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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신안 증도의 숨 쉬는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신안 증도의 숨 쉬는 갯벌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09.23 0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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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지난 7월26일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선정
증도 갯벌,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생명의 보고
하늘에서 본 갯벌과 갯골. 사진제공 / 신안군
하늘에서 본 갯벌과 갯골. 사진제공 / 신안군

[여행스케치=신안] 지난 7월 2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선정했다. 신안, 보성-순천, 고창, 서천 등 4개 갯벌이다. 무수히 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 신안 증도 갯벌에 다녀왔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갯벌의 전체 면적이 약 2,500㎢에 달한다. 이는 서울 면적의 6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사진제공 / 신안군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갯벌은 인간과 어패류와 새들이 공존공생하는 공간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갯벌은 인간과 어패류와 새들이 공존공생하는 공간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짱뚱어. 사진제공 / 신안군
짱뚱어. 사진제공 / 신안군

일용할 양식과 서정성을 선물하는 갯벌
갯벌을 상상하는 일은 흥겹다. 남도 갯벌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은 내내 경쾌했다. 기자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갯벌은 드넓은 땅이다. 20대 중반 총각시절이었다. 아스라이 펼쳐진 짙은 회색의 대지가 차츰 황금색 바다에 빨려 들더니 이내 어둠 속에 잠겨버렸다. 갯벌은 어둠의 저편에서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바다였다. 갯벌에 다가갈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류의 역사는 바다와 함께 시작되었다. 먼먼 옛날 인류가 남긴 흔적은 대부분 바닷가 갯벌과 가까운 곳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흔적이 패총(조개무지)이다. 인류는 갯벌에 사는 조개류와 물고기를 잡아먹고 생명을 부지했고, 후손을 낳아 길렀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갯벌은 뭇 생명의 서식지를 넘어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한 생명의 터전이었고, 그 역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갯벌은 여러 동식물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우리에겐 심미적인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갯벌이 보여주는 심미적인 요소는 돈으로 가늠할 수 없다. 바닷가 사람들은 갯벌에서 서정성을 기르고 넉넉한 인심을 얻는다. 서두르거나 이기적이지 않고, 탐욕스런 행태를 보이지 않는다. 개인주의를 지양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도시인은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바다를 찾는다. 3면이 바다인 우리는 바다를 동경하고 그리워한다. 해수욕장이나 섬으로 힐링 여행을 다닌다. 바닷가에 서면 누구는 시인이 되고, 누군 가수가 되었다. 사진작가가 되고 화가가 되었다. 

꼬막을 채취하는 어부들. 사진제공 / 신안군
꼬막을 채취하는 어부들. 사진제공 / 신안군
증도 갯벌에서 만난 달랑게. 사진제공 / 신안군
증도 갯벌에서 만난 달랑게. 사진제공 / 신안군
신안 증도에 있는 짱뚱어다리. 사진제공 / 신안군
신안 증도에 있는 짱뚱어다리. 사진제공 / 신안군
갯벌은 인류 생명의 보고이다. 육지 갯벌에 있는 염전. 사진제공 / 신안군
갯벌은 인류 생명의 보고이다. 육지 갯벌에 있는 염전. 사진제공 / 신안군
갯벌 근처 음식점에서 쉽게 맛 볼수 있는 짱둥어탕. 사진제공 / 박상대 기자
갯벌 근처 음식점에서 쉽게 맛 볼수 있는 짱둥어탕. 사진제공 / 박상대 기자

칠게와 농게와 달랑게가 노는 뻘밭 
지난 주말 기자는 신안군 증도로 달려갔다. 갯벌을 오랫동안 마주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아침 일찍 지도읍 증도로 달려갔다.

증도 짱뚱어다리가 있는 우전해변(짱뚱어 해수욕장)에선 넓은 갯벌을 볼 수 있다. 갯벌의 색깔은 아침과 대낮과 해질녘마다 각기 다르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갯벌은 은색이다. 한낮에는 진한 회색이고, 오후에는 연한 갈색으로 변한다. 저녁때는 노을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변신한다.

짱뚱어다리에서 내려다본 갯벌에는 거대한 용이 누워 있는 듯한 물길이 있다. 저 물길을 갯골이라 한다. 그 중간에 있는 그물은 정치망인데 동네 사람들이 물길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는 물고기들을 잡아내려고 쳐놓은 그물이다. 저런 갯골 때문에 썰물일 때도 갯벌은 촉촉하고 생명체들이 수분을 흡수하며 살아간다.

