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두바퀴 여행] 형산강, 천년의 꽃을 품다
[두바퀴 여행] 형산강, 천년의 꽃을 품다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5.10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전거길에서 만난 포항과 경주의 진면목
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 / 박정웅 기자
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포항·경주(경북)] 천년 고도(古都)와 철(鐵)의 도시의 젖줄을 달렸다. 형산강 물길 60여km를 잇댄 형산강자전거길. 경북 경주와 포항. 역사와 산업, 다소 이질적인 키워드에 익숙한 두 도시를 아우르는 자전거길은 상생협력의 길로도 통한다. 두 바퀴에서 두 도시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주요 강의 자전거길을 둘러봤다. 자전거여행의 맛이 강의 규모와 비례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형산강은 달랐다. 그 길이는 짧으나 곳곳에서 느끼는 여행의 맛에 페달링은 지루할 틈이 없다. 

형산강의 자연과 풍광, 그 바탕에 자리를 튼 사람들의 온기가 서린 역사와 문화. 형산강은 이 모든 것들을 품었으리라. 덕분에 두루 걸음하거나 한참을 머무를 데가 많다. ‘쌩’ 내빼야 직성이 풀리곤 했던 다른 자전거길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형산강에서 굳이 ‘종주(縱走)’를 들먹거릴 까닭은 없겠다. 

용광로보다 뜨거운 포항 사람들, 죽도시장

포항 동빈내항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포항 동빈내항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포항에는 제철소 용광로보다 뜨거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데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죽도시장이다. 포항의 중심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활력 충만한 이곳 사람들에게서 삶의 기운은 저절로 재충전된다. 여행지에서 전통시장을 빼놓지 못하는 이유를, 특히 죽도시장에서 새삼 확인한다.  

죽도시장에는 포항의 대표 특산물과 먹을거리가 차고 넘친다. 과메기며 포항물회며 구룡포대게에 발걸음이 멈춘다. 뿐이랴. 싱싱한 해산물과 농산물에 여행객들은 지갑을 탈탈 털려도 즐거운 비명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활기 넘치는 포항 죽도시장. 사진 / 박정웅 기자
팬데믹 상황에서도 활기 넘치는 포항 죽도시장. 사진 / 박정웅 기자

죽도시장은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깝다. 동빈내항 언저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찾아보자. 동빈내항을 가로지르는 데크형 구름다리에서 죽도시장과 내항의 풍광을 조망하는 것도 좋다. 영일만에서 동빈내항으로 불어오는 짭조름한 바닷바람도 나쁘지 않다.

동빈내항, 물길 다시 연 포항운하

포항운하관서 바라본 포항운하. 시간에 맞춰 형산강과 운하를 오가는 크루즈를 탈 수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포항운하관서 바라본 포항운하. 시간에 맞춰 형산강과 운하를 오가는 크루즈를 탈 수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동빈내항은 한때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항구였다. 구룡포항과 함께 일본인들이 풍부한 어족을 확보하기 위해 거주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파시가 섰을 정도로 성행했다. 1970년대에는 이 지역 산물을 일본까지 나르는 수송선들이 즐비했다. 수산업과 물류업의 전진기지로 발전한 까닭에 동빈내항에는 조선소까지 들어섰다. 지금도 배를 수리하는 업체들이 남아있다.

동빈내항의 물길이 새롭게 열렸다. 형산강을 잇는 포항운하가 개통돼서다. 2014년 준공된 포항운하는 송도교 쯤에서 단절된 동빈내항과 형산강 사이의 물길을 다시 열었다. ‘운하도시’라는 새로운 포항의 역사를 쓴 것이다. 

포항운하관서 바라본 제철소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포항운하관서 바라본 제철소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포항운하가 들어선 친수공간은 지역민의 생활공간으로 거듭났다. 또 철의 도시답게 스틸 작품이 돋보이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포항운하는 2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본래 물길이었던 포항운하 구간은 197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매립돼 주거지로 쓰였다. 운하는 형산강-동빈내항 1.3km 구간에 물길을 복원하는 도심하천 정비사업 차원에서 건설됐다. 새 역사를 위해 827세대 2225명이 오랫 동안 일궈온 삶의 터전을 기꺼이 내줬다. 이들의 결단에 포항시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시는 운하 전 구간에 편입된 지적도 상의 소유·거주자 이름을 동판에 새겼다. 포항운하관 한쪽 벽면에는 이들의 뜻을 기린 ‘이주자의 벽(壁)’이 설치됐다. 

포항운하관. 사진 / 박정웅 기자
포항운하관. 사진 / 박정웅 기자

포항운하관에서는 이같은 포항운하의 어제오늘을 이야기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형산강 너머 제철소의 위용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운하관 옆에는 운하를 오가는 크루즈 선착장이 있다. 운하관을 중심으로 동해안자전거길과 형산강자전거길이 만난다. 운하관을 뒤로 한 채 자전거길을 따라 형산강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강을 거슬러 오르면 경주 방향이다.

INFO 포항운하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1040 물관리센터 3층
문의 054-270-5177
포항크루즈 054-253-4001

영국 찰스 왕세자가 찾은 경주양동마을

경주양동마을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경주양동마을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신라천년의 역사를 품은 경주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즐비하다. 경주역사유적지구(남산·대릉원·산성·월성·황룡사지구), 불국사, 석굴암, 경주양동마을, 옥산서원 등이 그것이다. 포항에서 경주 방향 형산강자전거길에서 가장 먼저 만난 세계문화유산은 경주양동마을이다. 

