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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영암 월출산 기슭 따라 걷는 신령스러운 숲길, 영암 기찬묏길
영암 월출산 기슭 따라 걷는 신령스러운 숲길, 영암 기찬묏길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06.1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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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 주차장에서 기찬랜드 제1구간이 시작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영암] 영암에는 호남의 영산 월출산이 있다. 왕인 박사, 도선 국사 등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월출산, 기가 많이 흐른다는 월출산 자락 소나무숲 속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13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나주에서 영암 땅으로 접어들기 전부터 월출산 능선이 시선에 잡힌다. 드넓은 평야 지대가 펼쳐지다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산.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기묘한 능선 모양에 한번 놀라고, 마한시대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산의 정기에 두 번 놀란다.

월출산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천황사. 사진 / 박상대 기자

월출산에 다가갈수록 거대한 꽃봉오리처럼 보이고, 그 위에 어떤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영암 사람들은 월출산에서 뿜어내는 기운(地氣)이 유난히 강하다고 말한다. 오죽했으면 월출산에서 영암읍내로 내려오는 계곡에 기찬랜드라는 유원지를 개발해 놓았겠는가!

기찬묏길은 월촐산 동북쪽 천황사 앞 주차장에서 영암읍내 기찬랜드까지(1구간), 다시 군서면을 거쳐 학산면 용산 저수지까지 이어진다.   

기찬묏길은 대부분 숲길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찬묏길에는 흙길이 많이 있고, 숲길이 이어진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천황사 앞에서 기찬묏길을 걷는다. 월출산 주능선을 오르고 싶지만 일정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이 산자락에 있는 숲길을 걷는다. 월출산은 거의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찬묏길은 흙길로 시작한다. 

“1구간이 천황사 앞에서 기찬랜드까지 입니다. 5.5km 정도 되는데 일단 출발하지요. 2구간은 기찬랜드에서 왕인 박사 유적지와 구림마을을 거져 학산면까지 갑니다. 주로 숲길이니까 걸을 만합니다.”

유승렬 문화관광해설사는 앞장서서 걷는다. 본래 서울 사람인데 10년 전에 농촌마을에서 살기 위해 전국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영암 구림마을에 정착했다고 한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숲길로 들어선다. 평일이라 길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평일에는 주로 지역주민들이 걷는데 아침에 더 많아요. 휴일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걷습니다. 벌써 전국에 이름이 좀 알려졌거든요.” 

유 해설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휴일이면 단체 여행객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기찬묏길에는 약수터와 쉼터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찬묏길 제2구간 대동저수지에서 만난 아랫마을 주민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짙은 흙냄새와 수풀 향기
길에서 흙냄새가 올라온다. 솔잎 향기와 편백나무 향기가 콧등을 스친다. 

기찬묏길은 2007년 전임 군수가 군민의 건강한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 마련하고,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해 조성한 길이다.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월출산을 등산 마니아들에게만 공개하는 것이 아쉬웠다. 마침 전국적으로 걷기 좋은 둘레길을 조성하는 붐이 일어난 때, 영암군에서도 월출산 기슭에 숲길을 놓은 것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은 멀리서 바라보거나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만 제대로 이용할 뿐이었다. 정상까지 오를 만한 신체조건이나 체력이 좋지 못한 사람도 월출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숲길을 조성했다. 

기찬묏길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대로 건강 산책길이다. 땅의 기운을 받아 건강한 몸을 유지하자는 가이드인 셈이다.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월출산도 사계절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봄에는 신갈나무와 밤나무 등 활엽수들이 새로운 이파리를 피우면서 진한 수목향이 난다. 소나무와 벚나무가 꽃을 피우면서 그윽한 향기가 사람들의 몸에 생기가 돌게 한다. 여름에는 신록이 우거지면서 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향이 난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 계곡에서는 수량이 많아지면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그 청량한 소리가 사람 몸에 엔돌핀이 돌게 한다.

산성대 탐방로 입구. 사진 / 박상대 기자
계곡을 건너는 나무 다리가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찬묏길 1구간에 있는 녹동서원 측면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찬묏길의 숲길은 쾌적하다. 깨끗한 자연경관과 잘 다듬어진 길이 산책하기에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군데군데 쉼터가 있고, 쉼터에는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들이 적혀 있다. 

