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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몸을 낮추니 마음도… ‘천상의 정원’이 전하는 이야기
몸을 낮추니 마음도… ‘천상의 정원’이 전하는 이야기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6.0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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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태곳적 검은 바위 위에 펼쳐진 드넓은 푸른 세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 그 뜻 넓고 깊어라
'좁은 문'에서 '좁은 길'을 지나면 '천상의 정원'이 나온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좁은 문'에서 '좁은 길'을 지나면 '천상의 정원'이 나온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천상의 정원은 검은 바위 위에 자리를 틀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천상의 정원은 검은 바위 위에 자리를 틀었다. 이곳이 바다였다는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거북이(가운데)와 같은 중의적인 뜻으로 설치해놓은 구성물들도 눈에 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옥천(충북)] 몸을 낮춰 ‘좁은 문’을 지나니 ‘좁은 길’이 이어졌다. 좁은 길을 나서자 확 트인 세상이 펼쳐진다. 시커먼 바위 너머로 푸른 대청호가 넘실댄다. 

그동안 좁디좁은 삶에 낯 뜨겁거나 붉힐 일 많았다. 안팎의 보이지 않는 무수한 손가락질에 아랑곳 않고 버텨온 삶 아니겠나. 한술 더 떠 그런 자신을 변명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혹은 오히려 인간적이었다는 위안을 늘어놨다.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한 세상을 만든 게 결국 사람일 터. 어쩌면 인간은 세상보다 빠르게 자신의 모습을 바꿔왔다.

바깥세상과는 잠시 멀리, 자연에게 몸을 낮춰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는 공간이 있다. 둘레길, 숲이나 정원, 검은 바위, 세상에서 가장 작다고 하는 예배당, 그 어디에서도 좋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팻말. 천상의 정원 둘레길에는 인상적인 팻말이 많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천상의 정원 정자에서 바라본 수생식물학습원 전경. 오른쪽은 대청호다. 맞은 편 언덕에 고성처럼 보이는 건축물은 '달과 별의 집'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천상의 정원 바위와 건축물 바탕색은 모두 검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느긋한 걸음하자는 말 잊지 않았는지. ‘여기서부터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바람이 주인이다’ 등의 팻말에 다시 낯이 달아오른다. 충북 옥천의 ‘천상의 정원’에서는 예의 몸을 낮춘다.

천상의 정원을 품은 수생식물학습원(주서택 원장)은 충청북도교육청 지정 과학체험학습장이다.  수생식물과 빼어난 자연환경을 통해 정서·심리적 치유와 회복, 단체학습을 통한 내적치유와 자연치유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주 원장은 낮은 곳에서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시민·사회·환경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농촌의 자연환경과 농업환경으로 어우러진 경관을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경관농업(景觀農業)을 꿈꿨다.

주 원장은 2003년 이곳에 경관농업의 첫 삽을 떴다. 자신의 뜻과 함께하는 다섯 가구와 수생식물을 재배하고 번식·보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천상의 정원이고 수생식물학습원이다.

'달과 별의 집'을 찾아가는 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달과 별의 집'에서 바라본 천상의 정원. 대청호 직벽 위로 꼬리를 물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수생식물학습원은 ▲수생식물 전시장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 체험학습원 ▲카페 더 레이크 등으로 구성된다.

천상의 정원은 검은 색과 조화를 이룬다. 검은 색은 옥천변성대 흑색 금강석회암 위에 자리를 틀어서다. 그래서 다섯 동의 건축물 지붕 모두 검은 색이다.

이곳은 본래 바다였다고 한다. 태곳적 흔적은 바위에 붙은 조개껍질 등에서 바다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인상적인 팻말의 뜻을 살펴보며 완상하는 둘레길이 천상의 정원을 감싼다. ‘천상의 바람길’과 ‘꽃산아래벼랑’이 검고 푸른 세계로 이끈다. 검은 바위 위를 거닐면 마치 천상의 정원과 대청호를 거느리는 기분이다.

수생식물학습원의 작은 예배당. 사진 / 박정웅 기자
수생식물학습원의 작은 예배당. 사진 / 박정웅 기자
예배당 내부. 통창 너머 대청호 호반 풍경이 보인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예배당 내부. 통창 너머 대청호 호반 풍경이 보인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천상의 정원 맞은 편 언덕에는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달과 별의 집’이 있다. 이곳과 가까운 부소담악처럼 대청호를 향해 뻗어 있는, 직벽 위 천상의 정원이 아찔하다. 

몸을 낮출 곳이 또 있다. ‘달과 별의 집’ 뒤편의 예배당이다. 4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흔히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 부른다. 다만 그 규모를 떠나 숨은 참뜻을 챙기는 것도 좋겠다.

돌팡깨 전경.
돌팡깨 전경. 천상의 정원에서처럼 낯선 지질학적 명칭이나 옥천변성대 흑색 금강석회암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천상의 정원' 여행팁
자연도 쉬어야 하는 법. 수생식물학습원 천상의 정원 방문은 제한된 인원만 허락한다.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한 실시간 예약제(waterplant.or.kr, 070-4349-1765 / 043-733-9020)를 참조하자. 매주 일요일은 쉰다.
가까운 곳에 천상의 정원의 것처럼 같은 성질의 검은 바위가 있다. 검은 돌이 무더기로 쌓인 돌팡깨(충북 옥천군 군북면 항곡마을)다. 돌팡깨의 바위 역시 옥천변성대 흑색 금강석회암이다. 맞은편에는 건강한 먹거리를 내놓는 돌팡깨체험식당이 있다. 마을민이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두부와 비지장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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