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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남해바래길 걷기여행 ③] 초록일 때 더 예쁘지만 지금도 좋아요, 제4코스 고사리밭길
[남해바래길 걷기여행 ③] 초록일 때 더 예쁘지만 지금도 좋아요, 제4코스 고사리밭길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1.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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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너머로 사천시 삼천포 일대가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 너머로 사천시 삼천포 일대가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남해] ‘지리적표시제 13호(임산물)’로 인증 받은 남해군 창선면 일대의 고사리는 국내 고사리 생산량의 약 30%에 달하는 대표적 효자 작물이다. 그 덕에 고성, 사천(삼천포), 사량도 등을 바라보며 걷는 이번 4코스의 이름도 ‘고사리밭길.’남파랑길 37코스와도 길이 겹친다.

지난달 걸음을 끝낸 창선파출소 앞에서 다음 길이 이어진다. 횡단보도를 건너 옥천장 옆 골목을 나서면 본격적인 바래길이 시작된다. 동대만간이역~식포마을~가인리~천포마을~적량마을을 거치는 길로 약 15km에 휴식 포함 넉넉히 6시간쯤 걸린다. 바래길 사무국 기준 난이도는 별 5개 중 4개. 거리도 난이도도 만만치 않지만 길 자체가 예쁘다. 오히려 별 하나가 적었던 지난 3코스 동대만길(남파랑길 36)보단 걷는 재미가 있다.

옛집을 깔끔하게 고쳐놓은 것이 담장 밖의 사람까지 기분 좋게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옛집을 깔끔하게 고쳐놓은 것이 담장 밖의 사람까지 기분 좋게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바래길 4코스는 난이도가 높은편이지만 길 자체가 예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바래길 4코스는 난이도가 높은편이지만 길 자체가 예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동색 안내판은 예전 이 길이 7코스이던 시절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4코스가 된 지금은 길이 조금 바뀌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동색 안내판은 예전 이 길이 7코스이던 시절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4코스가 된 지금은 길이 조금 바뀌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껍데기도 버릴 게 없는 굴
걷는 길 우측으로 승마장과 동대만간이역이란 간판이 보인다. 승마장은 그렇다 쳐도 기차가 없는 남해에 ‘간이역’이란 이름이 붙은 건물이 궁금하다. 남해 승마장은 ‘군민 건강 증진 및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립했다는데 조선시대만 해도 농사짓기 어려운 섬에 주로 목장을 지었고 흥선도, 그러니까 지금의 창선 역시 전체가 목장지역이었다고 한다. 동대만간이역 1층은 특산물판매장, 2층은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여서, 월요일에 길을 걷는 이들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동대만 둑길로 접어들면 왼쪽 바다 끝에 뭍과 섬을 잇는 창선ㆍ삼천포대교, 그 너머의 사천대교까지 보인다. 둑 너머 오른쪽 갯벌엔 황금빛 갈대가 바람에 따라 흔들렸다. 하얀 새 한 마리가 우아한 몸짓으로 갈대밭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둑길 끝에서 길이 양 갈래로 나뉜다. 이정표를 봐도 어디를 가리키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일단 오른쪽으로 가본다. 좀 전에 둑길을 달렸던 용달차가 그쪽에 정차해 있었다. 차는 꾸리한 냄새를 풍기며 사라졌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굴 껍데기다. 요상한 기계에 폐기된 껍데기를 버리면 자잘한 가루로 변신했다. 이 굴 껍데기 가루는 천연 칼슘보충제여서 가축 먹이나 비료 등으로 사용된다.

