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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자전거여행] 구를수록 고향이네
[자전거여행] 구를수록 고향이네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5.2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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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향수100리길 자전거여행
호젓한 금강·대청호에서의 ‘물망’도 좋아라
달릴수록 멀어지는 세상 시름
옥천 9경이 ‘한자리’… 맛과 멋은 ‘덤’
신록이 드리운 옥천 금강. 사진 / 박정웅 기자
신록이 드리운 옥천 금강. 사진 / 박정웅 기자
청마분교 폐교정의 느티나무. 사진 / 박정웅 기자
청마분교 폐교정의 느티나무. 사진 / 박정웅 기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의 '향수'>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교동저수지. 데크길로 이어진 둘레길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교동저수지. 데크길로 이어진 둘레길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옥천(충북)] 대청호와 금강에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흐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맑고 푸른 물에 드리운 물비늘과 산그림자에 모두가 물멍에 빠진다. 세상의 티끌 좀 묻었으면 어떠랴. 굽이치는 금강에 서면 사람도 자연이다.

강변 풍광이 물린다면 느티나무 그늘을 찾아보자. 문 닫은 청마분교 귀퉁이, 느티나무 그늘에 누우면 스르르 눈이 감긴다. 꿈이었나. 맑은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면 귀를 간지럽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제신탑 너머로 꼬리를 감춘다.
 
충북 옥천(沃川)에는 아름다운 자전거길이 있다. 금강이 굽이치는 대청호반의 아름다운 강변을 달리는 향수100리길이다.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인 정지용 시인이 나고 자란 곳이어서 길에 ‘향수’를 붙였다. 여유와 느림은 옥천을 찾는 자전거여행의 즐거움이다. 고향에 온 듯 편안한 풍광에 안기면서 지용의 시문학에 흠뻑 취해보자. 

옥천 여행의 상징인 정지용생가.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 여행의 상징인 정지용생가. 사진 / 박정웅 기자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으면 ‘고향’
도시화로 고향의 의미가 흐릿해졌다는 시대다. 느릿한 무궁화호 열차가 대전역을 빠져나가면 고향에 대한 상념이 차창에 스친다. 고향을 향한 막연한 그리움은 옥천역에 내리면 안다. 또 정지용생가를 지나 강변을 달리면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옥천 향수100리길은 그런 길이다. 정지용생가-교동저수지-장계관광지(회귀)-조헌신도비-안남면사무소-경율당-가덕교-청마교-원당교-금강유원지-안터선사공원-옥천선사공원(향수호수길)-육영수생가-정지용생가 약 50km 코스에서 향수에 젖는다. 굽이치는 금강을 따라 정겨운 시골길 풍경이 이어진다. 길이 아름다워 많은 방송이 조명했다. 교동 벚꽃길 등 옥천이 자랑하는 9경 중 여섯 곳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향수100리길의 멋이다. 

금강 물길을 접하는 경율당. 사진 / 박정웅 기자
금강 물길을 접하는 경율당.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 향수100리길의 이정표.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 향수100리길의 이정표. 사진 / 박정웅 기자
안내면 인포리의 천년비색. 사진 / 박정웅 기자
안내면 인포리의 천년비색. 사진 / 박정웅 기자

향수100리길의 본격적인 자전거여행은 안남면 경율당(景栗堂·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92호)부터다. 경율당부터 금강유원지(옥천 7경)까지 호젓한 강변 풍광이 이어져서다. 경율당은 조선 영조 12년 경율(景栗) 전후회(全後會)가 자신의 호를 따 지은 서당이다. 서당 계단에 앉아 땀을 식히면 맞은편으로 금강과 대청호의 맑은 물길이 들어온다. 금강유원지까지는 물길 옆 한적한 도로(일부 비포장 구간)를 달린다. 

앞서 장계관광지(옥천 6경) 인근의 장계교를 지나 안내면 인포리(안내중학교 인근)에 멈추면 청자의 은은한 빛에 빠진다. 청자와 칠보 체험을 하는 천년비색(황예순 원장, 안내면 인포1길 14)에는 다수의 전통문화재 영인본이 있다. 청자상감 운학문(국보 제68호), 칠보무늬향로(95호), 어룡주전자(61호), 사자형뚜껑향로(60호) 등이 대표적이다. 안남면사무소나 독락정에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둔주봉전망대가 가깝다. 둔주봉 한반도 지형(옥천 1경)은 옥천9경의 첫 번째다.

청마대교를 두고 진행 방향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가덕교와 합금교까지 이어진다. 강의 왼쪽을 타고 달리는 옛 코스가 강변 풍광을 보는 데 더 좋다. 일부 비포장 구간이 있어 로드보다는 산악자전거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도가 안내하는 변경된 새 코스는 청마대교를 건너 합금교로 향하는 575지방도 구간이다. 

옥천 향수100리길 코스도.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 향수100리길 코스도. 사진 / 박정웅 기자

 

향수100리길의 이정표. 사진 / 박정웅 기자
향수100리길의 이정표와 방송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팻말. 사진 / 박정웅 기자
안남면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객들. 이들은 코스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안남면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객들. 이들은 코스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향수100리길을 찾는 이유
맑은 물길이 이어지는 금강은 경관 덕에 캠핑을 하는 이가 많다. 곳곳에 널린 모래톱에 망중한을 즐기는 이들과 올갱이(다슬기)를 줍는 지역민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강변 풍광에 시선을 뺏기는 사이에 닿는 곳이 청마교(동이면)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에 부릉산 자락에 깃든 우산초등학교 청마분교장(폐교)에서 호흡을 가다듬자.

