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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겨울의 낭만을 느끼다, 함백산 눈꽃 트레킹
겨울의 낭만을 느끼다, 함백산 눈꽃 트레킹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1.12.15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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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을 꾸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압권인 함백산 정상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 영월] 진정한 겨울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 겨울 산행이 부담스러워 엄두조차 못 냈던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오래 걷지 않고도 눈부신 설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함백산 눈꽃 트레킹을 소개한다.

눈꽃 만발한 겨울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역시나 강원도가 제격이다. 하늘과 맞닿은 백두대간이 길게 늘어선 강원도에서는 어디를 가던 눈부신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중 함백산은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계방산에 이어 우리나라 에서 6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주변에 태백산, 대덕산 등 해발 1,400m 이상 고산에 둘러싸여 산세가 깊고 웅장하다.

만항재에서 본 함백산의 전경. 정상 쪽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사진/ 민다엽 기자
변화무쌍한 함백산의 날씨. 금새 하늘이 개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오래 걷지 않고도 정상까지

함백산은 해발 1,572m라는 압도적인 높이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코스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해발 1,330m)에서 출발해 실제 산행하는 고도는 300m가 채 되지 않는 것. 중간에 내리막길도 거의 없어 탐방로의 총 길이도 3km 남짓으로 상당히 짧다. 만항재 쉼터 아래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하면 넉넉잡아도 1시간 30분이면 누구나 함백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워낙에 고도가 높고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방심은 금물이다.

등산로 초입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태백선수촌 입구. 여기서부터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사진/ 민다엽 기자

등산로 초입은 완만한 숲길이 이어진다. 길이 험하지 않아 주변을 감상하며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아직은 산행이라기보다는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랄까. 나지막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으며 어느 정도 워밍업이 됐다면 태백선수촌 입구가 눈앞에 나타난다.

본격적인 함백산 겨울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정상까지는 단 0.9km, 이제 30~40분 정도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슬슬 경사는 심해지고 길은 거칠어진다. 이미 해발 고도가 1,400m를 넘어선 만큼 무지막지한 추위와 칼바람을 견뎌야 한다. 코스는 짧아도 겨울 산행을 위한 확실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태백선수촌 입구를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구간. 사진/ 민다엽 기자
탐방로 중턱부터는 주변이 슬슬 얼어붙기 시작한다. 사진/ 민다엽 기자

상황에 따라 태백선수촌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0.9km의 코스만을 오르는 것도 방법이다. 예전에는 차량으로 이 문을 통과해 임도로 산 위까지 갈 수 있었다지만, 현재는 일반 차량은 통제하고 있다. 또 작은 휴식공간을 제외하면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전무하고 주차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게다가 눈 오는 겨울철에는 차량 통행이 적은 구간이라 큰 도로에 비해 제설 작업도 부족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상고대가 핀 드넓은 능선이 나타난다면 정상에 거의 다 왔다는 뜻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

태백산국립공원이라고 쓰인 선수촌 입구를 지나자 나뭇가지마다 새하얀 눈꽃이 달리고 잔뜩 얼어붙은 탐방로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설산을 만끽하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던 등린이의 기대와는 달리, 겨울 산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폐부를 찌르는 차가운 공기에 숨쉬기조차 힘들었고 사방에서 불어 닥치는 매서운 칼바람에 온몸을 꽁꽁 동여매기에 바빴다. 무심코 흘려들었던 지인들의 충고가 뇌리를 스쳐 가는 순간이다.