냄새는 고약했지만 더 구경하려는데 “삑삑삑, 삑!”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어댄다. 무슨 일인가 싶어 꺼내보니 경로를 이탈했다는 메시지가 떠있다. 바래길 앱을 깔아두길 잘했다. 얼른 갈림길로 돌아와 바다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저 멀리 외딴 집 한 채가 보인다. 바닷가 옆인데 저런 집들은 태풍에 괜찮을까? 괜찮을 걸, 여기는 지형상 태풍에도 배들이 피항하는 곳처럼 생겼어. 그러고 보니 바래길(남파랑길) 리본이 저 집 계단에 달렸네!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며 집 가까이 오자 노란색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여기서 70m 구간은 개인 주거 공간이니 조용히 지나가달라.’계단을 올라 얼른 집을 벗어난다.

난이도가 높은 만큼 거리도 길고 오르막도 많은 고사리밭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난이도가 높은 만큼 거리도 길고 오르막도 많은 고사리밭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와 어우러진 남해 고사리 밭.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와 어우러진 남해 고사리 밭.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래꾼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걷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래꾼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걷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초원처럼 둥근 고사리밭길
집 뒤 언덕과 언덕 아래의 바다와 그 옆에 그어진 도로를 따라 올라서다 횡단보도를 건넌다. 길은 구릉 위쪽으로 이어졌다. 우측 아래로 ‘뚬벙’이 보인다. 뚬벙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미니 저수지인데, 밖에서 볼 땐 웅덩이처럼 작지만 2~3미터까지 깊은 곳도 있어 예전엔 사고가 많았다고 한다. 비탈진 섬의 논은 작다. 앞서 말한 것처럼 농사짓기 어려운 섬들에선 주로 말을 키웠지만 요즘의 남해는 시금치와 마늘 등 채소 수확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전국 최대 주산지 격인 남해 고사리를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시멘트 오르막을 다 올라서면 본격적인 고사리 밭이 펼쳐진다.

차밭 같기도 하고, 목장 같기도 하고, 골프장 같기도 한 남해 창선의 고사리 밭. 둥글게 모여 앉은 언덕들이 깡총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참, 고사리 밭엔 뱀도 많다. 뱀이 특별히 고사리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고사리 밭의 우거진 환경을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고사리 밭엔 뱀이 많다는 걸. 고사리를 뜯기 위해선 몸을 낮춰야 하고, 그 때문에 얼굴 가까이 뱀을 만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고사리를 딸 땐 목이 긴 장화가 좋다. 대범한 할머니들은 장화로 툭툭, 뱀을 차버리기도 한다.

농작물이 상하지 않도록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농작물이 상하지 않도록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도로 위에 그려진 이정표도 참고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도로 위에 그려진 이정표도 참고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사리밭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남해의 고사리밭은 유독 더 가파르다. 바래길은 비탈진 고사리밭 사이에 있고, 길의 위쪽과 아래쪽은 극명한 각도차를 보인다. 위쪽의 고사리는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고, 아래쪽의 고사리는 푸른 바다와 맞물렸다. 자칫 저 아래 포구까지 떼굴떼굴 굴러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노령의 주민들이 이렇게 가파른 길을 오르내린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따스한 햇살과 청정한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의 고사리엔 굽은 등으로 꺾고 삶고 말리는 남해민들의 수고와 정성도 배어 있다. 그래서 더 눈물 나게 맛나다.

고사리 채취 시기인 봄엔 사전 예약해야 걸을 수 있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사리 채취 시기인 봄엔 사전 예약해야 걸을 수 있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와 어우러진 남해 고사리 밭.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와 어우러진 남해 고사리 밭.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갈색으로 색이 바뀐 늦겨울의 고사리 밭.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갈색으로 색이 바뀐 늦겨울의 고사리 밭.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3월부터 6월까진 사전예약으로
계절상 지금은 갈색뿐이지만 여름엔 이 일대가 모두 초록으로 변한다. 갈색이어도 예쁘지만 초록일 땐 이국적 멋이 더해진다. 식포마을을 지나면 두 번째 고사리 언덕이 펼쳐진다. 산 하나가 통째로 고사리 밭으로 변했다. 

