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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남과 진도를 케이블로 연결하다
해남과 진도를 케이블로 연결하다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09.13 0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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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역사현장] 명량해상케이블카
진도대교와 명량해상케이블카의 야경. 드론촬영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역사적인 현장 명량바다. 진도대교 남쪽에 케이블 두 가닥이 해남과 진도를 연결했다. 1km 바다 위로 26개 캐빈이 여행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해남에 새로 선보인 관광상품을 소개한다.

명량해상케이블카는 해남두륜산케이블카에 이어 해남군에 두 번째 개통된 케이블카다. 드론촬영 / 조용식 기자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진도대교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데 야간에는 또다른 멋진 광경을 보여준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역사의 현장을 가로지른 해상케이블카
해남은 ‘땅끝 해남’에서 ‘여행의 시작’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저런 관광 관련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해남에서 전화가 왔다. “해남 우수영에 스카이워크랑 케이블카가 개통한당게라. 

시승 한번 하실래요?” 처음 전화를 받고 확답을 주지 못했다. 도전할 게 따로 있지, 육상에서도 무서워서 타지 않는 케이블카를 바다 위에서 탄다고? 나이를 핑계로 거절할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사양할지 고심하다 하루 만에 용기(?)를 냈다.

해남으로 달려가는 길은 흐렸다. 가을장마란다. 전라도 땅에 접어들자 가는 비가 차창에 부딪쳤다. 우수영만 아니라면 차를 돌리고 싶었지만 묵묵히 달려갔다.  

진도와 해남을 떼어놓은 바다, 시속 20km 남짓 빠른 속도의 조류가 흐르는 거친 바다는 실로 엄청난 역사를 품고 있다. 먼 옛날 고려의 삼별초군이 몽골군과 관군의 공격을 받고 저항한 바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13척으로 잘 훈련된 왜군(133척)을 물리친 바다, 세계적인 전승기록으로 남아 있는 명량대첩의 현장, 영화 <명량>을 통해 유명세를 탄 바다.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의 물소리가 듣고 싶었다. 나는 기묘한 물소리를 들을 때 몸속으로 파고드는 오싹한 긴장감을 좋아한다. 과학자들은 너른 바다에서 좁은 바다로 흘러들어온 바닷물이 서로 앞서 가려고 부대끼다 물속 암반과 부딪쳐서 나는 소리하고 한다. 

스카이워크 안내판. 사진 / 박상대 기자
스카이워크는 조선수군의 군함이었던 판옥선에 맞춰 돛을 세웠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스카이워크는 강강술래 춤을 추는 여인들의 춤사위를 형상화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대교 명량축제와 스카이워크의 감정이입
명량바다를 가운데 두고 해남의 우수영과 진도의 녹진광장이 마주보고 있다. 진도 땅에는 진도타워가 서 있고, 해남 쪽에는 우수영관광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왜군을 물리친 명량대첩 때는 진도와 해남의 민초들이 양쪽 언덕에서 수군을 도왔다.

나는 명량바다를 종종 그리워한다. 10여 년 전 명량축제를 관람한 후부터다. 2박3일 밤낮으로 현장을 지켜본 후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명량축제를 벌일 때면 진도와 해남의 민초들은 진도대교를 오가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해남 우수영광장에서는 강강술래를 벌이고, 진도에서 출발한 만가행렬은 진도대교를 오가며 저 옛날 명량바다에서 죽어간 영혼들을 달랜다. 한ㆍ일간의 화해는 물론 이름 없이 스러져간 민초들과 군인들의 영혼을 달랜 축제였다.   

해남과 진도를 이어주는 진도대교 위에서 진행한 만가행렬을 구경하면서 가슴이 울컥했다. 장정들이 꽃상여를 매고, 만장을 든 남녀 수십 명, 남녀 소리꾼의 구성진 내김소리가 구경꾼의 목젖을 촉촉이 젖게 했다. (그 명량축제를 이번에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대신했다.