그렇게 숨을 헐떡거리며 얼어붙은 돌계단을 오르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 풍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머리 위로 나무가 사라지고 상고대가 활짝 핀 드넓은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얼어붙은 눈꽃이 소용돌이치며 흩날리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눈과 바람, 나무가 한데 뒤엉켜 빚어낸 순백의 아름다움에 홀린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뿌연 안갯속에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나뭇가지마다 얼음송이가 메달려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상고대는 눈과는 달리, 수분이 얼어붙어 만들어진 결정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얼음 꽃이 핀 주목 군락지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사진/ 민다엽 기자

정상이 가까워졌음을 느꼈을 때,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다시 정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을 뚫고 조금 걸으니 저 멀리 우뚝 솟은 함백산 정상석과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거세 빠르게 기념촬영 뒤 바위틈에서 커피 한 모금으로 몸을 녹였다.

이날은 안개가 너무 심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태백산(1,567m)과 장산 (1,409m), 백운산(1,426m), 매봉산(1,303m) 등 백두대간의 웅장한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정상 바로 아래 송수신 중계탑은 함백산을 대표하는 메인 포토존이다.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은 함백산의 꼭대기의 정상석. 사진/ 민다엽 기자
함백산 정상 부근의 풍경. 이 날은 눈보라가 심하게 불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정상에 올랐다면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대덕산이나 태백산까지 산행을 이어갈 것인가, 하산할 것인가 정해야 한다. 꽤 많은 사람이 함백산-중함백-은대봉-두문동재로 이어 지는 운탄고도종주를 위해 이곳에 오른다. 등산 초보가 무작정 걸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니, 계획을 잘 세워서 트레킹에 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 만항재

만항재는 정선과 영월, 태백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차가 다닐 수있는 우리나라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정선 고한읍과 영월 상동읍을 잇는 414번 지방도의 정상인 만항재 쉼터의 높이는 해발 1,330m에 이른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시원하게 내달리다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사진/ 민다엽 기자
만항재에서 본 운탄고도 탐방로.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바람이 많이 분다. 사진/ 민다엽 기자 
만항재 하늘숲길공원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오래전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길인데 현재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워낙 높은 고도 탓에 서리와 눈이 많이 내려 설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그저 차창 밖으로 스치는 겨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정상에는 하늘 숲길공원과 만항재야생화쉼터가 있어, 힘든 트래킹을 하지 않고도 손쉽게 겨울 눈꽃을 만끽할 수 있다. 한편, 겨울철 눈길 운전이 걱정스럽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강원도답게 제설작업 하나는 완벽하게 이뤄지는 구간이라니 말이다.

만항재 정상에 있는 쉼터에는 큰 공터가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INFO 만항재 쉼터

해발 1,330m 만항재 정상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 간식 등을 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있다. 주변에 야생화 탐방 로와 하늘 숲 공원이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고도가 높아 산 아래 와는 전혀 다른 날씨를 보이기도 한다.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 차 안에서 힘들이지 않고도 환상적인 상고대를 만끽할 수 있다.

주소 강원 영월군 상동읍 함백산로 426

해발 1,100m에 위치한 만항마을에는 7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야생화 천국, 만항마을

만항재 바로 아래 자리 잡은 해발 1,100m 만항마을은 자동차로 갈수 있는 가장 높은 마을이자 함백산의 대표적인 야생화 군락지다. 현재 40여 가구 70여 명만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야생화 군락지로 겨울에는 새하얀 눈꽃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진다. 작은 민박과 음식점이 있어 주로 아침 일찍 함백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의 베이스캠프로 이용된다. 소박하지만 왠지 모를 정겨움 있는 동네다.

밤새 내린 서리 속에서 노오란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사진/ 민다엽 기자
함백산 만항재 부근에서는 매년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사진/ 민다엽 기자
야생화 탐방로의 모습.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 좋다. 사진/ 민다엽 기자

INFO 함백산 야생화 축제

매년 여름(8월 중순경) 만항재 일대에서 열리는 야생화 축제 인근 야생화공 원과 만항마을, 고한 시내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화 군락지인 이 곳에는 은방울꽃, 벌 노랑이, 나도 잠자리 난, 감자난, 은대난초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축제는 200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으며 10일 동안 계속된다.

문의 함백산야생화영농조합법인 033-592-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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