민둥산 곳곳에 자란 나무들과 운행을 멈춘 모노레일이 조용한 산에 그림처럼 펼쳐졌다. 지금은 누구나 마음껏 오를 수 있지만 고사리를 채취하는 3월부터 6월까진 사전 예약자에 한해 걸을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넓고 넓은 산에 가득한 고사리는 걷는 이들의 양심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농작물 채취 금지.’곳곳에 걸린 경고문은 애타는 농심이다. 적어도 넉 달간은 안내인의 동행 하에, 농부들께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히 걷는 게 좋다.

고사리 수확철이 끝나고 여름에 찾는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색감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사리 수확철이 끝나고 여름에 찾는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색감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름엔 황토색 고사리 밭이 온통 초록으로 변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름엔 황토색 고사리 밭이 온통 초록으로 변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동색 예전 이정표. 요즘은 빨간색 파란색 화살표와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고동색 예전 이정표. 요즘은 빨간색 파란색 화살표와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숲을 벗어나자 “와!”짧은 탄성이 쏟아진다. 풍경은 다시 한 번 장관을 이루었다. 드넓은 고사리 평원 너머로 남해와 사천의 바다가 펼쳐졌다. 붉은 교각과 기다랗게 누운 와룡산, 도심의 실루엣이 바다 건너 창선에서도 보였다. 남해의 고사리는 몸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폭신한 흙이라서 걷기에 좋고, 뛰어난 풍경 덕에 눈에도 좋고, 기분도 좋다. 고사리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자라는지 알았다 해도 이런 광경 앞에선 저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고사리밭길에선 사진을 찍고 찍히는 반복된 패턴이 끊이질 않는다.

왼쪽 바다와 오른쪽 갈대숲을 나누는 제방.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왼쪽 바다와 오른쪽 갈대숲을 나누는 제방.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간 막바지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간 막바지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간 종점 적량해비치마을의 포구 풍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간 종점 적량해비치마을의 포구 풍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사리 산을 내려서면 두 개의 이정표가 나온다. 하나는 고사리밭길이 7코스이던 예전의 것(고동색)이고, 하나는 남파랑길과 길이 겹치는 지금의 4코스다. 어디로 가든 결국 만나긴 하지만 일단은 최근의 이정표를 보고 따라간다. 마을을 관통해 내려서는데 다시 “삑삑삑!”경고음이 들린다. 어이쿠, 이번에도 잘못 들어섰다. 왼쪽으로 꺾어 마을을 벗어나면 예전의 7코스와 길이 만난다. 여기서 4km 남짓 더 가면 구간 종점 적량 해비치마을에 닿는다.

창선파출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창선파출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창선파출소
남해바래길 제4코스는 3코스 종착점인 창선파출소에서 시작한다. 주변의 창선중ㆍ고교와 행정복지센터에 주차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삼천포터미널 맞은편 정류장에서 25번 버스를 탄다. 하루 8회 운행한다. 삼포교통 055-832-1992

창선101 카페&게스트하우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창선101 카페&게스트하우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창선101 카페&게스트하우스
창선파출소 옆에 있는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로 여행자들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아메리카노 3500원, 레몬청 5000원, 직접 구운 남해육쪽마늘빵 3000원, 호텔식빵 6000원 등이다.
주소 경남 남해군 창선면 창선로 101
문의 010-3882-6429

남파랑길 37코스 이정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파랑길 37코스 이정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남파랑길 37코스
지난 3코스 동대만길이 남파랑길 36코스라면 이번에 걷게 될 4코스는 남파랑길 제37코스와 길이 겹친다. 이정표는 많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다. 바래길 앱을 설치하는 게 좋다. 고사리밭길 예약 문의는 055-863-8778

적량해비치마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적량해비치마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적량해비치마을
구간 종점이다.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창선으로 돌아가는 차편이 마땅치 않다. 택시(010-3588-1937)의 경우 8000원 남짓. 마을 안쪽에 보건소가 있고, 정류장 앞쪽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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