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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요란함 뒤로… 한갓져서 더 아름답네
요란함 뒤로… 한갓져서 더 아름답네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7.12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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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테마여행
전남 고흥군 덕흥마을의 수수한 멋
전남 고흥군 동일면 덕흥해변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전남 고흥군 동일면 덕흥해변 전경. 해변 안쪽은 덕흥리 덕흥마을이다. 드론촬영 / 조용식 기자
덕흥리의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드론촬영 / 조용식 기자
덕흥리의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드론촬영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고흥(전남)] 2013년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우주로 힘껏 날아올랐다. 덩달아 고흥이라는 이름이 전파를 탔다. 기차가 닿지 않는 남도의 땅끝 반도, 전남 고흥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고장이었다. 기껏 유자나 꼬막의 앞머리에 붙은 ‘고흥’은 봤을 법하다. 그렇지만  정작 고흥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아는 이는 드물었다. 이를 뒤집어 보자. 요즘 같은 세상에 비대면 여행지로서 고흥의 진가가 있질 않겠나.

요란한 여행지를 뒤로 고흥을 찾았다. 고흥은 도로에서부터 우주의 날개를 달았다. 15번 국도는 우주항공로, 고흥읍에서 나로도 방향으로 갈라지는 15번 지방도는 우주로다. 도로명만 따라가면 나로우주센터다. 우주센터는 고흥반도의 동남쪽 섬인 나로도에 있다. 나로도는 반도 쪽에 가까운 내나로도(동일면), 먼 바다를 낀 외나로도(봉래면)로 이뤄져 있다. 우주센터는 외나로도 쪽이다.

덕흥해변의 해송. 사진 / 박정웅 기자
덕흥해변의 해송. 사진 / 박정웅 기자
덕흥해수욕장의 백사장.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덕흥해수욕장의 백사장.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인적 드물어 더 찾고 싶은 곳
고흥, 더구나 나로도를 찾는 여정의 대부분은 외나로도에 맞춰져 있다. 우주센터가 고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우주로를 달리다가 내나로도 초입에서 샛길로 빠졌다. 형제 같은 섬이라지만 내나로도가 더 한갓져서다. 목적지는 덕흥리(덕흥마을)다.

덕흥마을의 상징은 덕흥해변(덕흥해수욕장)이다. 마을은 완만하게 경사진 사면 양쪽에 자리했다. 그 사이를 섬치고는 너른 들판이 메운다. 이 들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면 멋진 덕흥해변이 나온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해수욕장의 규모는 꽤 크다. 백사장의 폭은 70여m, 길이는 500여m에 이른다. 규모에 비해 분위기는 소담하다. 품에 안겨 있는 형세에다 해송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기 때문이다.

수백년 된 해송은 자연 방풍림 역할을 한다. 마을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막아준다. 또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니 고마운 존재다. 해송 사이에서 캠핑도 가능하다. 백사장의 모래는 곱다. 해변은 경사가 완만해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어울린다. 

덕흥천문대. 사진 / 박정웅 기자
덕흥천문대. 사진 / 박정웅 기자
덕흥서원에서 구룡마을을 잇는 해안 데크길. 맞은 편은 원시체험의 섬인 시호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우주인도 원시인도 환영… 체험거리 풍성
덕흥해변의 왼쪽, 구룡산(238m) 동쪽 자락에는 우주의 꿈이 자라고 있다. 국립청소년우주센터(NYSC)가 미래의 우주인을 맞이한다. 센터는 체험활동관, 생활관, 천체투영관/하늘전망대, 로켓발사장/전파간섭계, 나노챌린지, 우주인마을, 조각달전망대, 타임캡슐광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특성화캠프, 가족캠프가 열린다. 당일체험도 가능한데 모두 사전 예약(홈페이지)이 필수다. 

