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꼭꼭 숨은 ‘남한의 중심’, 배꼽마을을 아시나요
꼭꼭 숨은 ‘남한의 중심’, 배꼽마을을 아시나요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6.23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옥천 배꼽마을 탐방기
물 건너 산 넘어 찾은 오지 속 오지 여행
지리적으로 남한의 중심마을임을 알리는 충북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 배꼽마을의 표지석. 사진 / 박정웅 기자
백용현 장연리 이장이 별천지로 꾸민 배꼽체험마을의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백용현 장연리 이장이 별천지로 꾸민 배꼽체험마을의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배꼽체험마을을 꾸미고 있는 백용현 이장의 작품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배꼽체험마을을 꾸미고 있는 백용현 이장의 작품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옥천(충북)]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은 강원 양구(남면 도촌리)이다. 그렇다면 남한의 중심은 어디일까. ‘배꼽마을’(충북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을 남한의 중심마을로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기자 또한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심산유곡에 둘러싸인 배꼽마을은 얼굴을 꽁꽁 숨긴 오지였다.

수상한 세월에 익숙한 것들과 거리를 둘 겸 배꼽마을을 찾았다. 품깨나 팔았다. 옥천 읍내에서 차량으로 1시간을 더 들어갔다. 하마터면 멀미를 할 뻔 했다. 굽이굽이 금강 물줄기를 따라 달리다가 고개(궁촌재·오구니재) 여럿을 넘었기 때문이다.

배꼽마을 어귀에는 ‘남한면적 중심마을(장연리)’을 깊게 음각한 표지석이 떡 하니 서 있다. 이곳이 왜 배꼽마을인지를 알겠다. 실제 중심은 표지석이 세워진 곳이 아닌, 이곳에서 10여미터 떨어진 계곡 건너편의 돌탑이다.

배꼽마을이 중심마을로 밝혀진 때는 2003년 10월이다. 당시 대한지리학회와 국토연구원은 장연리를 지리적 위치에서 남한 국토의 중앙점이라고 발표했다. 신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조사 과정의 산물이었다. 

배꼽마을은 탕건 모양의 관모봉(581m)에서 발원한 청정수가 흐르는 산촌이다. 깊은 산과 호수(장연저수지)가 잘 어우러진다. 마을 입구에는 큰 바위들과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즐비하다. 시원한 계곡수가 흐르는 곳에는 쉼터가 있다. 

마을 가운데에는 장연저수지가 있다. 본래 80여가구가 살았다. 그런데 2003년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마을의 일부가 수몰됐다. 현재 30여가구의 주민들은 표지석이 있는 아랫마을(장연리 마을회관)과 윗마을(귀재)에 거주한다. 

백용현 장연리 이장. 그는 자신의 특기인 목공을 재능 기부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백용현 장연리 이장. 그는 자신의 특기인 목공을 재능 기부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공방에 선 백용현 이장. 그의 재능 기부는 주로 이곳에서 이뤄진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공방에 선 백용현 이장. 그의 재능 기부는 주로 이곳의 활동에서 비롯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백용현 장연리 이장(57)이 전한 배꼽마을의 어제와 오늘 얘기다. 윗마을로 향하는 길, 높다란 저수지 둑을 배경으로 별천지를 가꾼 그를 만났다. 백 이장은 대대로 내려온 고향집을 배꼽체험마을(배꼽치유농장)로 꾸몄다. 배꼽체험마을은 크게 공방(깎기공방, 카페)과 농장(과수원, 식물장), 둘레길(묵상길) 등으로 이뤄졌다.

공방에도 농장에도 정원에도 배꼽체험마을은 작품 천지다. 목공부터 금속,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응용미술을 전공한 백 이장의 손을 거친 것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네 살 때 부모와 고향을 뜬 그는 2013년 반백이 돼서 돌아왔다. 

백 이장은 “산촌 마을 사람들의 삶은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능을 살려 주민들과 예술, 교육, 체험을 함께하자는 마음에서 문화공간인 체험마을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산촌마을에 공방이며 농장이 들어선 배경이다. 

배꼽체험마을 곳곳에는 백용현 이장의 작품이 많다. 체험마을을 안내하는 듯 고양이가 함께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배꼽체험마을의 모든 공간은 백용현 이장의 작품 전시장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배꼽체험마을 농장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사과. 사진 / 박정웅 기자
오는 7월이면 배꼽체험마을의 자두를 맛볼 수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배꼽체험마을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목공예, 비누공예, 가죽/토털공예, 먹거리 만들기, 사과·자두·복숭아 따기, 둘레길(묵상길) 걷기 등이 있다. 농장에는 30여전부터 가꿔온 사과며 자두며 복숭아가 무럭무럭 자란다. 

백 이장은 특기인 목공을 지역 공동체와 나누고 있다. 그의 재능 기부는 가장 먼저 마을 주민에게 향했다. 현재 동네 주민들을 모아 배꼽목공동아리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복지를 제고하는 차원이다. 

사업 가치를 눈여겨 본 옥천군과 한국농어촌공사가 백 이장의 활동을 돕는다. 체험활동 참가자들은 장연리를 상징하는 기념품을 제작하면서 목공 기술을 익힌다. 판매 수익은 지역 복지를 위해 쓰일 예정이다.

백 이장은 본격적인 농촌체험마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면서 “문화와 예술, 교육과 체험을 아우르는 복합공간으로서 체험랜드를 지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재능 기부는 배꼽마을에 그치지 않는다. 옥천 지역 취약계층으로 그 대상을 넓힌 것. 동행한 황승일 옥천군 희망복지팀장은 “백 이장이 반제품 형태로 제공하는 목공예품을 지역의 사회취약계층이 완성도를 높여 부가가치가 있는 완제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제품 제작과 판매 과정에 공동체를 향한 사회적 가치가 듬뿍 담겼다.

보청천 자전거도로. 사진 / 박정웅 기자
보청천 자전거도로. 사진 / 박정웅 기자
보청천에 우뚝 솟은 독산과 상춘정. 유명한 출사지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보청천에 우뚝 솟은 독산과 상춘정. 지역에서 꽤 이름난 출사지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배꼽마을과 가까운 옥천군 청산면에는 보청천이 흐른다. 금강 수계의 하천으로 보은의 속리산 자락에서 발원한다. 하천 이름은 보은과 청산의 지명을 땄다. 보청천에는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약 2.5km)가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많지 않으므로 가볍게 길을 걸으며 강물에 비친 산그림자를 쫓는 것도 추천한다. 

보청천에는 명물이 있다. 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독산과 그 위에 자리를 튼 상춘정이 그것이다. 강 복판에 산이라. 전설에 따르면 독산은 본래 속리산에 있었는데 홍수가 나 이곳까지 떠내려 왔단다. 어디서 알고 왔는지 독산과 상춘정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많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