청마분교 내에 자리한 제신탑. 앞에는 옛 교정이었음을 알리는 이승복 동상(왼쪽)이 서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청마분교 내에 자리한 제신탑. 앞에는 옛 교정이었음을 알리는 이승복 동상(왼쪽)이 서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폐교 운동장에는 듬직한 느티나무들이 서 있다. 초입의 느티나무와 맞은편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내어주는 그늘은 시원하다. 입구 오른편에는 청마리제신탑(충북도 민속문화재 제1호)이 있다. 이 제신탑은 마한시대부터 마을경계 표시인 수문신과 풍수상의 액막이 구실을 해왔다.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초에 날을 잡아 제주를 선출해 제를 올린다.

카페 엘도라도. 이곳에서의 물멍은 시간 간줄 모른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카페 엘도라도. 이곳에서의 물멍은 시간 간줄 모른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 사람들이 민물회 중 으뜸으로 치는 쏘가리회.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 사람들이 민물회 중 으뜸으로 치는 쏘가리회.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의 명물인 도리뱅뱅이. 피라미를 튀긴 뒤 고추장을 얹어 내놓는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먹을거리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의 명물인 도리뱅뱅이. 피라미를 튀긴 뒤 고추장을 얹어 내놓는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먹을거리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보청천이 합류하는 지점에는 또 다른 낙원이 펼쳐진다. 원당교 맞은편 언덕의 ‘카페 엘도라도’(Cafe Eldorado, 청성면 고담로 246)는 물멍의 명당이다. 통창 너머의 금강은 한없이 아름답다. 100여년 전 방앗간 자리에서 커피를 볶는다. 그 시절의 자취는 빛바랜 자료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옥천에는 맑은 금강이 내어준 먹을거리가 많다. 올갱이해장국, 도리뱅뱅이, 각종 민물고기 회와 매운탕이 그것이다. 옥천 토박이들은 민물회 중 쏘가리(금어기 유의)를 으뜸으로 친다. 쫀득하고 찰진 맛이 좋아서다. 매운탕으론 빠가(빠가사리)를 치는데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금강유원지가 한눈에 잡히는 ‘강가가든’(동이면 우산로 406)은 금강의 싱싱한 날것을 내놓는다.

옛 금강2교 밑을 지나면서부터 마을길이 시작된다. 옛 경부고속도로를 끼고 달린다. 마을길을 굽이굽이 돌면 안터선사공원, 옥천선사공원이 이어진다. 옥천선사공원에서는 옥천이 자랑하는 향수호수길(옥천 8경, 걷기여행길)이 시작된다. 신록 속 대청호의 물비늘을 사진에 담아보자.

금강유원지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금강유원지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한창 잘 나가는 구읍투어
옥천의 구읍투어(옥천 9경)는 입소문을 탔다. 다리 품 크게 팔지 않고 자연, 역사, 문화 콘텐츠를 두루 볼 수 있어서다. 향수100리길의 주요 목적지인 정지용생가, 육영수생가 등 7곳이 구읍투어의 대상이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전통숙박을 할 수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전통숙박을 할 수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카페모해 통창을 통해 바라본 교동저수지. 사진 / 박정웅 기자
카페모해 통창을 통해 바라본 교동저수지. 사진 / 박정웅 기자
정지용 시를 인용한 카페 프란스. 사진 / 박정웅 기자
정지용 시를 인용한 카페 프란스. 사진 / 박정웅 기자

구읍투어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옥천관광안내소)-육영수생가-옥천향교-교동저수지(생태습지)-지용문학공원-옥주사마소-정지용생가(문학관) 3km 구간에서 이뤄진다. 해설사의 설명을 곁들이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10월까지 하루 2차례(오전 10시10분, 오후 2시20분) 옥천관광안내소를 출발한다. 

구읍투어가 인기를 끄는 것은 연달아 들어선 카페 수만 봐도 안다. 어림잡아 20곳이 들어섰다. 교동저수지의 ‘카페모해’(옥천읍 교동1길 22)는 이색 커피를 내놓는다. 한국 최초 꿀벌 천연소화효소 숙성커피인 꿀벌커피다. 옥천역과 가까운 곳의 정지용 시를 딴 ‘카페 프란스’(옥천읍 삼금로4길 6)는 옥천군이 사회복지 차원에서 문을 연 곳이다. 

향수100리길 자전거여행 팁

안남초등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육동균 지부장. 안남초는 안전교육 이후 마을 곳곳을 누비는 자전거투어를 진행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안남초등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육동균 지부장. 안남초는 안전교육 이후 마을 곳곳을 누비는 자전거투어를 진행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이번 여행에서는 자전거를 현지에서 빌렸다. 자전거교통문화실천 옥천지부(육동균 지부장, 010-7742-4426)가 산악자전거를 내놨다. 육 지부장은 오랫 동안 학생과 지역민의 자전거 안전교육을 도맡아온 옥천 토박이다. 향수100리길 자전거여행은 모두 그의 손과 발에서 비롯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전거 사랑이 남다르다.

코스가 안내하는 안남면사무소까지는 자전거도로가 변변치 않고 차도를 달려야 해 안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장계관광지 인근의 옛 장계교는 폐쇄돼 37번국도 구간으로 올라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자. 위험한 구간을 피하고 싶다면 코스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

정지용생가-육영수생가-옥천선사공원-금강유원지-청마교-경율당-안남면사무소(편도 약 32km) 구간을 왕복하는 것이 좋겠다. 안남 면소지에는 식당 등 편의시설이 꽤 있다. 힘에 부친다면 금강유원지-경율당(편도 약 16km) 사이를 달려보자. 금강과 대청호반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구간이다. 상황에 따라 육 지부장의 픽업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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