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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떠나는 예술 산책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떠나는 예술 산책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4.1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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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전시와 체험을 즐기는 영천 시안미술관
별별미술마을에서 이름이 바뀐 가래실문화마을
하루 나들이 코스를 채워주는 오픈 그린
영천의 시안미술관과 가래실문화마을은 예술 산책을 하러 찾기 좋은 곳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영천의 시안미술관과 가래실문화마을은 예술 산책을 하러 찾기 좋은 곳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영천] 우리는 일상을 벗어난 낯선 곳에서 여유를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 곳에서 예술적 감수성도 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예술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마을 골목을 채운 작품들을 보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 있다.

대구·경산과 포항·경주 사이에 자리한 경상북도 남부의 도시 영천은 주변의 도시들에 가려 찾아갈 관광지가 많지 않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2005년 한국여행작가협회로부터 폐교를 활용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선정된 시안미술관은 하루나들이 삼아 들러 문화 예술의 향기를 즐기고 가기에 좋은 곳으로 꾸준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나들이와 예술 체험을 한 곳에서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에 위치한 시안미술관은 화산초교의 분교였던 화동초교를 리노베이션하여 만들어진 미술관으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자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건립된 사립미술관이다. 학교 운동장이었던 공간이 잔디광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찾기 좋은 나들이 장소이면서 미술관 건물 내에서는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 어른들이 예술의 향기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시안미술관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넓은 잔디밭이다. 마음껏 뛰어다녀도 전혀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잔디밭에도 설치미술작품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미술관 건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예술 감상의 시작이다. 건물 외부에서 보면 학교 건물이었음을 눈치 채기 어려웠지만, 내부에는 어른들이 옛 학교생활의 향수를 느낄 요소들이 남아있다. 나무로 만들어져 아무리 조심히 걸어도 삐걱~’소리를 내고야 마는 계단이며, 전시실에 고스란히 남은 옛 교실 나무바닥이 그렇다. 그런 옛 추억을 떠올리며 현대의 작가들이 작업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새롭기도 하다.

마음껏 뛰어볼 수 있는 넓은 잔디밭을 지닌 시안미술관.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음껏 뛰어볼 수 있는 넓은 잔디밭을 지닌 시안미술관. 사진 노규엽 기자
초등학교였던 흔적이 전시관 곳곳에 남아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초등학교였던 흔적이 전시관 곳곳에 남아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미술관 2층에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미술관 2층에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간단한 예술 처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간단한 예술 처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파티, 피크닉, 당일 캠핑 등이 가능한 오픈 그린. 사진 노규엽 기자
파티, 피크닉, 당일 캠핑 등이 가능한 오픈 그린. 사진 노규엽 기자
오픈 그린 공간에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오픈 그린 공간에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김현민 시안미술관 부관장은 시안미술관은 2004년 개관한 이래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하면서도 일반인이 찾아오고 싶은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오픈 그린 프로젝트다. 건축디자인회사인 플레이서스와 협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이 시도는 야외에 이동식 상품 체험 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 파티, 돌잔치, 소규모 결혼식 등의 행사가 가능한 파티하우스와 간단한 소품을 곁들여 사진을 찍거나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피크닉존, 당일 감성캠핑이 가능한 작은 오두막인 호밍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시안미술관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예술을 지역사회에도 널리 알리는 일을 하면서, 아직 예술이 생소한 일반인들이 즐겁게 이곳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시안미술관에서는 방문객들이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머그컵 채색이나 에코백 채색, 타일데코, 네온아트 등 체험도 즐기고 집에 가지고 갈 기념품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김현민 부관장은 시안미술관은 영천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사람이 북적이는 공간이 아니니 안전하게 여행을 와서 미술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즐겨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INFO 시안미술관
시안미술관에서는 크게 1년에 4번 정도 전시 콘셉트를 변경한다. 현재는 414일부터 시작된 ‘Pars Pro Toto-부분을 비추어 전체로 나아가다전시가 6월까지 진행되고 있다.
관람료 성인 3000, 청소년 2000
관람시간 오전 1030~오후 530(매주 월요일 휴무)
주소 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래실로 364

INFO 오픈 그린
시안미술관 옆 오픈 그린 공간은 네이버 예약 시스템 오픈그린영천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운영시간 오전 11~오후 8(, ,) 오전 11~오후 5(, , 수요일 정기휴무