덕흥마을 초입에는 센터의 부속시설로 덕흥천문대가 있다. 전문적인 천문관측 연구를 수행하며 청소년에게 더 생생한 우주를 체험시키고자 마련됐다. 폐교된 덕흥초등학교 부지에 2013년 건립됐다. NYSC 1m 원격제어 망원경이 설치된 천체 관측소와 교육 실험동이 있다. 

덕흥리에는 ‘죽은 호랑이’가 떠있다. 원시체험의 섬으로 알려진 시호도(尸虎島)다. 지명은 하늘에서 바라본 섬의 지형이 호랑이가 죽어 누워있는 모양에서 땄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호랑이가 먹이를 구하러 구룡마을로 왔다가 마을 수호신 9마리의 용과  싸우다 죽었다.

무인도인 시호도에는 원시체험마을이 조성돼 있다. 고흥군은 2013년부터 시호도와 나무 군락 등을 활용해 원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바다를 낀 해안 데크길이 있다. 덕흥서원 방향으로 2km쯤 이어진다.

오션뷰를 담는 ‘가고파 별빛담아’. 바위 위의 꽃밭 정원이 눈길을 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가고파 별빛담아의 쉼터. 사진 / 박정웅 기자

별빛 쏟아지네… 언덕 쉼터의 여유
여행의 피로를 덜 프리미엄 쉼터가 있다. 오션뷰를 담는 ‘가고파 별빛담아’다. 상산(272m)이 동쪽으로 뻗어나간 언덕에 자리를 잡은 만큼 전망이 좋다. 여기보다 한참 낮은 언덕에는 대기업 연수원이 자리한다. 이곳의 뷰포인트가 어떤지를 단박에 알겠다. 바위 위의 꽃밭 정원이 눈길을 끈다. 자연 그대로의 바위에다 다양한 꽃을 가꿔놨다.

3개의 럭셔리 객실 모두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파노라뷰를 담는다. 방해받지 않는 프라이빗한 쉼터다. 북카페 ‘게으른 책방’은 차와 음료를 무료로 내놓는다. 별도로 문의하면 스몰웨딩 등 소소한 이벤트가 가능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서효숙 지킴이는 쉼터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는 “남해의 일출과 일몰을 가슴 펴고 맞이하는 곳”이라고 쉼터를 소개했다. 

동포갯벌체험장. 사진 / 박정웅 기자
체험장의 숙소동. 사진 / 박정웅 기자
체험장의 숙소동. 사진 / 박정웅 기자

앞뒤가 바다… 갯벌체험장의 하루
갯것이 풍부한 고흥에 왔으니 갯벌생태 체험을 해보자. 깊숙한 만을 가로지르는, 곶처럼 돌출된 동포갯벌체험장을 눈여겨보자. 고흥 하고 외떨어진 섬이어서 갯벌은 더 싱싱하게 살아 숨쉰다. 물 빠진 갯벌은 칠게, 짱둥어 등의 놀이터다. 바지락, 낙지, 해삼 체험을 할 수 있다. 활동에 필요한 장화, 호미, 소쿠리는 빌리면 된다. 

갯벌에 들어가기 싫다면 부교에서 갯벌 생태를 관찰해도 좋다. 숨죽이고 가만히 지켜보자. 그러면 인적에 화들짝 놀라 자취를 감춘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체험장은 숙박동, 캠핑장, 편의시설을 갖췄다. 캡슐 모양의 숙박동은 독채 구조다. 편의시설로는 샤워시설, 화장실, 매점 이 있다. 체험장이 작은 곶 형태의 지형에 있어 바다 사이를 노닐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에는 갯벌, 뒤로는 해변을 낀 바다다. 때문에 만조가 되면 바다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는다. 
바다 풍경은 아름답다. 해변 맞은편 무인도인 동백섬이 바람과 파도를 누그러뜨린다. 해변 오른쪽으론 지역민들의 독살이 있다. 선착장은 바다를 향해 튀어 나왔다. 외진 곳이어서 느긋한 걸음을 할 수 있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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