를 누르는 그의 뒷모습에서 ‘미안함’이 느껴졌다. 지구 끝까지 가서 그곳 사람들의 얼굴과 삶을 담느라 바빴는데 정작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에 담을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강당산과 객사에 담긴 역사와 시간을 오며 가며 카메라에 담고, 용화사에서 김장하는 할머니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한다. 그가 평택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처음엔 생경하였는데, 다시 보니 평택의 시간을 제대로 담기 위해 고된 훈련을 마치고 온 수행자의 모습 같다. 이제라도 그가 원하는 ‘평택의 시간’을 담길 기대해본다.

평택 여행! 조성철의 Pick 5.
1. 평택섶길 : 전체 179km, 12개 코스로 강당산은 대추리길 구간에 속한다.

2. 팽성읍객사 :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37호. 경기도 평택시 동서촌로 101-3 문의 031-8024-5620

3. 용화사 : 평택시 팽성읍 팽성남산5길 68.

4. 내리 캠핑장 : 2020년 3월에 개장, 깨끗하며 캠핑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사이트 수 30면. 평택시 팽성읍 내리길 64-23. 문의 031-618-8446

5. 안정리 로데오 거리 : 지나는 사람의 70~80%가 외국인으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음식과 문화가 섞이는 이국적인 곳이다.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112-2

인문학 사진가 조성철.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인문학 사진가 조성철.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미니인터뷰 _ 조성철은 누구?

경기도 평택 출신의 조성철은 서울 예술대학교 사진과를 졸업했다. 세계로 향한 그의 발걸음은 1992년부터 시작 되었는데, 쌍용자동차 코란도 훼밀리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 종단촬영을, 다음 해에는 무쏘 자동차와 아프리카 종단촬영을 했다. 1997년에는 쿠바 세계 청년 축전 단독 촬영, 1999년 인도차이나 종단촬영, 2000년 라틴 아메리카 2차 종단촬영을 했다.

 

이후 2014년 사하라 횡단 촬영, 2015년 유라시아 횡단 촬영 등 조성철 작가는 한 나라나 지역이 아니라 대륙 자체를 종단하거나 횡단했다. 그들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행보다.

 

그의 사진은 깊은 울림을 주어 사진작가로는 최연소인 27세에 다큐멘터리 잡지 지오(GEO)에 연재했고, 스포츠 서울 창간 기념호에 남미 안데스 종단 기사를 연재했으며, 2015년에는 쿠바 무용 협회가 뽑은 올해의 최고상을 받았다. 페루 태양제를 찍은 사진은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색색의 옷을 입고 춤추는 사람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진 / 조성철 작가
사진 / 조성철 작가
강당산의 소나무 길. 사진 / 조성철 작가
강당산의 소나무 길. 사진 / 조성철 작가

그런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평택에서 만난 그는 평택 농악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평택 농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평택의 자랑인데 이렇다 할 기록과 작업이 보이지 않았다. 문득, 남의 나라의 시간과 역사와 사람만을 담으러 다녔던 시간이 부끄러워졌다. 외국의 경우 무용과 음악, 축제와 전통 등 자신들의 삶과 관련된 것을 기록하고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귀로 눈으로 즐겼던 평택 농악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유네스코도 인정한 우리의 문화유산인데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웠다. 30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내 고향 평택 농악을 제대로 표현해 볼 작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농악인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내포된 많은 것들을 끄집어내 사진 영상으로 표현한다면 세계인 누구나가 공감할 멋진 작품이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인문학 사진가로서 서울대학교 라틴연구소 등에서 여행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평화방송과 함께 세계 최초로 라틴 아메리카 가톨릭 루트를 개척해 Geo of landscape book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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