탑동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숲길을 계속 걷는다. 숲길이 마을 쪽으로 굽어지면 농장이 보인다. 농장에는 감나무나 배나무가 있고, 배추나 감자도 있다. 또 얼마간 숲길을 걸으면 잘 꾸며진 묘지들이 있다. 선조들의 묘를 관리하는 것을 보면 후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무덤의 주인이 어떤 삶을 살다간 것인지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영암에는 함양 박씨, 해주 최씨, 창녕 조씨, 전주 최씨, 연주 현씨 등 뼈대 있는 문중이 수백 년 동안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길섶에는 야생화와 과실나무가 많이 있다. 사진은 수국. 사진 / 박상대 기자
용추폭포는 기찬랜드 위쪽 계곡에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길섶에는 버찌, 맹감, 산딸기, 꾸지뽕, 정금 등이 열려 있다. 이미 잘 익은 것도 있고, 이제 갓 꽃잎이 떨어지고 과실이 되어가는 열매도 있다. 

이정표에서 아래쪽으로 가면 기체육공원이 있고, 위쪽으로 산성대 탐방로가 있다고 가리킨다. 

동행하는 해설사가 산성대에 오르면 영암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산성대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30분 남짓 오르면 된다. 영암읍내는 물론 저 말리 덕진면과 군서면 일대 들녘이 손에 잡일 듯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가수 하춘화가 부른 <영암아리랑>에서 기인한 바 크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찬랜드는 월출산 동북부 영암읍내 계곡에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운이 넘치는 땅과 역사문화 유적들
기찬랜드는 월출산에서 읍내로 내려오는 계곡물을 흘려보내는 게 아까워서 옥외풀장을 만들면서 이름 붙인 공원이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광주나 목포를 비롯한 타 지역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그러면서 가야금산조 전시관, 조훈현 바둑기념관,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등 여러 기념관이 들어섰다.

기찬랜드에서 다시 대동저수지를 거쳐 군서면 월곡마을까지 숲길을 걷는다. 잠시 마을과 농로를 거치지만 어색하지 않다. 숲길을 걸으면 도갑사 가는 입구와 왕인 박사 유적지에 다다른다. 기자는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죽은 사람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사실이다. 백제시대 사람 왕인 박사와 통일신라시대 사람 도선 국사가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그 밖에도 많은 선비와 장인이 남긴 얼이 면면이 전해지고 있다.  

동구림과 서구림으로 나뉘어 불리는 유서깊은 마을 구림은 좁은 지면에 말을 붙일 수가 없다. 수백 년 된 정자와 고택과 골목길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골목마다 전설이 깃들어 있고,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 거대한 몸집으로 앉아 있는 바위도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산성대에 오르면 영암읍내와 인근 들녘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찬묏길은 2007년부터 시작해서 2009년에 제1구간(천황사 주차장~ 기찬랜드:기체험, 7.5km)이 개통되었다. 이후 제2구간(기찬랜드~ 군서면 월곡마을:문화체험, 7.9km), 제3구간(월곡마을~ 학산면 용산마을:역사체험, 7.8km), 제4구간 용산마을~ 학계마을:생태체험, 8.9km), 제5구간(학계마을~ 미암면 미암마을:오감체험, 8.2km)이 순차적으로 개통되었다. 

총연장 40km에 이르는 자연 친환경 산책로인 기찬묏길은 월출산 100리 둘레길이다. 각 구간마다 개성 있는 테마 길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길을 단장해 놓고 여행객이 막 찾아올 때 코로나19가 여행객의 발목을 붙잡아 버렸다. 

이제 서서히 숲길을 걸어야 할 때다. 숲길을 찾아 짐을 꾸려 길을 나서야 할 때다.

INFO 천황사 가는 교통편
영암읍내 ~ 천황사 주차장 택시 : 5000~6000원. 
군내버스 : 07시 10분, 09시10분, 10시10분, 오후4시10분 4차례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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