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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꽃여행 맛여행] 구례 ‘봄스테이’, 전통정원 고택에서 산닭 숯불구이까지
[꽃여행 맛여행] 구례 ‘봄스테이’, 전통정원 고택에서 산닭 숯불구이까지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1.02.15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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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산수유.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현천제 저수지에 드리운 산수유나무.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구례] 봄은 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직은 매운바람에 가슴이 시리지만 봄은 어김없이 저 바다와 강과 산을 넘어 서서히 북상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에선 영락없는 봄내음이 묻어났다. 언 강은 봄을 싣고 흘렀고, 봉오리를 맺은 꽃은 향기로 피어났다.

그전까지는 대숲 너머에 또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돌아가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가을과 겨울 쌍산재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TV 프로그램 <윤스테이>가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 연초였다. 방송을 하는 날이면 인터넷엔 ‘윤스테이 촬영지’ 식의 관련 검색어가 상위에 랭크되곤 했다. 전국 곳곳 한옥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화면 속 한옥은 품고 있는 정원부터 남달랐다. 마치 사철 푸른 비밀의 숲에 폭 안긴 것처럼 집은 그 안에 머문 사람에게도,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시청자에게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방송이 나간 날이면 그 집을 찾아보는 이들로 분주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 그래서 궁금했던 곳, 바로 섬진강과 지리산 곁 구례 쌍산재다.

급할 것 없이 천천히 둘러봐야 쌍산재의 이쁨을 잘 볼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언제 가도 좋지만 봄에 더 좋은 쌍산재.
사계절 푸른 색감을 자랑하는 구례 고택의 대숲.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계절 푸른 색감을 자랑하는 구례 고택의 대숲.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쌍산재, 봉인 해제된 비밀의 정원
구례군 마산면 상사마을에 자리한 쌍산재는 오미마을의 운조루, 곡전재와 더불어 구례를 대표하는 한옥 고택으로 꼽힌다. 300년쯤 된 건물과 전통정원(도지정 민간정원 5호)도 그렇지만 집 앞에 솟는 ‘당몰샘’으로도 이름이 높다. ‘지리산 약초 뿌리가 녹아있다’는 이 물을 뜨러 인근 주민은 물론 타지의 사람들까지 부러 찾아와 물통을 가득 채워간다. 지금은 <윤스테이>로 뜨겁지만 그보다 한참 전엔 <1박2일>에 소개돼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한옥을 숙소로 개방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수익보다는 집을 관리하기 위해서란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집에 윤이 나기 때문이다. 방은 낮고 작지만 정갈하다. 가을이면 처마마다 주홍빛 감이 줄줄이 달려 단내를 풍긴다. 밤이면 문밖으로 스며든 산과 강의 바람이 잠자는 이를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온돌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웃풍은 일종의 공기 순환입니다. 등은 따뜻하고 콧날은 시원하죠.” 6대째 살고 있는 오경영 대표의 말이다.

잠 손님이 아니어도 쌍산재를 둘러보는 일은 가능하다. 간혹 ‘아랫동네’로 불렸던 고택 건물만 휭하니 둘러보고 가는 이들이 있다. 적어도 이 집이 전파를 타기 전까진 그랬다. “잠시만, 저기는 뭐야?” 방송 첫 회에서, 쌍산재를 방문한 배우 박서준은 대숲과 그 사이에 드러난 돌계단을 보고 물었다. 그 전까지의 사람들도 대숲 너머에 새로운 풍경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저기도 쌍산재인가? 때로는 짧은 오르막에 지레 겁을 먹고, 혹은 휭하니 둘러보는 여행에 익숙해 대충 사진만 찍고 돌아가기 바빴다. “뭐, 별거 없네.” 실망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렇게 힘없이 가버리면, 떠난 사람만 손해다.

동백꽃이 떨어진 3월의 쌍산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동백꽃이 떨어진 3월의 쌍산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쌍산재는 사계절 예쁜 곳이지만 봄에 유독 더 아름답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쌍산재는 사계절 예쁜 곳이지만 봄에 유독 더 아름답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겨울에도 초록인 쌍산재의 대숲.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겨울에도 초록인 쌍산재의 대숲.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천히, 급할 것 없이 걸을 때라야 쌍산재의 진가가 발휘된다. 저 대숲 너머엔 충분히 그럴 만한 풍경이 숨어있다. 한때는 비밀의 정원으로 불렸던 곳. 지금은 봉인 해제돼 누구나 대숲 너머의 풍경을 알아버린 곳….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물이 들고, 나무는 계절에 맞게 바뀌어서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대숲과 동백과 일부 식물은 계절에 상관없이 초록이다. 그래도 이 집을 더 어여쁘게 하는 건 봄일 수밖에 없다. 샛노란 산수유와 하얀 매화, 붉은 동백이 기와지붕과 맞물려 그야말로 봄처럼 피어난다. 키 큰 외국 손님이 몸을 접으며 들어섰던 대문(영벽문)을 나서면 TV로 보았던 저수지 옆 산책코스가 나온다. 고즈넉한 고택의 기품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그만큼 인자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을 터이다.

쌍산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쌍산재
하룻밤 숙박료는 15만원에서 20만원이고, 별채의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 전체가 목조 고택이라 취사는 할 수 없다. 안전상의 이유로 초등 미만의 영유아는 출입이 제한된다. 입장료는 웰컴티 포함 1만원.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632
문의 010-3635-7115

INFO 교통편 
서울과 부산 등에 구례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용산역~서대전역~전주역 등을 지나는 전라선 기차가 구례구역에 정차한다. 구례에서 산동면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14회쯤 있다. 쌍산재가 있는 상사마을까지의 택시비는 1만원 안쪽이다. 역에서는 요금이 더 늘어난다.