영국 찰스 왕세자가 찾은 양동마을은 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한 안동하회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 ng)’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포항운하관에서 15km쯤 달리면 동해선 철도 굴다리 끝에서 자전거길이 끝난다. 굴다리를 나서면 산자락에 펼쳐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양동마을은 각각 회재 이언적 선생과 우재 손중돈 선생을 배출한 여주(여강)이씨와 경주손씨, 두 성씨의 집성촌이다. 이 두 집안은 서로 협동하고 경쟁하며 600여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경주양동마을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경주양동마을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양동마을은 마을의 규모와 보존 상태, 문화재의 수와 건축사적 가치, 유교적 정신유산과 전통 양반문화 등의 가치를 나라 안팎에서 인정받았다. 마을에는 100년 이상 된 54호의 양반의 기와집과 110여호의 초가집이 있다. 종가일수록 높고 넓은 산등성이에 터를 잡았다.

가옥의 기본구조는 대개 ㅁ자형이거나 튼ㅁ자형을 이루고 있다. 대문 앞에 행랑채를 둔 경우도 있다. 혼합배치 양식으로 ㄱ자형이나 一자형도 있다. 하지만 집의 배치나 구성은 대체로 영남지방 가옥의 특성을 지닌다. 문화재로는 통감속편(국보 제283호), 무첨당(보물 제411호), 향단(보물 제412호), 관가정(보물 제442호), 손소영정(보물 제1216호) 등이 있다.

양동마을 관람시간은 하절기(4~9월) 오전 9시~오후 7시다. 동절기(10~3월)엔 오전 6시~오후 6시다. 매표는 관람 1시간 전까지 하며 문화관은 매주 월요일 쉰다(마을은 관람 가능). 마을 관람 시 자전거와 반려동물 출입은 안 된다. 양동마을해설은 예약제가 아닌 시간제로 이뤄진다.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점심시간을 뺀 매 시각 이어진다. 해설 시간은 1시간가량이다.

INFO 경주양동마을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93
http://yangdong.invil.org/
문의 054-762-2630 

신라의 달밤, 역사유적지구에 핀 천년의 꽃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 / 박정웅 기자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양동마을에서 자전거를 되돌려 왔던 길을 밟는다. 강 너머 경주 도심 방향으로 가려면 왔던 길을 되짚어 가야 해서다. 약 4km쯤 되돌아가면 국당2교다. 국당2교(이정표 상 형산강자전거길 울산 방향)를 건너 우회전해 강을 오른쪽에 끼고 나아가면 경주 도심 방향이다. 

국당2교에서 경주 도심을 가르는 북천(경주시민운동장·황성공원)까지는 약 20km 거리다. 형산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나 있으나 비포장과 짧은 단절구간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또한 보도에 설치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가 많아 통행에 주의하자. 그럼에도 ‘신라의 달밤’을 만나러 가는 강변길은 호젓하다.

경주 황룡사지구 분황사 모전석탑. 사진 / 박정웅 기자
경주 황룡사지구 분황사 모전석탑. 사진 / 박정웅 기자

북천이 형산강에 합류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북천자전거길은 도심을 지나 보문호(약 6km)로 이어진다. 비교적 포장이 잘 된 자전거전용도로나 보행자겸용도로가 놓여 있다. 보문호 방향 오른쪽에는 황룡사지구(분황사·황룡사지), 월성지구(동궁과 월지·국립경주박물관·첨성대·계림·월성), 대릉원지구(천마총·미추왕릉) 등 세계문화유산에 속한 경주역사유적지구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각 지구 모두 경주고속버스터미널과도 가깝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걷거나 자전거(전동스쿠터)로 세 지구를 관람한다.  

도심의 역사유적지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러 번 찾아도 좋다. 유적지에 앞서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서 모두에게 열려 있다. 다만 입장료(각 3000원)가 있는 대릉원, 분황사, 동궁과 월지 등은 출입시간이 정해져 있다.

늦은 오후에 바라본 첨성대. 사진 / 박정웅 기자
늦은 오후에 바라본 첨성대. 사진 / 박정웅 기자

월성지구의 경우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는 야경이 매우 빼어나 야간 개장에 인파가 몰린다. 월성과 계림, 첨성대는 어느 시간 때도 괜찮다. 야간 조명과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알기에 앞서 ‘신라의 달밤’, 그 정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경주여행은 완성된다. 개인적으론 일출 직전의 이른 오전 시간대를 추천한다. 인적 드문 곳, 느릿한 걸음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대릉원과 맞닿은 황리단길은 젊은 여행객들의 핫스폿이다.

INFO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054-779-6077
문화재과 054-779-6101
터미널 관광안내소 054-772-9289

황리단길의 밤은 화려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황리단길의 밤은 화려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형산강자전거길 안내도. 강 건너 산 뒤편에 경주양동마을이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형산강자전거길 안내도. 강 건너 산 뒤편에 경주양동마을이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형산강자전거길 여행팁
기차에는 자전거 휴대가 불가하다. 때문에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포항과 경주 모두 고속터미널(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자전거길과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비포장과 단절 구간, 겸용도로가 혼재돼 있어 가급적 산악자전거(또는 하이브리드)를 추천한다. 포털 지도 상에는 자전거길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구간도 있다. 형산강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자전거길 이정표와 앱 지도를 활용하면 헤맬 일은 없다. 안전모 착용 등 자전거 이용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보행자와 차량 통행에 주의하자. 

포항고속버스터미널-죽도시장-포항운하-포항운하관(오른쪽 방향)-유강대교-동강서원(형산강역사문화관광공원)-국당2교-국당교(자전거 진입 불가)-경주양동마을 약 17km
경주양동마을-국당교-국당2교(형산강자전거길 울산 방향, 다리 건너 우회전)-진행 방향-북천자전거길 시점(황성공원 인근) 약 24km
황성공원-보문호 북천자전거길 약 6k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