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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아날로그 기차여행] 동네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난 문경 가은역
[아날로그 기차여행] 동네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난 문경 가은역
  • 권다현 여행작가
  • 승인 2021.02.26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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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난 가은역.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동네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난 가은역.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문경] 아침저녁 사람들이 모이고 또 흩어지는 기차역은 동네의 무수한 소문들이 오가는 사랑방이었다. 시시콜콜한 옆집 이야기부터 기차가 싣고 오는 마을 밖 세상사까지 늘 말이 넘쳐났다. 폐역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그 수선스런 풍경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멋스런 동네 카페로 다시 태어난 기차역이 있다. 경북 문경에 자리한 가은역이다.  

빛바랜 추억 속 간이역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가은역은 석탄을 운송하려는 목적으로 처음 세워졌다. 광부들의 검은 빛 희망을 싣고 달리던 화물열차는 1994년 문경의 마지막 탄광이었던 은성광업소가 문을 닫으며 멈췄다. 2004년 폐역의 운명을 맞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존이 결정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레일바이크인 문경철로자전거가 지나며 관광객들이 조금씩 찾아오던 기차역은 2017년 마을 부녀회가 나서 카페로 변신했다. 카페 가은역 주변에는 옛 탄광을 활용한 석탄박물관과 전통시장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광부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택촌.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광부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택촌.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실감나게 꾸며진 사택촌 내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실감나게 꾸며진 사택촌 내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역무원 체험 중인 아이.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역무원 체험 중인 아이.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검은빛 희망을 실어 나르던 옛 가은역
책을 펼쳐서 엎어놓은 모양의 정겨운 박공지붕과 옆으로 길쭉하게 붙은 대합실,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쌓인 나무창문 등 가은역은 빛바랜 추억 속 간이역의 모습 그대로다. 1955년에 건립돼 이듬해 첫 영업을 시작한 가은역의 원래 이름은 은성역. 기차역에서 500미터 남짓한 거리에 자리한 은성광업소에서 생산된 석탄을 운송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당시 문경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탄광도시였고, 광부들이 깊고 어두운 갱도에서 힘겹게 캐낸 검은빛 희망을 싣고 화물열차는 부지런히 도시로 내달렸다. 대규모 탄광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돈이 움직이던 시대였으니 여객열차도 하루 12회나 운행될 만큼 기차역은 늘 북적였다. 은성역은 1959년 행정구역명을 딴 가은역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후 가은역에서 점촌역까지 이어지는 철로를 ‘가은선’으로 칭할 만큼 산업철도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문경에 남은 마지막 탄광이었던 은성광업소는 1994년 마침내 폐광되었다. 가은역 또한 이용객이 급격히 줄면서 2004년 폐역의 운명을 맞는다. 해방 이후 간이역사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가은역은 특히 출입구 양쪽의 세로로 긴 창문 등 당시 건축양식의 특징이 잘 드러난 건물이었다. 

하지만 주거지로 사용되면서 숙직실 창호 일부가 변형되는 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행스럽게도 2006년 가은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존이 결정됐다. 철도사적 가치뿐 아니라 지역의 석탄산업과 함께 번창했던 역사적 의미도 컸던 덕분이다.   

기차가 다니던 터널을 두 발로 달리는 철로자전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기차가 다니던 터널을 두 발로 달리는 철로자전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기찻길 옆으로 만발한 봄꽃.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기찻길 옆으로 만발한 봄꽃.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우리나라 최초의 철로자전거가 지나다
문경시는 폐선된 가은선을 활용해 우리나라 최초의 철로자전거를 선보였다. 지금은 레일바이크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지만, 정선레일바이크보다 한 해 앞선 2004년 문경 철로자전거가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과거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기찻길 위를 두발로 달리며 문경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가은역에서 먹뱅이까지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대부분 구간에서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르신들도 즐겨 찾았다. 그러나 가은역은 여전히 폐역의 모습 그대로였다. 북적이는 관광지 옆, 오래된 간이역은 겉모습만 멀끔할 뿐 창 너머 대합실엔 먼지만 쌓여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레일바이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우리나라 최초의 레일바이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INFO 문경철로자전거
운행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매시 정각 출발
이용요금 4인승 2만5000원 ※가은역ㆍ구량리ㆍ진남역 동일
문의 054-553-8300 www.mgtpcr.or.kr