현천마을의 저수지 현천제 옆으로 이어진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의 3월을 장식하는 산수유 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의 3월을 장식하는 산수유 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현천은 상위마을과 더불어 구례를 대표하는 산수유마을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현천은 상위마을과 더불어 구례를 대표하는 산수유마을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샛노란 3월의 꽃, 구례하면 산수유 
봄은 이미 시작됐다. 남녘의 꽃들은 찬바람 속에서도 용케 봄의 볕을 찾아 흡수했다. 햇살이 닿은 곳마다 아기 같은 봉오리가 맺혔고, 봉오리는 다시 꽃잎을 달고 한껏 기지개를 켰다. 산수유는 구례를 대표하는 꽃이자 열매다. 3월에 샛노란 꽃을 열고, 10월엔 새빨간 열매를 촘촘히 단다. 때를 잘 맞춘다면 뒤늦게 핀 매화와 일찍 핀 섬진강변의 벚꽃도 볼 수 있다. 한 번에 어우러진 꽃들로 화사한 남쪽 지역, 구례 여행의 힘이다.

봄에는 노란 꽃으로, 가을엔 빨간 열매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봄에는 노란 꽃으로, 가을엔 빨간 열매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현천마을 위쪽의 작은 계곡.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현천마을 위쪽의 작은 계곡.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의 봄을 대표하는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산수유다. 구례 계척마을엔 약 1천 년 전 심었다는 산수유시목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중국 산동성에서 시집온 처녀가 갖고 와 심은 것이라고 한다. 옛날 구례 산동면 처녀들은 입에 산수유열매를 넣고 앞니로 씨와 과육을 분리했는데, 어릴 때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이 작업을 반복해서인지 앞니가 많이 닳았고, 그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산동처녀는 쉽게 알아보았다고 한다. 요즘은 단순한 약재를 넘어 막걸리, 뱅쇼, 빵, 강정 등 다양한 요리 재료로도 쓰인다.

쉬엄쉬엄 산수유 꽃길 걷기여행도 할 수 있다. 축제 행사장 주변의 1코스 꽃담길은 3.6km에 1시간 10분, 소박한 마을 곁 사랑길과 산동면 조망이 가능한 풍경길은 똑같이 3.1km에 50분, 오래된 산수유나무를 볼 수 있는 달전마을 천년길은 2.6km에 40분,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5코스 현천마을은 1.4km에 30분이다. 1코스 꽃담길이 제일 쉽고 예쁘지만 현천마을도 그에 못지않다. 현천은 전인화, 허재, 김종민 등이 출연했던 TV프로그램 <자연스럽게>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산수유문화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산수유마을
별도의 입장료와 주차료, 또 휴무 없이 상시로 방문할 수 있다. 산동면 소재지에 지리산온천랜드와 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 등 숙소, 식당, 카페가 많다.
주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위길 7

당골마을의 산닭구이. 당골식당이 제일 유명하지만 그 밖에도 몇 개의 식당이 더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닭육회. 담백, 쫄깃, 고소함이 어우러진 요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깊은 산골, 산닭구이 먹으러
닭을 이용한 요리는 산자락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는데, 산동면 끝자락 당동마을에선 더 특별한 맛을 만날 수 있다. 그 이름도 산닭구이! 산에서 자란 닭, 아니면 살아있는 닭? 산에 풀어 키운 닭을 바로 잡아서 손님상에 올렸으니 둘 다 맞는 셈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내비게이션은 자꾸만 산 속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오죽하면 식당 앞에 이런 글이 써있을까. “왔쏘? 찾아오느라 애썼네!!” 길도 좁은데 주차장엔 이미 차들이 가득하다. 소문을 듣고 달려온 이들이다. 번잡함이 싫다면 점심손님이 빠진 낮 1시 이후, 적어도 30분 전에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제일 먼저 나온 건 조리를 하지 않은 생살. 이른바 닭 육회다. 그만큼 신선하단 방증이기도 한데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식당 한쪽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므로 자신 있는 분만 추천”이라고 적혔다. 예까지 온데다 접시에 담아온 폼이 맛깔스러워 한 젓가락 집어본다. 어라? 생각보다 맛있네! 쫄깃하고 고소하다. 남은 걸 불에 구웠더니 육회보다도 맛이 덜하다. 

육회는 육회일 때 제일 맛있다. 육회가 얼추 사라질 때쯤 구이용 고기가 나온다. 적당히 양념한 닭살을 숯불에 굽는다. 짜거나 달지 않고 부드럽다. 매실과 마늘을 올려 쌈을 싸도 맛있고, 양념장에 찍어도 좋다. 마지막은 표고와 녹두가 들어간 죽. 순서대로 나온 요리를 하나씩 먹다보면 어느새 배가 든든하다. 찾느라 고생은 했지만 손님 입장에선 멀리 온 보람이 있는 곳이다.

당골식당.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당골식당.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당골식당
산닭구이는 6만원으로 3~4명이 먹기 적당한 양이다. 백숙과 닭볶음탕 6만원, 옻닭은 6만5000원이다. 영업시간은 매일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엔 문을 닫는다. 다만 3월과 4월, 7월과 8월엔 매일 영업한다.
주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당골길 86-31
문의 061-783-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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