한쪽 다리가 굵고 붉은 농게들이 갯벌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다. 햇볕을 쪼이는 것인지 먹이를 사냥하는 것인지 가만히 서 있거나 천천히 움직인다. 한가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살그머니 다가갔더니 쏜살같이 갯벌 속으로 몸을 숨긴다.  

“게들을 사진 찍으려면 카메라 놔두고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청력이 아주 뛰어나서 사람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금세 도망쳐요. 저쪽에 있는 빨간 게들은 달랑게입니다. 칠게나 농게랑 노는 밭이 다릅니다. 달랑게는 모래가 좀 더 많은 모래갯벌에서 살지요.”

주성영 신안군청 주무관은 갯벌전문가다. 그는 신안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으니 갯벌이 훼손되지 않고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갯벌에 서식하는 퉁퉁마디풀(함초). 사진제공 / 신안군
갯벌에 서식하는 퉁퉁마디풀(함초). 사진제공 / 신안군

갯벌은 살아 있는 여러 생명의 공간
갯벌은 ‘개펄’ 혹은 ‘뻘밭’이라 부른다. 갯벌은 먼먼 옛날 조류나 강물을 따라 흘러내린 흙(황토)이 쌓여서 생성된 해안 습지다. 홍수가 나면 저 멀리 산속에서 혹은 들판에서 큰 물줄기에 휩쓸려 바다로 내려온 흙과 모래가 쌓인 것이다. 깊은 바다까지 휩쓸려갔다가 다시 파도에 휩쓸려 육지 쪽으로 떠밀려오기도 한다. 홍수가 끝나면 강 하구에는 거대한 모래톱이 생기고, 그 아래 갯벌이 자리를 잡는다.

갯벌은 조류의 흐름이 무딘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갯벌은 보드랍다. 손으로 만질 때나 맨발로 걸어 다니면 그 촉감에 감탄한다. 몇 해 전, 대구에서 서해안으로 수학여행 온 중학생들을 마주한 적이 있다. 그들은 처음 본 갯벌에서 옷이 다 젖도록 나뒹굴어서 버스를 제때 타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생물학자들은 갯벌이 살아 있다고 말한다. 갯벌에는 다양한 미네랄과 영양분이 있고, 고급 영양분을 먹기 위해 다양한 생명체들이 갯벌로 몰려든다. 

연체동물인 낙지와 개불, 갯지렁이가 대표적이다. 가을이면 낙지가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장악한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면 개불이 횟집 식탁에 단골로 올라온다. 바지락, 꼬막, 고둥을 비롯한 패류, 그리고 해조류가 살고 있다. 

겨울철에 갯벌에는 초록색 감태(파래)가 자란다. 동지섣달 내내 서남해안 어촌마을 밥상에는 감태지가 오른다. 특별한 양념도 하지 않고 묵은지나 고추장아찌로 간을 맞추면 그만이다. 파래뿐만 아니라 청각, 모자반, 톳도 물속 갯벌에 뿌리를 내린다.

육상 갯벌에는 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요즘 건강에 좋다고 소문난 함초(퉁퉁마디)와 칠면초는 대표적인 염생식물이다. 함토는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갯벌과 수초는 물고기들의 산란장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각종 물고기들이 산란을 위해 찾아온다. 숭어와 농어, 민어 등 물고기들은 깊은 바다에서 살다 산란을 위해 갯벌로 찾아온다. 그 무렵 어부들은 그물을 치고, 낚싯바늘을 드리운다.     

갯벌은 해안 침식을 막는 역할을 하고, 바닷물의 오염을 막는 정화작용을 한다. 갯벌에 살고 있는 바지락 하나가 하루에 오염된 물 15ℓ를 정화시킨다고 한다. 참으로 오묘한 일이다.

전남지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후,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갯벌의 생태‧자원을 잘 보존해 미래가치를 높이겠다. 갯벌을 비롯한 해양관광 자원을 하나로 묶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고,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증도를 돌아 나오는데 신안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음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면 다시 갯벌을 찾아와야겠다. 산낙지가 기다리는 바닷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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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주 2021-10-03 23:49:18
넘 좋은 여행자료 감사합니다
박상대 발행인님
화순 야생화예술촌 윤예주 입니다
가입해서 이렇게 뵙게 되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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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