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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출사여행] 태안의 간조, 낙조, 그리고 파도
[출사여행] 태안의 간조, 낙조, 그리고 파도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2.19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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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나드는 물에 따라 모습이 바뀌는 바다의 멋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그리고 일리포
파도리와 갈음이 등 일몰 포인트 다양
태안을 찾으면 다양한 모습의 바다를 찾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백사장항으로 들어오는 어선. 사진 노규엽 기자
태안을 찾으면 다양한 모습의 바다를 찾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백사장항으로 들어오는 어선.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태안]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듯 하지만 아직 초록빛을 보기에는 이른 시기. 봄을 눈으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날리려 태안으로 서해를 만나러간다. 바다와 닿은 땅이 많은 만큼 수많은 해변을 지니고 있는 태안의 바닷가들은 닮은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지녔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태안반도와 그 아래 안면도까지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있는 태안군.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펼쳐진 갯벌과 사구, 기암괴석 등 아름다운 경관을 지녀 국내 유일의 해안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다. 해안선의 길이만 약 530km에 이르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바닷가들은 어느 곳을 찾아도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긴다.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의 바다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안면도다. 서해의 풍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게 개발된 태안해변길 중 노을길이란 이름이 붙은 곳을 찾아간다. 태안해변길 5코스인 노을길은 안면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백사장항이 시작점이라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백사장항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해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줄을 지어 이어진다. 그 식당들을 지나 백사장항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수산시장 옆 주차장에 도착하면 거대한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편 드르니항과 연결된 대하랑 꽃게랑다리다. 사람만이 건너다닐 수 있는 해상인도교로, 드르니항 쪽 다리 입구에는 꽃게, 백사장항 쪽 입구에는 새우 조형물이 있다. 이곳이 꽃게와 새우가 많이 잡히는 곳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 다리 위로 오르면 백사장항과 드르니항 두 어항의 모습과 넓게 펼쳐진 바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닷가를 즐길 때는 곰솔숲을 단 한 곳이라도 가봐야 한다. 마침 백사장항 옆으로 아담한 곰솔숲이 자리해있다. 노을길 코스 방향을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솔숲은 백사장 캠핑장까지 이어지며,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백사장해수욕장의 풍경도 두루 눈에 담기 좋다.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이어주는 해상인도교 '대하랑 꽃게랑' 다리. 사진 노규엽 기자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이어주는 해상인도교 '대하랑 꽃게랑' 다리. 사진 노규엽 기자
바닷가 방풍림 역할을 하는 곰솔숲은 꼭 찾아가봐야 하는 곳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바닷가 방풍림 역할을 하는 곰솔숲은 꼭 찾아가봐야 하는 곳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곰솔숲 안에서 바라본 백사장해수욕장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곰솔숲 안에서 바라본 백사장해수욕장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백사장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삼봉해수욕장은 의외의 발견이었다. 해변에 발을 딛자마자 좌우로 넓게 펼쳐진 해변의 크기에 놀라고 만다. 이곳은 조개류가 많기로 유명한 곳인 가보다.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는 시간이면 조개를 캐러 나온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고, 먹이를 찾는 갈매기 무리도 갯벌을 가득 메우고 있다. 모래사장에는 크고 작은 조개껍데기가 무수히 널려있어 여름철 해수욕장으로는 위험하지 않나 생각이 들면서도, 평화로운 해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삼봉해수욕장 뒤편으로도 솔숲이 우거져 있다. 캠핑장을 겸하는 솔숲은 백사장항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도 넓어 또 다른 맛을 보여준다.

노을길 구간의 해변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두여해변이다. 대규모 지각운동에 의해 지층이 큰 물결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는 형태의 습곡이 특이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곳은 해변으로 내려가 발을 디디며 보는 곳이 아니다. 나무데크로 제작된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봐야 한다. 만일 물이 들어온 시간대에 이곳을 찾는다면 지구의 신비를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다 속에 잠길 수 있으므로, 물 때 시기를 확인해서 간조 시간대에 방문해야 한다.

 

조개를 캐는 사람들과 먹이를 찾으려는 갈매기들이 공존하는 삼봉해변. 사진 노규엽 기자
조개를 캐는 사람들과 먹이를 찾으려는 갈매기들이 공존하는 삼봉해변. 사진 노규엽 기자
백사장항과 삼봉해변은 태안해변길 코스로도 연결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백사장항과 삼봉해변은 태안해변길 코스로도 연결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소나무가 우거지고 길이 넓어 걷는 맛이 더 있는 삼봉해변의 곰솔숲. 사진 노규엽 기자
소나무가 우거지고 길이 넓어 걷는 맛이 더 있는 삼봉해변의 곰솔숲. 사진 노규엽 기자
두여전망대를 오르면 바다가 만들어낸 신비한 지형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두여전망대를 오르면 바다가 만들어낸 신비한 지형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Info 백사장어촌계 수산시장
주소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1126

Info 두여전망대
주소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산12-37

 

만리포 명성에 뒤지지 않는 백리포 해변
태안에서만 아니라 서해안 지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만리포해수욕장. 만리포란 지명은 조선 초기에 중국 사신을 전송하며 수중만리 무사항해를 기원했던 곳이라 하여 만리장벌로 불리던 데서 유래했다. 백사장이 좋고 수심이 얕아 여름철이면 가족 단위의 피서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이 만리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숫자가 점점 줄어들며 천리포와 백리포, 십리포와 일리포까지 있다. 천리포는 만리포가 유명해지면서 가까운 해변인 이곳에도 사람들이 몰리게 됐다는 해수욕장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수목원으로 불리는 천리포수목원과 붙어있다. 만리포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해변 앞에 닭섬이 있어 시야가 탁 트인 만리포와 다르게 안정감이 드는 모습을 지녔다. 바닷물이 빠지면 닭섬으로 걸어갈 수도 있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기도 하는 곳이다.

