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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차 마시고 밥 먹고 시장 보고… 광주송정역 앞 '1시간의 행복'
차 마시고 밥 먹고 시장 보고… 광주송정역 앞 '1시간의 행복'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08.12 09: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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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을 살리는 여행 ①] 광주송정역 인근 여행
김삼호 광산구청장 "송정역, 광주의 관문에서 중심으로"
광주송정역 골목에는 예스러움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문물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광주송정역 골목에는 예스러움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문물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광주] 호남선 광주송정역은 광주의 관문이다. 해마다 수십 번 광주송정역을 이용하면서 그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아침·낮·저녁 3회에 걸쳐 광주송정역 맞은편 골목을 기웃거렸다. 놀랍게도 여러 가지 행복한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송정역시장의 야경. 사진 / 박상대 기자
좁은 길을 차량통행과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홀수날과 짝수날 주차라인이 좌우로 바뀐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좁은 길을 차량통행과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홀수날과 짝수날 주차라인이 좌우로 바뀐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참기름을 짜주기도 하고 판매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참기름을 짜주기도 하고 판매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10년 역사를 가진 송정리역 골목시장

광주송정역은 한때 송정리역이었다. KTX가 개통되기 전까지 광주의 관문은 광주역이었다. 그런데 목포까지 KTX 고속열차가 개통하면서 송정리역 자리에 광주송정역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기자는 1년에 수십 차례 광주송정역을 다녀가면서도 기차역 주변 거리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만큼 허둥지둥 살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친구의 권유로 기차역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섰다. '송정역 시장’이란 간판이 시선을 잡아끈다. 

"1913년 호남선 송정역이 생기고, ‘매일 송정 역전시장’이란 이름으로 시장이 생겼어요. 그 후 송정리역전시장으로 불리다가 최근에 '송정역 시장’이 되었죠.”

100년 역사를 가진 송정역 시장은 도시형 쇼핑센터가 생기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던 것을 2000년 광주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옛골목을 복원하여 추억과 향수가 있는 문화관광의 거리로 만들었다. 오랜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과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모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쌀과 잡곡류를 팔던 가게, 밀가루 제분소, 국숫집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광주송정역 맞은편 큰길을 건너면 송정역 시장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젊은이들이 창업한 카페나 빵집이 여러 곳 성업 중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구이와 떡볶이, 튀김집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청년들이 창업하여 가게를 지키는 곳도 있다. 커피는 물론 각종 주스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양초공예품을 진열해 놓고 파는 곳도 있다. 융복합 커피숍이라고 할까.   

지글지글 닭꼬치구이가 익어가는 집이 시선을 당긴다. 이 집에서는 닭강정과 양념치킨도 판다. 찹쌀 도너츠와 핫도그, 직접 구워내는 빵은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침 10시 30분에 첫 빵이 나오는데 휴일에는 서너 차례 빵을 구워낸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휴일이면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사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허름한 간판의 국밥집이 있다. 40년 전통이라는 이 집은 코로나 시대에도 24시간 영업을 했고, 점심이나 저녁때는 국밥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시장길에서 길 건너까지 4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국밥집이 대여섯 집 있다. 암뽕순대나 족발을 파는 국밥집에서는 포장용 국밥을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송정오일장은 3일, 8일에 열리고, 한쪽에는 매일시장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송정오일장에서는 신선한 야채와 싱싱한 수산물을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신선한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이 있는 송정오일시장 
1913 송정역시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송정리 오일시장이 있다. 3일과 8일 이른 아침에 열리는 오일시장에는 담양ㆍ나주ㆍ무안 등지에서 싱싱한 농수산물과 생활용품이 올라온다. 

아침 8시가 안 되었는데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흥정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도시 사람으로 보인다. 종종 여행객도 눈에 띈다. 골목에는 가게마다 파라솔을 펼쳐놓았다. 걷기에 불편해 보이지만 상인들이 손님을 위해 펼쳐놓은 것이다. 

삼복더위에 몸보신하라며 인삼, 더덕, 감초, 당귀 등 한약재를 팔고 있는 가게를 지나자, 감자, 고구마, 양파, 고구마순, 익은 고추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오이, 가지,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도 있고, 열무와 배추, 부추를 파는 아주머니도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송정오일장과 매일시장에서는 맛있는 각종 김치를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어디선가 비린내가 난다. 고등어랑 갈치랑 낙지와 오징어를 파는 가게가 있다. 호남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은 게가 눈에 띈다. 게장을 담아서 밥 한 숟가락 뜨고,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씹어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미꾸라지와 장어와 새우 등등 민물고기를 파는 아저씨도 있다. 한 손님이 직접 잡은 거냐고 묻자, “내가 안 잡으면 누가 주겠어요?”하며 웃는다. 한 아주머니가 토하젓을 담겠다면서 민물새우를 한 봉지 산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김치가게가 있다. “장날에만 많이 담가서 내놓고 평일에는 조금씩 담가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팔지라.”

배추김치ㆍ열무김치ㆍ파김치ㆍ깍두기 등등 먹음직스러운 김치를 판매한다. 입안에 침이 고인다. 김치를 사가면 아내가 좋아할 것이다.

송정리 오일시장은 3일과 8일에 열리지만 김치가게나 생선가게, 국밥집 등 몇몇 가게는 평일에도 문을 연다.