예술 따라 걷는 마을 산책
인터넷에 시안미술관을 검색하면 반드시 함께 검색되는 게 별별미술마을과 가래실문화마을이다. 각각 이름은 다르지만 시안미술관이 자리한 가상리 일대의 마을을 지칭한다. 2011년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선정되며 예술마을이 된 별별미술마을은 보현산 천문대를 내세워 스타 영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했던 시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그 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마을에 꾸민 예술을 유지 보수하고 변화를 주기도 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름이 가래실문화마을이다. 현재의 정식 명칭은 가래실문화마을인 것인데, 시안미술관 과 담장 없이 연결되어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해 주는 소중한 예술마을이다.

 

알록달록하게 색을 입은 가래실 버스정류장. 사진 노규엽 기자
알록달록하게 색을 입은 가래실 버스정류장. 사진 노규엽 기자
버스정류장 주변에도 예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버스정류장 주변에도 예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 골목에는 곳곳에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 골목에는 곳곳에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별별미술마을로 시작되었던 가래실문화마을에는 별 관련 작품들이 눈에 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별별미술마을로 시작되었던 가래실문화마을에는 별 관련 작품들이 눈에 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 산책을 하며 재미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 산책을 하며 재미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대형 모기가 인상적인 작품 '모기자리'. 사진 노규엽 기자
대형 모기가 인상적인 작품 '모기자리'. 사진 노규엽 기자
골목 곳곳을 다니며 산책하는 시간은 길어도 1~2시간이면 충분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골목 곳곳을 다니며 산책하는 시간은 길어도 1~2시간이면 충분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가래실문화마을에는 골목골목 마을길마다 벽화와 설치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시안미술관 앞의 가래실버스정류장부터 예술마을답게 알록달록 색을 입었고, 시안미술관 건물을 지나 마을길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별별미술마을이 탄생될 때부터 생겨 났던 작품들도 있고,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뀌거나 새로 자리 잡은 작품들도 있다. 마을 내에서 갈림길이 계속 나오므로 관람 순서를 정할 필요 없이 작품을 좇아 자유롭게 둘러보면 된다. 마을 자체가 넓지 않으므로 이리저리 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1~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한편, 가래실문화마을이 있는 가상리는 안동 권씨, 영천 이씨, 평산 신씨 등 3개 성씨의 집성촌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제실과 정자, 가묘 등의 문화자원들도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문이 열린 곳이 있고 출입을 막은 곳도 있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며 전통적인 가옥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현민 부관장은 시안미술관과 어우러진 가래실문화마을은 주민들도 마을이 미술관이라는 개념을 가져 연착륙이 잘 된 곳이라며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일에 익숙해져 외부인에게 호의적이고 마을의 자산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외지인이 많이 찾아오는 전통마을에 불거지는 프라이버시 문제도 벽이 낮은 편이라 소소한 느낌이 더욱 좋다. 행여 마을을 둘러보다 마을 주민들과 눈이 마주쳐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기꺼이 응대해 주는 모습이 살가워 가래실문화마을에서의 기억을 더욱 좋게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사 박물관으로 알려진 '우리동네 박물관'. 사진 노규엽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사 박물관으로 알려진 '우리동네 박물관'.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마을 풍경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마을 풍경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이 지닌 기억을 보여주는 박물관
가래실문화마을이 일반적인 예술마을과 또다른 점은 마을 내에 작은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동네 박물관이라는 이름의 공간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왔던 국가나 왕조 단위의 역사가 아닌, 수많은 개인들이 살아온 삶이 만들어온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이다. , 가상리 마을의 역사관으로 가상리 주민들의 일상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 공동체의 역사를 담아놓았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사 박물관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가래실문화마을이 존재하는 가상리를 이해하고 가는 데 절대 놓쳐서는 안될 공간이다.

박물관 내에는 박물관과 마을 역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마을 주민들이 사용했던 물품들과 주민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각종 가옥들과 가축들의 사진 등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삶이 담겨있는 모습들로 꾸며져 있어 작은 공간이지만 타 지역의 큰 박물관보다 색다른 감성을 담아볼 수 있다.

가상리의 우리동네 박물관을 관람하려면 마을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슈퍼 맞은편에서 매화나무를 찾아드는 제비 세 마리가 그려진 녹색 건물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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