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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겨울 이색 포토 여행] 카메라 렌즈에 담은 안동의 겨울, 얼어붙은 강과 파란 하늘을 만끽하다
[겨울 이색 포토 여행] 카메라 렌즈에 담은 안동의 겨울, 얼어붙은 강과 파란 하늘을 만끽하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1.2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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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강 물길공원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안동] 최근 몇 년 간, 미세먼지로 인해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여행지에서도 ‘인증샷’만 겨우 남길 뿐,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져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강한 바람과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은 미세먼지도 잠시 사라지는 시간이다. 카메라를 들고 안동의 겨울을 만나본다.

영주, 봉화, 영양, 청송 등 경상북도 산악지형에 둘러싸여 있는 안동. 분지지형으로 인해 낮은 평균기온은 훨씬 북쪽인 서울과 경기 남부와 비슷할 정도다. 산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안동 전역을 휘몰아 지나가고, 낙동강이 시가지 중심부를 관통하니 안동의 겨울은 더욱 춥다. 그래서 안동 겨울 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면 두툼한 옷을 껴입어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강이 언 곳과 흐르는 곳의 대비가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작은 열매가 달린듯이 만들어진 고드름. 사진 / 노규엽 기자

산과 강이 강한 추위와 만나 멋짐을 뽐낸다
안동의 북부 지역은 청량산을 위시한 구릉지대가 밀집한 산악 지형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청량산을 끼고 내려와 안동호를 향해가는 낙동강 물줄기가 흐르며 강변으로 절벽 지형이 형성되어있고, 그 모습은 강원도 못지않은 풍경을 보여준다. 그 겨울 비경을 맛볼 곳 중 하나가 농암종택이 있는 가송리 지역이다.

농암종택은 농암 이현보의 종택으로, 이현보는 1504년 연산군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인물이다.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인해 원래 종택이 있던 분천마을이 수몰되며 내부 건물들이 안동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이건되었지만, 영천이씨 문중의 종손 이성원이 다시 한 곳으로 옮겨놓았다.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있는 농암종택은 종택과 사당, 긍구당 등을 둘러볼 수 있고, 숙박체험도 가능해 한옥에서 하룻밤을 묵어볼 수 있다.

보다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종택 앞을 흐르는 낙동강 주변이다. 청량산 자락의 기운이 남쪽으로 뻗어있는 가운데, 결에 맞춰 낙동강 상류가 휘어가며 흐르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듯하다. 종택 아래로 내려가 강 가까이로 가면 그 멋은 한층 더 도드라진다. 여느 유명한 해수욕장의 백사장과 비견해도 모자람이 없는 고운 모래밭 너머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이 흐르고, 강 주변으로는 물길을 굽이치게 만드는 깎아지른 절벽들이 우뚝 서있다.

낙동강 상류의 물은 한창 추운 겨울에 수면부터 얼기 시작한다. 수면은 얼어있어도 그 아래로는 힘찬 물결이 흐르고 있고, 얼음의 힘과 강물의 힘이 부딪히며 ‘달가닥’하고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겨울 강을 찾는 묘미다. 세찬 물살에도 자갈밭에 맞닿은 부분에는 넘쳐흐른 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해 동글동글 작은 열매가 달린 듯한 고드름을 만들어놓는다. 물이 언 곳과 흐르는 곳의 대비가 강변을 둘러싼 바위벽과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 멋진 겨울 풍경을 완성해주는 장소이다.

농암종택.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농암종택
주소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길 162-133
문의 054-843-1202 www.nongam.com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낙강물길공원의 모습에도 눈길이 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물이 얼었어도 징검다리는 사진 촬영 장소가 되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겨울에도 숨겨놓은 모습이 많은 비밀의 숲
농암종택이 있는 가송리에서 낙동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넓고 깊은 안동호를 만나고, 그 안동호의 끝까지 이동하면 안동댐이 그 많은 물을 가둬두고 있다. 그리고 안동댐 바로 아래에는 낙강물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낙강물길공원은 안동시내와 거리가 멀지 않아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다.

낙강물길공원은 ‘비밀의숲’으로도 불린다. 바깥에서는 작은 공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걸어서 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는 이유로 그런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을까 싶다. 공원에 조성된 호수와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화한다.

