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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땅끝마을 달마산을 타고 걷는 남도명품길
땅끝마을 달마산을 타고 걷는 남도명품길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04.1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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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추천 여행지] 해남 달마고도
해남 달마고도 미황사. 사진 / 박상대 기자
해남 달마고도 미황사.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해남에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이 있다. 동서로 7km, 주능선 평균 높이 400여 m에 이르는 달마산 중턱을 한 바퀴 도는 산길 17.7km 달마고도. 돌계단이나 철계단 하나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천년숲길 달마고도의 봄빛 향기를 소개한다.

남도 해남에는 두륜산과 달마산이 있다. 두 산은 해남 사람들의 자긍심이다. 조금 더 낮고 작은 산들이 많이 있지만 두 산에 비하면 고개를 들기가 쉽지 않다. 달마산은 한반도의 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긴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마치 설악산 공룡능선을 연상케 하는 바위능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는 불썬봉, 기묘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도솔봉과 바위틈에 살포시 앉아 있는 작은 암자 도솔암 등이 유명하다.

천년고찰 미황사 전경. 달마산 능선에 안개가 자주 낀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천년고찰 미황사 전경. 달마산 능선에 안개가 자주 낀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는 대부분 흙을 밟고 걸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는 대부분 흙을 밟고 걸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이낙연 전 도지사와 금강 스님이 개척한 길
달마산은 멀리서 보면 웅장하고, 가까이서 보면 포근하다. 주능선에서 보면 신비롭다. 한쪽에는 해남의 들녘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 농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다른 한쪽에는 완도와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열려 있다. 남태평양에서 불어온 태풍은 달마산에 부딪쳐 숨을 고르고, 작은 파도를 타고 온 봄바람은 달마산에 모여 새 생명을 싹틔운다. 

달마산 달마고도는 개통한 지 3년 남짓 되었다(2017년 11월 개통). 당시 미황사를 부흥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금강 스님과 만나 산속에 길을 개척한 계기를 들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전남도지사로 계실 때 우리 절에 오셔서 아이디어를 내셨고, 예산을 지원해 주셨지요. 나무 데크나 철계단 없이 흙을 밟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힐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어요.”

금강 스님은 현장감독 겸 설계자, 인부로 직접 참여해서 이 길을 놓았다. 첫 삽질을 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 자연을 다치지 않게 하자, 충분히 볼 수 있게 하자, 많은 사람이 걸을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길을 냈다. 하루하루 괭이질을 하고 호미질을 하는 일이 곧 수행이었다.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 주능선 봉우리를 자주 보게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 주능선 봉우리를 자주 보게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숲길에는 활엽수림과 대나무숲, 편백나무숲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숲길에는 활엽수림과 대나무숲, 편백나무숲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사진 / 박상대 기자
ㅅㅍ길을 걷는 동안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산철쭉 등 다양한 수종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길은 혼자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힘들지 않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숲숲길을 걷는 동안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산철쭉 등 다양한 수종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길은 혼자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힘들지 않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서두르지 말고 욕심내지 않고 걷기
길은 걷기 시작한 곳이 출발지다. 달마고도처럼 원점으로 회귀하는 길은 더더욱 그렇다. 어느 쪽으로 걸어가든 걷다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마치 윤회 사상이 담긴 듯한 길이다. 때문에 달마고도를 걷는 사람들은 숲길을 걷는 동안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서두르지 말자, 욕심내지 말자! 17.7km를 걷는데 서두른다고 금방 다 걸을 수 있겠는가? 주능선으로 오르고 싶다고 아무 데서나 오르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달마고도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작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미황사 일주문 밖 관광안내소나 일주문 안쪽 종무소 앞에서 달마고도 안내지도와 스탬프용지를 챙기자. 모두 여섯 군데에서 스탬프를 찍어서 골인지점에 제출하면 기념 메달을 보내준다.  

마실 물과 간식, 혹은 도시락을 챙긴 후 미황사 일주문 앞에서 숲길로 들어선다. 포근하고 청량하다. 흙으로 된 산길을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남도명품길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 잘 만들어진 이정표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남도명품길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 잘 만들어진 이정표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한참 걷다보면 대흥사와 달마고도로 나뉘는 이정표가 보인다. 달마고도에는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걸었는지 남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주능선으로 오르는 오솔길도 안내한다. 달마고도에서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어느 길이든 경사가 심하다. 충분한 경험과 체력이 보장되지 않은 사람은 과욕을 부리면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송촌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너덜지대 두 곳을 지나친다. 달마산 주능선과 이어지는 큰바람재를 넘으면 바다와 완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계속 바닷바람과 숲바람을 번갈아 맞으며 산길을 걷는다. 관음암터와 문수암터를 지나 걷다보면 또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대나무숲을 거쳐 진달래숲을 지난다.   