그 바다에 관광 상품 두 가지가 들어선 것이다. 진도대교 아래 있는 스카이워크와 케이블카. 스카이워크는 회오리치는 물길 위에 서 있다. 마치 달밤에 강강술래 놀이를 하는 아녀자들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하얀 기둥과 하얀 바닥, 중간에 투명한 강화유리를 사용해서 회오리치는 물길이 보이게 했다. 꽈배기처럼 몸을 비틀고 서 있는 스카이워크를 오른다.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는데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다로 간다.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흘러가는 물길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신기하게도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키득거리며 오르고 남자들은 손잡이를 잡고 약간 겁을 먹은 표정으로 오른다. 발아래서 소용돌이를 만들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가는 물길에서 휘리릭 소리가 거칠게 들린다. 금세 빨려 들어갈 듯한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스릴과 공포는 때때로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한다. 

해상케이블카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케이블카를 타며 노을을 감상하는 재미라니
영화 <명량>을 관람한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바닷물과 그 바닷물에 처박히는 왜군의 배들과 왜군들을.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전쟁은 많은 인명을 살상하게 된다는 슬픈 역사를 남긴다. 

즐거움과 슬픔을 담고 있는 바다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간다. 진도대교 위를 걸어 다니는 명량축제 때 나는 진도와 해남이 따로가 아님을 발견했고, 섬과 육지가 하나임을 깨달았다. 명량대첩의 전승지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해남 우수영스테이션에서 진도타워 아래 녹진스테이션을 오간다. 케이블카가 진도와 해남을 더더욱 강한 흡인력으로 묶어버렸다. 관광객을 불러오는 일은 그 다음이다. 인류가 생긴 이래, 진도라는 섬이 생긴 수천 년 만에 사람들이 만들어낸 커다란 역사다.

케이블카가 건너는 거리는 1km, 바다 위로 최저층부 26m, 최상층부 95m를 초속 5m 속도로 날아간다. 밑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기자는 한 시간여를 뱅뱅 돌다가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갔다.

명량해상케이블카는 10인승 26대가 운행한다. 이중 13대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으로 되어 있다. 일반형 캐빈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바닥을 가려 놓았다.

동행한 가이드는 기왕이면 갈 때는 투명 캐빈, 올 때는 일반 캐빈을 타보라고 권했다. 얄미운 사람…. 바닥이 투명한 캐빈을 탔는데 수십 미터 아래로 어선 한 척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까마득한 거리가 주는 공포감이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다음 캐빈을 탔던 여성들이 “스릴 있고 재밌다”고 깔깔대며 소감을 쏟아낸다. 그러나 고소공포증을 가진 기자는 진도타워를 관람하고 돌아갈 때는 일반 캐빈을 탈 거라고 다짐했다.

우수영문화마을 충무사 옆에 있는 명량대첩기념비. 사진 / 박상대 기자
우수영문화마을 칼국수. 사진 / 박상대 기자
우수영관광단지 내 생선횟집이 몇 집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우수영관광단지 내 생선지리. 사진 / 박상대 기자
우수영관광단지에서 10km 거리에 있는 해남공룡박물관.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라고 한다. 다리가 쌍둥이처럼 두 개 있다. 야간에는 조명이 켜진다. 조명이 들기 전에 해넘이를 본 적이 있다. 해남 쪽에서 진도대교 너머로 사그라지는 태양과 명량바다에 드리워진 노을은 장관이다. 케이블카에서 명량바다의 노을을 구경하겠다는 것은 과욕일 수 있다. 그러나 황금빛으로 젖어드는 광경을 목격한다면 인생을 통틀어 손에 꼽을 별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후에 해남 우수영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관광단지에 있는 명량대첩전승기념관, 10km거리에 있는 해남공룡공룡박물관, 2km 거리에 있는 우수영문화마을과 충무사, 그리고 법정 스님 생가 등을 구경하면 좋겠다. 특히 우수영문화마을에는 오래 된 음식점도 있고, 각종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꾸며 놓았다. 

INFO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요금 : 성인 1인당 왕복 일반 캐빈 1만3000원(편도 1만1000원), 크리스탈 캐빈 1만7000원(편도 1만5000원) ※국가유공자와 해남 진도군민 할인
운행시간 : 오전 9시30분~오후 8시
가는 길 : 대중교통 :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녹진정류소 하차 ~ 해남스테이션 도보로 10분.
            택시 : 목포역에서 3만5000원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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