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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핫하다 핫해... ‘칙칙폭폭’ 옥천 구읍여행
핫하다 핫해... ‘칙칙폭폭’ 옥천 구읍여행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5.25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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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통·문화가 달콤한 구읍투어
물쫄면·해제비, 지갑 가벼워도 좋다
교동저수지를 조망하는 카페모해. 사진 / 박정웅 기자
교동저수지를 조망하는 카페모해. 사진 / 박정웅 기자
정지용 시인을 모티브로 한 예쁜 등이 구읍을 더 아름답게 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정지용 시인을 모티브로 한 예쁜 등이 구읍을 더 아름답게 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옥천(충북)] 망리단길, 황리단길? 서울과 경주에만 있질 않다. 서울역에서 느릿한 무궁화 기차 타고 ‘칙칙폭폭’ 2시간이면 닿는 충북 옥천에도 비슷한 거리가 생겼다. 이색적인 카페에서의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 방송을 탄 물쫄면과 특허 받은 해제비,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인 정지용생가, 그리고 전통한옥에서의 하룻밤에 젊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한적하던 옥천의 한 시골마을이 들썩인다. 옥천의 옛 중심지인 구읍마을이 그곳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읍투어가 오르내린다. 젊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감각적인 카페들도 들어섰다. 현재 20여곳이 성행하는데 젊은 여행객들이 옥천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겠다. 

옥천을 향수의 고장이 되게 한 정지용 시인의 생가.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을 향수의 고장이 되게 한 정지용 시인의 생가. 사진 / 박정웅 기자
구읍 곳곳에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모티브로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구읍 곳곳에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모티브로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덩달아 옥천의 구읍투어(옥천 9경)도 입소문을 탔다. 다리 품 크게 팔지 않고 자연, 역사, 문화 콘텐츠를 두루 볼 수 있어서다. 향수100리길의 주요 목적지인 정지용생가, 육영수생가 등 7곳이 구읍투어의 대상이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이벤트에 많은 이들이 몰린다. 선물은 기념품(저장장치),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숙박권(추첨) 등으로 풍성하다.

구읍(원읍)은 옥천의 옛 시가지를 뜻한다. 조선시대 옥천군 관아가 있던 곳이다. 1917년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옥천역 일대가 개발됐다. 군청도 경부고속도로 건너편 삼양리로 이전했다. 그렇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 덕에 역사문화 유적이 즐비하다. 정지용생가, 육영수생가, 옥천향교, 옥주사마소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개관한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하룻밤은 편안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지난해 개관한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하룻밤은 편안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생태공원으로 변모한 교동저수지. 생태공원과 둘레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생태공원으로 변모한 교동저수지. 생태공원과 둘레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구읍투어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옥천관광안내소)-육영수생가-옥천향교-교동저수지(생태습지)-지용문학공원-옥주사마소-정지용생가(문학관) 3km 구간에서 이뤄진다. 해설사의 설명을 곁들이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10월까지 하루 2차례(오전 10시10분, 오후 2시20분) 옥천관광안내소를 출발한다. 

지난해 개관한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은 구읍투어의 중심이다. 전통전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건물로 구성됐다. 옥천의 옛 지명을 따 옥주관(커뮤니티센터), 옥천관(체험동), 관성관(전시동), 고시산관(숙박동) 4개 동으로 이뤄졌다. 한옥에서 하룻밤은 어떨까. 체험프로그램과 한옥숙박은 사전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옥천향교. 누각 구조의 명륜당이 아름답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향교. 누각 구조의 명륜당이 아름답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명륜당의 구들.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명륜당의 구들.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정지용생가와 육영수생가는 명불허전 옥천여행의 상징이다. 정지용생가에는 가족여행객들이 많다. 육영수생가에는 장년층과 노년층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옥천향교(충북도 유형문화재 제97호, 해설사 동행)가 있다. 조선시대 지방 교육기관으로 태조 7년(1398년) 창건됐다. 임진왜란 때 방화로 소실된 것을 1960년대 재건했다.

옥천향교는 건축미가 돋보인다. 강학 공간인 명륜당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곳의 명륜당은 누각 구조가 아름답다. 특이한 것은 누각에 방을 2개 들였는데 기둥 사이로 구들을 놨다는 점이다. 기둥 사이에 놓인 구들은 신기하게도 공중에 떠 있다. 언덕에 자리한 지형을 활용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옥주사마소. 우암 송시열이 현판을 썼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주사마소. 우암 송시열이 현판을 썼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교동저수지는 생태공원으로 지역민과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다. 이곳저곳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진다. 저수지 둘레길(1.5km)를 따라 목교, 야외 공연장, 쉼터, 솟대 등이 조성돼 있다. 근사한 카페들도 들어섰다. 교동저수지는 원래 벚꽃길(옛 37번 국도변 벚꽃길, 옥천 2경)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옥주사마소는 조선시대 지방 고을마다 사마시(생원과 진사를 선발하는 과거시험) 합격자들이 모여 유학을 가르치고 정치를 논하는 곳이다. 사마소는 이곳과 청안사마소(괴산), 경주사마소(경주) 단 세곳만 남았다.

옥주사마소에서 챙겨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옥주사마소의 현판이 우암 송시열의 글씨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옥천사마소가 아닌 옥주사마소라는 점이다. 옥천은 과거 옥주(沃州)로 불렸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교통의 요지인데다 논밭과 산과 강에서 나오는 물건이 많아 한때 현(縣)보다 큰 행정단위인 주(州)였다는 방증이다.

옥천의 명물인 물쫄면. 사진 / 박정웅 기자
옥천의 명물인 물쫄면. 사진 / 박정웅 기자
특허를 받은 해제비. 사진 / 박정웅 기자
특허를 받은 해제비. 사진 / 박정웅 기자

배꼽시계가 울릴 때다. 출출하다면 읍내의 물쫄면과 해제비를 맛보자. 뜨끈한 육수가 지친 속을 달랜다. 먹음직한 겉보기에 앙증맞게 올려진 메추알이 귀엽다. 물쫄면에 깁밥은 실과 바늘 격이다. 속을 풀 게 또 있다. 갖은 육수로 베이스를 낸 해제비는 특허를 받았다. 한 그릇 걸치면 온 세상이 따듯하게 풀어진다. 밤이 길다고? 답이 있다. 읍내를 관통하는 금구천변의 포장마차를 잊지 마시라. 포차가 여럿인데 입맛 따라 천막을 열고 들어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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