낙강물길공원이 가장 좋은 풍경으로 인기를 끄는 계절은 여름 또는 가을로 이야기되지만, 겨울 풍경도 아쉬울 것 없는 카메라 각도를 지니고 있다. 호수도 얼 정도의 추위로 인해 사진 포인트 중 하나인 분수와 폭포는 가동되지 않지만, 얼어붙은 호수 수면의 모습이 겨울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을부터 나무들이 떨어뜨렸을 마른 잎사귀들이 수면에 얼어붙어 추상화를 그려내고, 호숫가에 피어났던 창포꽃들은 수면 위로 살짝 올라온 줄기의 푸릇함만 남긴 채 남아있다. 다른 계절에는 느껴보지 못할 겨울만의 감성이다. 호수를 건너는 징검다리는 겨울에도 빠질 수 없는 사진 명소다.

안동댐과 비슷한 눈높이에 세워진 안동루. 사진 / 노규엽 기자
안동민속촌에서 오래된 집들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호수 주변을 벗어나 숲속 쉼터로 가는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안동댐을 볼 수 있는 안동루로 이어진다. 안동댐과 비슷한 눈높이에 서있는 안동루에서는 안동댐의 전경과 안동 시내 방면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물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고 가면 좋을 점. 낙강물길공원의 이름에 낙강이라 적힌 이유는 안동 사람들이 낙동강을 낙강과 동강으로 따로 부르기 때문이란 것이다. 지도에서는 전 구간을 낙동강으로 표기하지만, 안동 사람들에게는 안동호까지 이어지는 강의 이름은 낙강이고, 안동시내에서 동강인 반변천이 합류된 이후부터 낙동강이란 이름이 완성되는 것이다.

한편,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는 안동민속촌에 들러볼 수도 있다. 안동민속촌에는 안동댐 조성으로 수몰된 지역의 가옥 몇 채를 옮겨와 야외에 전시하고 있고, 강변을 산책하며 월영교도 볼 수 있다. 월영교 주차장과는 반대 반향이라 색다른 시각이다. 월영교는 야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니 방문 계획을 잘 짜보면 더욱 좋다.

낙강물길공원.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낙강물길공원
주소 경북 안동시 상아동 423

안동루에서 바라본 낙동강 물줄기. 월영교도 보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보물 제182호인 임청각 내부. 사진 / 노규엽 기자

안동의 보물들을 만나는 시간
사진을 위한 겨울 여행의 마지막 장소는 안동 시내에 있는 임청각이다. 임청각은 보물 제182호로 지정되어 있는 조선시대 건축물이자, 상하이 주재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기도 하다.

임청각은 영남산을 뒤로 두고 낙동강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중앙선 철도를 만들며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채가 철거되어 원래 모습의 절반만 남게 되는 비통한 일을 겪기도 했다. 최근 중앙선 복선철도 개통으로 임청각 복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수 년 후에는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임청각 옆에도 반드시 둘러봐야할 보물이 있다. 임청각으로 걸음을 향할 때부터 뒤편으로 커다란 모습이 눈에 띄었던 법흥사지칠층전탑이다. 국보 제16호인 법흥사지칠층전탑은 예전 이곳에 법흥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흔적이다. 원래 신라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법흥사는 어느 순간 흔적이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탑 옆에는 고성 이씨 탑동파 종택이 들어서 있다. 안동의 역사서인 <영가지>에는 ‘조선 성종 18년(1487)에 고쳐졌고, 당시까지 법흥사가 3칸 정도 남아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탑으로 알려지는 법흥사지칠층전탑은 높이만 16.8m에 이르러 탑 아래 서보는 것만으로 국보의 위상이 느껴질 정도다.

법흥사지칠층전탑은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기단부에 돋을새김한 팔부증상과 사천왕상 등의 국소적인 부분을 촬영하는 재미도 있으나, 해가 넘어가는 시간대에 해를 바라보며 실루엣을 촬영하면 꽤나 재미있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암산유원지의 강이 얼면 위에서 놀 수 있을 정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법흥사지칠층전탑은 해를 걸고 찍으면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일정이 남는다면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암산유원지도 가볼만한 겨울 풍경 촬영지다. 암산유원지는 겨울철 그늘에 가려져 있는 시간이 많아 강이 꽝꽝 얼기로 유명한 곳. 강이 충분히 얼기만 하면 매년 암산얼음축제를 열었던 장소이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 일정은 취소되었지만, 단단하게 언 얼음 위에서 한때의 유희를 즐기는 동네 사람들을 볼 수도 있다. 자연적인 얼음강을 보기 힘들어진 현대에는 강 위에 잠시 발을 얹어보는 경험만으로도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나게 하는 귀한 보물이다.

Info 임청각
주소 경북 안동시 임청각길 63

암산유원지.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암산유원지
주소 경북 안동시 남후면 암산1길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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