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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주왕산에서 달기약수탕까지
주왕산에서 달기약수탕까지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09.08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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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travel 청송군 ①
주왕의 전설을 들으며 걷는 외씨버선길
주왕이 곁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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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국립공원에서 달기약수탕까지 이어지는 외씨버선길의 속살을 한 발씩 내디디며 자연을 만끽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청송]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난히 푸른 하늘 때문이 아니다. 곳곳에 흩어진 기암들이 옛이야기를 전해주려 다가서기 때문이다. 주왕산 국립공원에서 달기약수탕까지 이어지는 외씨버선길의 속살을 한 발씩 내디디며 자연을 만끽한다.

주왕산의 전설은 국립공원 입구에서 시작된다. 주왕산에 우뚝 솟은 기암을 배경으로 있는 대전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대선사는 신라 시대 의상이 창건했다는 설과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기암에 얽힌 사연 들으며, 걷기 편한 외씨버선길
홍영숙 청송지질공원 해설사는 “대전사의 잦은 화재로 많은 자료가 소실되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전사라는 이름 때문에 주왕의 아들인 대전도군 설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외씨버선길의 백미인 주왕산은 등산로와 구분되어 있다. 외씨버선길에는 주왕굴, 용추폭포, 용연폭포 등의 명소가 있으며, 길이 편안해서 산책 삼아 거니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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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의 그늘과 계곡바람에 걷기 좋은 외씨버선길. 사진 / 조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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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바위의 전설. 사진 / 조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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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은 청송, 영양, 봉화, 영월 등 4개 지역에 13개의 테마구간으로 조성됐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주왕산에서 떨어진 커다란 바위에도 사연이 있다. ‘아들바위’라고 부르는 이 바위는 주왕 계곡 입구에서 100여 미터 위쪽에 있으며, 바위를 등지고 다리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에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주왕산을 오르다 보면 떨어진 바위들을 자주 보게 된다. 바위틈 사이로는 향목이 자라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바위를 따라 안전철망이 조성되어 있다. 홍영숙 해설사는 “주왕산은 응회암과 화성암으로 분포되어 있어 바위가 잘 부서진다”며 “바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로 옆으로 흐르는 주왕천을 보며 ‘수달래꽃’에 얽힌 전설도 듣는다. 주왕이 신라 마장군의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둘 때 흘린 피가 주방천을 붉게 물들이며 흘렀다고 한다. 그 이듬해부터 주방천에는 아름다운 분홍 빛깔의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이 있는데 이 꽃이 바로 수달래꽃이다. 주왕산에는 매년 봄 수달래꽃 축제가 열린다.

급수대, 학소대 그리고 용추협곡의 폭포들
주왕이 신라군을 막기 위해 쌓은 자하산성을 지나 급수대와 병풍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급수대는 말 그대로 물을 길어 나르던 흔적이 남은 곳이다. 신라 시대 선덕여왕이 후손이 없어 무열왕의 6대손인 김주원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했으나 김경신의 내란으로 김주원이 이 절벽 위에 은신처를 만들고 숨어들었다고 한다. 

김주원은 절벽에 물이 없어 주방천의 물을 급수대까지 길러 올렸다고 한다.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는 학소대는 짝을 잃은 슬픈 전설이 있다. 어느 날 사냥꾼이 백학을 잡아가자 홀로 된 청학이 날마다 슬피 울면서 바위 주변을 배회하다가 자취를 감쳤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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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절벽 꼭대기까지 길러 올렸다는 급수대. 사진 / 조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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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용연폭포. 사진 / 조용식 기자

학소대 다리를 건너면서 데크의 모습이 보인다. 용추협곡을 지나가기 위해 놓인 길이다. 바위에는 오랜 세월 서식 중인 이끼와 항암치료제로 알려진 부처손 등을 만날 수 있다. 머리 위를 감싸고 있는 협곡을 걸으며 오른쪽으로 용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용추폭포 위로 우물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급류로 인해 생겨난 돌개구멍으로 요즘은 포트홀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포트홀은 하천에 의해 운반되던 자갈 등이 소용돌이치면서 마모시켜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절구, 돌개구멍 등 아름다운 형태의 폭포
주왕산의 폭포는 그동안 제1폭포, 제2폭포, 제3폭포 등으로 불렸다가 2013년에 들어와서 우리 이름으로 된 지명을 찾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로 불린다. 

절구폭포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므로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다. 2단 폭포로 이루어진 절구폭포는 마치 절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 앞에 넓직한 계곡이 있어 여름과 가을이면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도 많다고 한다.

절구폭포를 나오니 흙길은 사라지고 온통 바위길이다. 주왕산 폭포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용연폭포. 폭포가 두 줄기로 떨어지기 때문에 쌍용추폭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폭포 아래에는 3개의 하식동굴이 있다. 하식동굴은 폭호나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나는 동굴을 말한다.

용연폭포는 위로 올라가 아래로 내려오도록 동선이 이루어져 있다. 아래의 깊은 수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이다. 간혹 이곳을 뛰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주왕산에서는 유일하게 CCTV가 설치된 곳이다. 

용연폭포로 다시 올라와 조금 걸어가면 내원마을과 금은광이삼거리로 가는 갈림길에 들어선다. 용연폭포까지의 산책로와는 다르게 이곳부터는 본격적인 등산 채비가 필요하다. 금은이광삼거리까지는 1.8km. 예전에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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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물든 달기폭포의 용소. 사진 제공 /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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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너구마을’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하늘과 가까운 너구마을 그리고 달기폭포
어느덧 소박한 마을의 입구가 보인다. 이곳은 청송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동네인 ‘너구마을’이다. 지금은 몇 가구 살지 않지만, 한적하고 햇살이 좋다. 너구마을은 네 개의 산줄기와 네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으로, 네 귀퉁이가 만난다고 해서 ‘너구동’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너구마을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보면 만나는 것이 있다. 바로 달기폭포다. 높이 11m의 달기폭포는 상부의 접근이 쉬운 것이 특징이며,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는 용이 승천한다는 용소가 있다. 최근 한적하면서도 상부 접근이 쉬워 달기폭포를 찾는 여행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월예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페교의 자리에 새롭게 조성된 ‘청송 장난끼공화국’을 만날 수 있다. 홍영숙 해설사는 “장난끼공화국은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이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안 할 정도로 재미를 붙이는 곳”이라며 “산책하듯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주왕상에서 달기약수탕까지의 외씨버선길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Info
외씨버선길 주왕산~달기약수탕길
주왕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센터에서 운봉관까지 약 18.5km이며, 6~7시간이 걸린다. 외씨버선길 청송구간 중에 가장 길면서도 주왕산의 전설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10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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