멋스런 카페로 다시 태어난 옛 역무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멋스런 카페로 다시 태어난 옛 역무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문경사과를 이용한 사과파이와 사과밀크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문경사과를 이용한 사과파이와 사과밀크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낡은 간이역, 마을카페로 변신하다
그런데 지난 2017년 여름 끝자락, 마을 부녀회가 의기투합해 허름한 역사를 산뜻한 카페로 변신시켰다. 역무실엔 아담한 오픈키친이 들어섰고 수많은 사람이 들고나던 대합실엔 아늑한 나무테이블이 자리 잡았다. 귀농한 바리스타의 손을 거친 커피 맛도 훌륭하고,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사과파이와 쌀 마들렌 등 예쁘고 먹음직스런 디저트도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오랜 시간을 품은 간이역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커피 한잔은 금세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가은역에 특별한 추억 하나쯤 담아두었던 마을 주민들도 일부러 이곳에서 얼굴을 보고 수다를 떤다. 그렇게 옛 간이역은 동네 사랑방으로, 여행자들을 위한 휴식처로 다시 태어났다. 

INFO 카페 가은역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매주 월요일 휴무
주소 경북 문경시 가은읍 대야로 2441
문의 054-571-2441

석탄박물관으로 변신한 옛 은성광업소.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석탄박물관으로 변신한 옛 은성광업소.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실제 갱도를 활용한 전시공간.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실제 갱도를 활용한 전시공간.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석탄박물관에 전통시장까지 주변 볼거리도 풍성
가은역 주변에는 걸어서 둘러볼만한 소소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가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옛 은성광업소는 석탄박물관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는데, 실제 광부의 월급내역서와 14년 동안 탄광에서 근무한 진폐환자의 폐 등 보기 드문 유물들이 눈길을 끈다. 800미터 깊이의 갱도를 활용한 전시장과 광부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택촌도 옛 모습 그대로 재현돼 당시 마을 풍경을 짐작케 한다. 

드라마촬영장에 재현된 고구려궁.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드라마촬영장에 재현된 고구려궁.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매화와 벚꽃이 가득한 가은세트장.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매화와 벚꽃이 가득한 가은세트장.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석탄박물관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언덕 하나를 올라가면 <광개토대왕>과 <대조영> 등 인기 사극에 등장했던 드라마촬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고구려궁과 고구려마을, 평양성 등이 실제 크기로 재현되어 있는데, 봄이면 매화와 벚꽃 등이 만발해 색다른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최근엔 이들을 함께 묶은 대규모 테마파크 에코랄라가 조성됐다. 아이들을 위한 생태놀이터까지 더해져 볼거리,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아자개장터에서 맛보는 도토리묵 무침과 오미자막걸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아자개장터에서 맛보는 도토리묵 무침과 오미자막걸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아자개장터로 향하는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아자개장터로 향하는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아기자기한 벽화골목.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아기자기한 벽화골목.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매 4, 9일에 열리던 가은장도 이곳 가은읍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후백제의 왕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의 이름을 붙여 상설 운영된다. 마을 어르신들이 산과 들에서 캔 각종 봄나물부터 문경의 다양한 특산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가은역에서 아자개장터로 향하는 골목은 아기자기한 벽화로 채워져 예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에코랄라 내에 자리한 생태놀이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에코랄라 내에 자리한 생태놀이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INFO 문경 에코랄라
이용요금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1만4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주소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왕능길 112
문의 054-572-6854 ecorala.com

가은역 근처에 자리한 전통시장인 아자개장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가은역 근처에 자리한 전통시장인 아자개장터.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INFO 가은아자개장터
주소 경북 문경시 가은읍 가은3길 17
문의 054-572-7778 ajagaekr.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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