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코로나 블루 힐링 여행지 ②]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풀어줄 경남 거창의 힐링 여행 코스
[코로나 블루 힐링 여행지 ②]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풀어줄 경남 거창의 힐링 여행 코스
  • 류인재 기자
  • 승인 2021.02.15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계숲의 가선정과 갈천 임훈의 추모기념비. 사진 / 류인재 기자
갈계숲의 가선정과 갈천 임훈의 추모기념비. 사진 / 류인재 기자

[여행스케치=거창] 경남 거창은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 3개의 국립공원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산세가 깊고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조선시대부터 은둔 선비들이 노닐던 갈계숲,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지에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긴 후 따뜻한 순대 국밥 한 그릇을 먹으며 지친 몸을 달래보자. 죽전마을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며 감성을 채우면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다. 거창으로 코로나 우울을 떨쳐버리는 힐링 여행을 떠나보자.

청학교를 건너면 갈계숲이 나온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청학교를 건너면 갈계숲이 나온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정자와 소나무의 조화가 아름다운 갈계숲. 사진 / 류인재 기자
정자와 소나무의 조화가 아름다운 갈계숲. 사진 / 류인재 기자
갈계숲은 국가 산림 문화 자산으로 지정됐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갈계숲은 국가 산림 문화 자산으로 지정됐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은둔 선비들이 노닐던 갈계숲
갈계숲은 덕유산에서 하천이 흘러 내려와 동서로 갈라지면서 자연적으로 조성된 섬에 생겨난 숲이다. 섬이라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고 나무가 무성해 조선시대부터 은둔 선비들과 문인들이 시를 짓고 놀던 놀이터였다. 

북상초등학교 정문에서 ‘제차진입금지’ 안내판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청학교가 나온다. 난간이 나지막한 청학교를 건너면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소나무 숲 사이로 정자의 기와들이 보이고 기둥에 새겨진 한문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영의 재실인 경모재. 사진 / 류인재 기자
임영의 재실인 경모재. 사진 / 류인재 기자

 

병암정 내부 천장. 사진 / 류인재 기자
병암정 내부 천장. 사진 / 류인재 기자

갈계숲은 조선 중기 문신인 임득번과 은진 임씨 씨족마을이다. 숲 안에는 가선정, 도계정, 병암정 등 3개의 정자가 있다. 신선이 노닌다는 뜻의 가선정 안에는 갈천 임훈의 시 ‘가선정운’과 밀성 박봉기, 월성 김동준 등의 시가 걸려있다. 

갈계숲의 물가에는 물오리나무 군락이 펼쳐져 있고, 느티나무 군락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 때문에 갈계숲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숲으로 인정받아 국가 산림 문화자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왜가리, 물총새 등의 서식지이기에 시기가 맞으면 조류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권향용 숲옛마을 사무장은 “갈계숲은 사계절이 다 방문하기 좋지만 그중에서도 여름과 가을이 가장 좋다”며 “여름에는 200년~300년 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 산책하기 좋고, 9월~10월에는 상사화가 만발하여 장관을 이룬다”라고 말했다. 

거북 바위에 시구와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거북 바위에 시구와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수승대 입구. 거북 바위까지 가는 길은 산책하기 좋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수승대 입구. 거북 바위까지 가는 길은 산책하기 좋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지 수승대
갈계숲에서 2.4km 정도 이동하면 거창의 대표 관광지인 수승대가 나온다. 수승대는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로 사신을 근심스럽게 송별하는 곳이라고 하여 수송대라고 불리다가 퇴계 이황 선생이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이름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는 개명시를 지은 것을 계기로 수승대로 불리게 됐다. 

구연서원 입구에 있는 구연서원 관수루. 사진 / 류인재 기자
구연서원 입구에 있는 구연서원 관수루. 사진 / 류인재 기자
요수 신권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구연서원. 사진 / 류인재 기자
요수 신권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구연서원. 사진 / 류인재 기자

수승대 산책로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구연서원을 마주한다. 조선 중종 때 요수 신권 선생이 은거하며 제자들을 양성했던 곳이다. 구연서원을 지나 발걸음을 옮기면 수승대의 대표적인 볼 거리인 거북 모양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위천 중간에 솟아있는 거대한 바위 섬인 거북 바위는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조인성과 송혜교가 출연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요수 신권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던 요수정. 사진 / 류인재 기자
요수 신권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던 요수정. 사진 / 류인재 기자
요수정에서 바라보면 엎드려 있는 거북 모양의 거북 바위를 볼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요수정에서 바라보면 엎드려 있는 거북 모양의 거북 바위를 볼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소원판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소원판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구연교로 하천을 건너 요수정에서 수승대를 바라보면 엎드려 있는 거북 모양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거북 바위의에는 수많은 글씨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대부분의 글씨들은 이곳을 찾은 선비들이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이다. 일종의 방명록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중 ‘퇴계명명지대(퇴계선생이 이름을 지은대)와 ’갈천장구지소(갈천 선생이 거닐며 노니던 곳)‘이라는 글귀도 볼 수 있다. 한부연이라는 선비가 글귀와 시구를 새겼다고 전해진다. 