Interview1
사진 / 박상대 기자
왼쪽부터 아들 김성훈, 어머니, 아버지. 사진 / 박상대 기자
 
광주의 5味 송정리 떡갈비
화정떡갈비

송정리역 근처 광산구청 앞 골목에는 광주 5미 중 하나인 떡갈비거리가 있다. 1970년대 처음 이곳에서 떡갈비를 만들어서 판매했다. 갈비도 귀하던 시절에 살코기를 다져서 떡처럼 만들 뒤 구워 먹는 떡갈비.  

화정떡갈비는 70년대 중반 처음 떡갈비를 만들어 판 세 집 가운데 한 집이다. 현재 창업자(이영순)가 살아 계시고 아들(김성훈)이 총지배인, 손자가 직원으로 3대가 모여 일하고 있다. 사업자는 여전히 어머니 명의로 되어 있다. 

“부모님이 창업해서 지금까지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건강하고, 수십 년째 단골손님들이 오세요. 우리 집의 자긍심입니다.”
광주의 5味 송정리 떡갈비
70년대 중반부터 광주의 대표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떡갈비. 사진 / 박상대 기자

김성훈 대표는 전통 맛을 지키면서 현대인의 입맛도 맞춰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소고기(양지살과 갈비살)와 돼지고기를 8대2로 섞어서 적당히 다진다. 고소한 맛과 육즙이 살아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정도 맛을 놓고 직원회의를 한다. 육류부터 야채, 양념, 육회비빔밥에 들어가는 참기름까지 소홀히 하는 것이 없다. 신선하고 맛이 있어야 한다. 


화정떡갈비는 창업자부터 3대까지 이어온 연륜 덕분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 지난 7월 초순, 중기부에서 코로나 극복 이벤트를 열었다. 전국 11개 백년가게 음식점에서 한 가지 메뉴를 내놓고 온라인판매를 했는데 화정떡갈비가 광주지역 업체로 유일하게 참여했다. 떡갈비는 단박에 완판되었다. 그 이후 화정떡갈비는 온라인 주문판매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식당에서 먹은 뒤 집에 있는 가족을 위해 포장떡갈비를 사가는 손님들도 제법 된다.  

 

Interview2
광산구청장 김삼호. 사진 / 박상대 기자 

광산구청장 김삼호 

광주의 관문에서 중심으로!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KTX를 타고 광주나 전남지역을 다녀간 여행객들이 송정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늘 아쉽다. 한 시간만 머무르다 가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텐데….

“청년들과 토박이 상인들이 자리하고 있는 1913 송정역 시장에 가보면 먹을 것도 많이 있고, 잠시 쉴 만한 찻집도 있고, 생활용품을 구매할 것도 있어요.”

김 구청장은 그동안 도시재생에 관심을 집중했는데 이제는 홍보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여행객들이 더 쉽게 접근하고, 더 편히 쉬고,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송정역 시장에서 오일시장까지 가는 길에도 많은 가게들이 있다. 토속음식인 국밥, 광주5미에 들어 있는 떡갈비집이 있고, 추어탕이나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귀엽고 모던한 카페도 있다. 휴일이나 저녁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차를 끌고 나타나서 도로가 온통 주차장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주차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상인들과 구청의 중재로 홀수날과 짝수날 주차 방향을 다르게 하기로 약정했다. 참 민주적이다.
광주송정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용아 박용철 생가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시장도 광산구의 보물이다. 신선하고 저렴한 농수산물과 특산품이 무수하게 쌓여 있다. 김 구청장은 광주송정역이 있는 광산구가 광주시의 관문을 넘어 핵심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김영랑 시인과 동시대를 살다간 용아 박용철 시인 생가가 있고, 황룡강과 녹지공원도 여러 군데 있다. 여행객들이 한 시간만 더 일찍, 혹은 더 늦게 출발한다면 광주의 여러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머잖아 광주-대구간 달빛 고속철도, 광주-순천간 경전선 등이 확대 건설되면 광주송정역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송정역 광장에 여행자 안내센터를 설치하고, 짐 보관소나 다양한 이동식 모빌리티(전기자전거, 쉐그웨어, 퀵보드) 렌탈 서비스 시스템도 갖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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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리 2022-11-02 11:30:12
여행객? 타지역사람이라는건가요?
광주사람이 서울방향행 기차타는게 송정리역 아닌가요. 여행객이라기보다는 광주지역사람들이 이용객이죠.. 출발전 식사는 집에서. 서울에서 내려온사람이면 식당에서 밥먹고갈수는있겠다. 집에가면 피곤하니 먹고들어간다. 주이용고객이 광주사람이면 타지역방문목적이니 선물같은건들고가겠죠.역사안에 영광모시송편같은거. 시장에 참기름도 선물로 적당할것같은데 자취해도 참기름있음비벼먹기좋고 어디든들어가니까.1319시장이용객은 역차이용자는 아닌것같은데. 시장특색도없이 새로들여온게 식당,먹자골 컨셥이랄까. 차라리 여전히이용객많은5일장객이 5일장아닌날들려서 장보거나 구경할수있는 재래시장컨셥을하시지. 근처면에서광주병원왔다들가는길에 장보고갈수도있고. 광주사람도장볼수도있고.혹시 옆골목ㅅ매매활성목적이라서비어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