INFO 미황사
주소 전남 해남군 송지면 미황사길 164

달마고도를 완주하면서 6곳에서 스탬프를 찍어오면 기념메달을 보내준다. 스탬프용지는 시작하는 지점인 미황사 안내소에서 구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를 완주하면서 6곳에서 스탬프를 찍어오면 기념메달을 보내준다. 스탬프용지는 시작하는 지점인 미황사 안내소에서 구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봄에는 진달래와 산철쭉이 능선을 붉게 물들인다.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에도 꽃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봄에는 진달래와 산철쭉이 능선을 붉게 물들인다.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에도 꽃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하얀제비꽃. 사진 / 박상대 기자
하얀제비꽃. 사진 / 박상대 기자
각시붓꽃. 사진 / 박상대 기자
각시붓꽃.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연과 온전히 하나되는 즐거움
산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생명들을 마주한다. 동백꽃과 산수유꽃은 시들고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다. 양지꽃과 붓꽃, 제비꽃이 피었다. 산새들이 파르르 떨다가 찌르르 운다. 산비둘기의 구애하는 노래도 들려온다.

산길을 걷는데 땀이 거의 나지 않는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산사람이 된다. 모든 근심 걱정을 도시에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 되어 걸으면 된다. 발바닥을 땅에 옮겨 딛으면 땅의 기운이 종아리와 허벅지를 거쳐 가슴에 스며든다.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산들바람이 나뭇가지를 타고 넘다 숲길에 머물고 있다. 그 바람이 콧구멍을 타고 가슴으로 스며들어 입가에 미소를 그리게 한다. 흙도 바람도 산객을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해남군에서는 전남과 전국 공무원들에게 달마고도를 걷는 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해 놓고 있다. 갈수록 공무원 생활하기 어렵겠다고 한다. 디지털시대에는 한두 사람이 잘못 해도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이 통째로 비난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 선량한 사람은 억울하겠지만 디지털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공무원 한두 명이 잘못하면 전체 공무원이 욕을 먹고, 심하면 정권을 흔들어 버린다. 잘해도 못해도 공동체 구성원의 운명임을 자각해야 한다. 

산행하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의 일원이 된다. 한 사람 잘못이 여러 사람 눈살 찌푸리게 하고 피해를 주기도 한다. 달마고도에는 중간중간에 녹색 나무 상자가 있다. 상자 안에는 제설용 모래주머니가 있기도 하고, 산불을 초기에 끌 수 있는 물병이 가득 들어 있다. 그런데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 나무상자에 먹고 난 작은 물병이나 쓰레기를 버리고 간 것이다.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 산 중턱에서 해남쪽 들녘이나 완도쪽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마음이 넉넉해진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를 걷는 동안 산 중턱에서 해남쪽 들녘이나 완도쪽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마음이 넉넉해진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는 여러 사람이 몰려다니는 것보다 삼삼오오 적은 숫자가 함께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힐링하기 좋은 길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는 여러 사람이 몰려다니는 것보다 삼삼오오 적은 숫자가 함께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힐링하기 좋은 길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코로나19 시대라고 한다. 숲은 청정지역이다. 청량함과 포근함,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산재해 있다. 산 아래로 파릇파릇 자라는 보리밭을 보다가 누런 황토밭을 본다. 어느 것 하나 해로운 것이 없다. 

도솔봉 가는 콘크리트 포장길을 가로질러 4코스를 걷는다. 편백나무에서 새순이 풍기는 피톤치드 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지친 근육에 생기가 돌게 한다. 편백나무숲을 지나 삼나무숲을 지나고 시누대숲을 지나기도 한다.

미황사 부도가 두 군데 있다. 아래쪽과 위쪽 부도를 다 둘러본다. 위쪽에 있는 부도전 옆에는 부도암이 앉아 있다. 30기가 넘는 부도와 거대한 부도전을 보노라면 천년고찰 미황사의 위용이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유재란 전까지만 해도 대흥사에 버금가는 큰 사찰이었다고 한다.

달마고도는 길을 설계한 금강 스님이 기대했던 조용한 수행자의 길을 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첫해에만 18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걷기 여행길 프로그램 운영 공모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弭일 달마고도 워킹데이’가 진행되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6~7시간을 걸으면 수명이 6~7년 더 길어진 듯한 뿌듯함이 몰려온다.  

달마고도를 종주하고 대웅전 아래 대형 수조에서 맑은 물을 한 모금 마시라. 감로차나 다름 없다. 빈 물병에 생수를 담아 배낭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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