거북 바위의 등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거북 바위 주변에도 소나무 숲이 있는데 요수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소나무를 심어 가꾸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며 울창해진 소나무 숲은 빼어난 풍광을 뽐내며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거창전통시장의 순대거리. 사진 / 류인재 기자
거창전통시장의 순대거리. 사진 / 류인재 기자
거창의 대표 음식인 순대국밥. 사진 / 류인재 기자
거창의 대표 음식인 순대국밥. 사진 / 류인재 기자

거창전통시장 순대거리에서 힐링 푸드를 맛보다
거창전통시장은 매월 1일과 6일에 열리는 전통 5일 시장이다. 시설이 깔끔하고 주차장도 완비되어 있어 편리하다. 시장 입구부터 분식을 파는 가게들이 군침을 돌게 한다. 각종 산나물과 채소들을 사고파려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반찬 가게에는 경상도에서 즐겨먹는 콩잎 장아찌도 볼 수 있다.

먹자골목으로 가면 순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 앞에서 포장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순대와 수육을 써는 손길이 분주하다. 거창에 왔다면 이 순대거리에서 순대국밥과 피순대를 꼭 먹어봐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순대거리에서 ‘단골식당’이라는 가게에서 순대 국밥을 주문하자 맛보기 순대를 내어준다. 경상도에서는 막장에 순대를 찍어 먹는데, 막장에 콕 찍은 순대는 비린내를 잡아줘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뚝배기에 담긴 순대 국밥은 국물을 오랜 시간 끓여 뽀얗고 고소하다. 국물 속에 순대는 쫀득쫀득 찰기를 자랑한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피순대다. 돼지의 소장에 당면과 선지를 넣고 쪄내는데, 선지가 가득 찬 것이 특징이다. 다른 재료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선지가 꽉 차있어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나무의 곧고 청아한 이미지를 살린 여현균 작가의 '죽전만당'.
대나무의 곧고 청아한 이미지를 살린 여현균 작가의 '죽전만당'.
김덕혜 작가의 '바람불면 널 만나는 기쁨에', 박희성 작가의 '빛에 현혹되다', 박정임 작가의 '대나무와 활'.
김덕혜 작가의 '바람불면 널 만나는 기쁨에', 박희성 작가의 '빛에 현혹되다', 박정임 작가의 '대나무와 활'.
죽전마을의 액운이 사라지고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여영 작가의 '기원'.
죽전마을의 액운이 사라지고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여영 작가의 '기원'.

예술적인 감성을 채워줄 죽전마을
거창전통시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죽전마을로 가보자. 죽전마을에서는 산책을 하면서 마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죽전마을회관 입구에서 거대한 대나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이근은 작가의 ‘Reboot(재시작)’이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며 어두운 죽전마을을 환히 밝힌다. 마을회관 바로 옆에는 3개의 거대한 기둥이 서있다. 정경모 작가의 ‘솟대의 꿈’이라는 작품이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마을의 화합과 번영을 기원한 작품이다. 마을회관 앞에 솟대 조형물을 설치해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신영택 작가가 작품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신영택 작가가 작품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죽전마을회관 앞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샛별초등학교, 거창고등학교, 거창여자중학교 등 등굣길을 따라가면 작품을 계속 만날 수 있다. 거창여중 앞에서 대나무의 곧고 청아한 이미지를 살린 여현균 작가의 ‘죽전만당’ 작품을 보고 모퉁이를 돌자 신영택 작가가 ‘한국의 이미지-조각보와 달 항아리’라는 작품을 설치하고 있었다. 신영택 작가는 “조선시대 대표 공예품인 조각보를 주제로 만든 작품이다”라며 “조각보는 원래 천으로 만드는데 조각보 패턴을 오방색 타일 조각들을 이용해 3차원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규모가 큰 두 개의 작품은 거창죽전도시숲공원에 전시되어 있다. 박영선 작가와 신영주 작가의 ‘대나무의 꿈’과 김태우 작과와 정광희 작가의 ‘흐름과 머무름’이다. 

죽전마을에 예술 작품들이 있는 이유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고 지역 주민에게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품들이 제작된 것이다. 죽전마을은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아서 ‘죽전’이라고 불리었는데, 이 의미를 살려 대나무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다. 또한 거창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참여해 작품을 제작해 의미를 더했다. 마을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감성까지 가득 채울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