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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군산 아닙니다… 온 마을이 근대문화유산
군산 아닙니다… 온 마을이 근대문화유산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7.01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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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춘포리로 떠나는 시간여행
가장 오래된 춘포역, 100년 세월 ‘훌쩍’
원형 잘 보존된 일식가옥과 대장도정공장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의 대장공장(대정도정공장)의 뒷면 외관. 일제강점기 호소가와 농장의 도정공장으로 사용됐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의 대장공장(대장도정공장)의 뒷면 외관. 일제강점기 호소가와 농장의 도정공장으로 사용됐다. 내부 마루바닥을 기준으로 이층 구조의 환기구를 갖췄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춘포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춘포역(폐역·등록문화재 제210호)은 춘포리를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일제강점기의 아픔도 우리의 역사다. 해방 이후 8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가운데 일제가 남기고 간 유산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일부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조명돼 여행 사진의 단골 배경이 되곤 한다. 일부는 사라져 그 흔적조차 없지만 빈 터에서 갖은 상상력을 동원하는 역사여행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전북 군산이 아니다. 군산의 바로 옆 도시, 익산의 작은 마을에 대한 얘기다. 그곳은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다. ‘봄이 드나드는 물가’라는 아름다운 지명을 지닌 춘포(春蒲)리에는 근대문화유산이 산재한다. 춘포가 면소재지가 되게 한 전라선 춘포역부터 일본인 대지주를 잇댄 일식가옥(적산가옥)까지, 리 단위의 이 작은 마을에 둘러볼 유산이 차고 넘친다.

춘포역 벽에 부착된 근대문화유산 동판. 사진 / 박정웅 기자
승강장 방향에서 바라본 춘포역. 역명은 1996년까지 춘포리의 본래 이름인 대장촌을 딴 대장역이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승강장 방향에서 바라본 춘포역. 역명은 1996년까지 춘포리의 본래 이름인 대장촌을 딴 대장역이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춘포리를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은 단연 춘포역(폐역·등록문화재 제210호)이다. 이 지역에 대한 일제의 인적·물적 수탈사를 집약한 곳이기 때문이다. 춘포역은 전라선으로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는 일제의 계략에 따라 1914년 세워졌다. 전라선 철도는 당시 이리-구이리-대장(춘포)-삼례-전주 간을 운행했다. 일본인은 호남평야의 쌀을 춘포역을 통해 군산까지 옮긴 후 다시 배로 일본으로 빼갔다. 

춘포역은 2011년 전라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깊은 휴식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으로서 역사·건축·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가 됐다. 역사(驛舍) 안팎에는 이를 잘 설명하는 조형물이 배치됐다. 승강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교각 위로 전라선이 가로지른다. 들판 건너편에는 전주로 향하는 27번 국도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춘포가 교통의 요충지임이 확인된다.

호소가와 농장의 대장도정공장. 사진 / 박정웅 기자
대장도정공장에서 이층 구조의 환기구를 살피는 여행객. 사진 / 박정웅 기자
대장도정공장이 직접 운영한 병원의 간호사들이 사용했다는 일식가옥(왼쪽). 사진 / 박정웅 기자
대장도정공장이 직접 운영한 병원의 간호사들이 사용했다는 일식가옥(왼쪽). 사진 / 박정웅 기자

춘포에서는 호소가와라는 일본인 대지주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만경강 일대를 주름잡은 그의 주무대가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호소가와 농장과 관련된 대표적인 공간이 대장도정공장, 일본인 농장가옥(에토 가옥), 김성철 가옥 등이다. 춘포역 광장에서 만경강 제방길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작은 마을인지라 다리품을 크게 팔지 않아도 된다.

가장 눈에 띄는 큰 건물은 대장공장(대장도정공장)이다. 호소가와는 이곳에서 쌀을 현미로 정미한 뒤 춘포역을 통해 군산항을 거쳐 일본으로 가져갔다. 정문 맞은편의 나란한 3동의 건물은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12대의 정미기를 배치한 대규모 공장이었다. 직속 병원까지 있었으니 인근에는 간호사들의 숙소로 사용한 일식가옥이 있다. 이 가옥의 맞은편 골목은 호소가와가 정미기 3대를 들여온 첫 도정공장 자리다. 

등록문화재 제211호로 지정된 춘포리 구 일본인 가옥
등록문화재 제211호로 지정된 익산 춘포리 구 일본인 농장가옥. 사진 / 박정웅 기자
일명 '김성철 가옥'의 뒷면. 일식가옥으로 정원이 잘 가꿔져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호소가와 농장과 관련한 근대문화유산은 ‘익산 춘포리 구 일본인 농장가옥’(등록문화재 제211호)이다. 호소가와의 저택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실은 그의 밑에서 일한 에토의 집이다. 이리농림학교로 유학 온 그는 관리인으로 호소가와 농장에 취직했다. 5년 뒤 일제가 망할 줄 누가 알았겠나. 에토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 목적으로 1940년 저택을 지었다. 

에토 가옥처럼 잘 보존된 일식가옥이 또 있다. 당시 호소가와 농장의 관리인이 살던 집으로 일명 ‘김성철 가옥’이다. 지역에서 7, 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철은 앞서 이리농림학교를 나와 호소가와 농장에서 일했다. 김성철 가옥은 사유지여서 내부 출입이 불가하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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