천리포에서 또 북쪽으로 가면 큰댕골산과 작은댕골산이라는 바다와 맞닿은 작은 산 두 개 사이에 백리포가 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가면 갑자기 비포장도로로 안내를 해서 잠시 당황하게 만드는 곳이지만, 하나 밖에 없는 길을 따라 가면 아담한 모습이 좋은 백리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양쪽 두 개의 산 아래로 갯바위들이 있는 가운데,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의 모습이 즐거운 곳이다. 해변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멀지 않아 전체를 살랑살랑 걸으며 숨겨진 모습을 찾아보는 일이 즐거운 곳이다.

 

바다에 닭섬이 떠있는 천리포해수욕장. 사진 노규엽 기자
바다에 닭섬이 떠있는 천리포해수욕장. 사진 노규엽 기자
바닷물이 빠지며 모래밭에 남기는 흔적도 좋은 사진 구도가 되어준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바닷물이 빠지며 모래밭에 남기는 흔적도 좋은 사진 구도가 되어준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백리포해변은 아담한 해변에 끊임없이 드나드는 파도의 모양이 예쁜 곳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백리포해변은 아담한 해변에 끊임없이 드나드는 파도의 모양이 예쁜 곳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한편, 백리포에서 북으로 계속 가면 차례로 만날 수 있는 십리포와 일리포는 직접 방문할 수가 없는 곳이라 아쉽다. 백리포에는 군사 시설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을 자제하고 있으며, 일리포는 연결되는 도로가 전혀 없는 해안으로만 존재하는 자리에 있다. , , , , 만으로 이어지는 네이밍의 재미는 좋았지만, 직접 가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엔 보상이 없다. 의항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다가 보이는 정자 쉼터에서 먼발치 나마 보는 일로 만족해야 한다.

Info 백리포야영장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백리포길 39-4

 

귀가 즐거운 파도리, 눈이 즐거운 갈음이 일몰
각기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태안의 해변들 중 파도리는 비주얼이 남다른 곳이다. 파도리라는 이름부터 바다의 느낌을 물씬 담고 있는 이곳은 갯바위와 자갈이 많아 파도소리가 그치지 않는다는 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 고려 문종 때는 파도가 거칠어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뜻으로 난행량이라고 불리기도 했단다.

파도리 해변은 두 개의 모습을 지녔다. 남쪽에서부터는 자갈들이 깔려있는 반면, 북쪽으로 이동하면 모래사장이 해변을 이루고 있다. 파도소리가 좋은 곳은 당연히 남쪽이다. 스르르~ 촤아~ 하며 들어오고 나가는 파도소리 뒤에 자갈이 물살에 이끌리며 차르르르르~ 하고 여운을 끌어줘 잠시 눈을 감고 파도에 취해보기 좋다.

파도리 해변에는 숨겨진 명소도 있다. 자갈밭에서 모래사장으로 걷다보면 갯바위들이 길을 막으며 해변의 끝에 이르는데, 갯바위를 넘어 가면 SNS용 사진 명소로 소문이 난 해식동굴이 나타난다. , 동굴은 바닷물이 빠져나갔을 때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니 물때를 잘 맞춰야하고, 갯바위 구간이 꽤 험하니 오갈 때 조심해야한다.

 

파도리해변의 파도소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자갈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파도리해변의 파도소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자갈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파도리해변은 자갈밭과 모래밭이 공존하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노규엽 기자
파도리해변은 자갈밭과 모래밭이 공존하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갈음이해변에 외로이 서있는 한 그루 소나무. 사진 노규엽 기자
갈음이해변에 외로이 서있는 한 그루 소나무. 사진 노규엽 기자
갈음이해변에서는 조개껍데기를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어도 좋은 모습이 나온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갈음이해변에서는 조개껍데기를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어도 좋은 모습이 나온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갈음이해변은 솔숲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갈음이해변은 솔숲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파도리 해변과 해식동굴을 배경으로 낙조 사진을 찍어도 좋겠지만, 파도리에서 남쪽에 위치한 갈음이 해변의 낙조를 택했다. 갈음이 해변은 드라마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의 촬영장소로도 알려져 있는데,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왈츠 씬을 촬영한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곱고 부드러운 모래로 이루어진 천연 사구와 울창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비주얼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왈츠 씬을 촬영한 장소가 바로 소나무숲. 해가 지는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이병헌과 이은주가 춤을 추던 장면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시 봐도 아름답다.

갈음이 해변은 백사장이 매우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파도가 들어오는 모습도 잔잔하다. 바다를 앞에 두고 해가 지는 낙조 광경은 일품. 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다가 왼편 멀리 보이는 신진도에 건물 불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태안 여행은 마무리된다.

Info 갈음이해수욕장
주소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산1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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