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넘실대는 바다 위를 달리다. 울진 죽변항
넘실대는 바다 위를 달리다. 울진 죽변항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07.15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과 하트해변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울진]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려 경북 울진으로 향했다. 한적한 항구마을에 짙은 바다 내음이 머문다. 잔잔하게 부서지는 햇살과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물빛이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울진 죽변항은 후포항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큰 항구다. 국가 어항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죽변항은 오래전부터 오징어와 대게, 명태 등 풍성한 어종으로 호황을 누렸던 항구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부터 이어지는 어시장에는 활기가 가득하고, 항구 뒤편으로는 이국적인 풍경의 드라마 촬영 세트장과 하트모양의 해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상에는 1910년부터 빛을 밝힌 죽변등대가 우뚝 솟아있다. 최근에는 해안절벽을 따라 바다 위를 달리는 모노레일이 설치되면서 한결 짜릿하게 울진 앞바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른 새벽부터 죽변항에 고깃배가 분주하게 오간다. 사진/ 민다엽 기자
새벽 내내 잡아온 오징어를 뭍으로 올리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5월부터 11월까지 오징어가 제철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오징어에 울고 웃는 죽변항

여름 오징어 철이 돌아오면 오징어를 실은 어선이 수시로 항구를 드나든다. 동해안 어디나 오징어가 난다지만, 죽변항에 비할 수는 없다. 성어기 때는 오징어 어획량이 하루 3,000톤에 이른다. 이는 동해안 최대 규모다. 지난 10여 년 동안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었지만, 최근 2~3년 사이 다시금 오징어가 찾아오면서 죽변항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금어기가 끝나는 5월부터 시작해, 11월 말까지 오징어가 제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른 새벽부터 위판장 주위에는 뱃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항구로 들어오는 오징어 배를 따라서 수산물 차량과 상인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니, 오징어가 인기가 좋긴 한가 보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오징어 경매가 이뤄진다. 뱃사람들이 오징어를 통에 옮겨 담아 뭍으로 올린다. 배 안에는 싱싱한 오징어가 가득하다. 선장의 얼굴도 밝다. 오징어는 현장에서 곧바로 경매가 이뤄져 바로바로 이동된다. 아쉽게도, 수협에서 매수해 판매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즉석에서 수산물을 구입할 수 없다.

 

대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항구

죽변항 주변은 예부터 대나무가 많이 나는 고장이었다. ‘죽변이라는 이름도 대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지명이다. 현재까지 죽변등대와 해안가 주변으로 오밀조밀 군락을 이룬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거센 해풍을 이겨내고 자란 죽변의 대나무는 내륙에서 자라는 대나무와는 다르게, 키가 고작 3m 정도에 불과하고 줄기도 훨씬 가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이 대나무로 왜적을 막기 위한 화살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죽변항의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울진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죽변등대. 사진/ 민다엽 기자
해안 절벽을 따라 대나무 산책로가 이어진다.

죽변항에서 출어하는 어선들에게 죽변등대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어선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것. 죽변항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죽변등대는 191011월 울진 지역에서 최초로 건립된 등대다. 높이는 15.620초마다 불빛을 발사해 무려 37km 떨어진 곳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19506월 한국전쟁 중 폭격으로 인해 일부가 부셔져 1951년에 등탑을 새롭게 보수한 것이다. 지난 2005년에는 어민들의 애환과 역사를 담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경상북도 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다.

죽변등대 주변에는 용의 꿈길이라는 대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가느다란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 절벽을 둘러보기에 좋은 곳.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코스가 길지 않아 누구나 손쉽게 걸을 수 있다. 곳곳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동해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인 어부의 집. 사진/ 민다엽 기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하트 해변. 영롱한 물빛이 인상적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사진 맛집죽변항 핫플레이스

산책로 끝 절벽 위에는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촬영 세트장이 남아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주황색 지붕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2004년에 방영한 <폭풍속으로>는 고래잡이를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두 남자와 그들에게 다가온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40대 이상에게는 한번쯤 봤던 익숙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어부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집 안까지 들어가 볼 수는 있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 마당에서 바라보는 하트 해변의 전경이 상당히 아름다우니 놓치지 말 것.

하트 해변은 울진 최고의 포토 스폿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SNS를 통해 울진의 사진 핫스폿으로 인기를 얻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찾고 있다. 해안가의 모양과 바닷 속 암초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마치 하트 모양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개의 곡선으로 이뤄진 해변과 암초, 그리고 영롱한 빛깔의 바닷물이 만들어 낸 자연의 작품. 하늘에서 내려다본 하트 해변의 풍경은 더욱 선명하다. 영락없이 하트 모양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이루어진다는 식상한 이야기도 로맨틱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트 해변이라는 이름답게 연인들이 많이 찾으며, 파도가 심하지 않은 날에는 해변가로 내려가 볼 수도 있다.

 

INFO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운영시간 평일 오전 920~오후 530, 주말 오전 9~오후 6

주소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중앙로 235-12 매표소 2

죽변 앞 바다는 물빛이 유난히 맑다. 사진/ 민다엽 기자

하트 해변 위로는 해안절벽을 따라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오간다. 죽변항부터 후정해변까지, 바다 위 2.4km 구간을 달리는 모노레일로, 울진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느긋하게 바다를 구경하기에 딱 좋다. 차창 너머로 넘실거리는 파도와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다. 편도와 왕복에 따라 코스가 달라지며 중간 정차역인 봉수항에서 내릴 수도 있지만, 죽변항과 후정해변 정류장에서만 표를 살 수 있다. A코스(죽변항-봉수항 왕복) 기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전 예약없이 100% 현장 예약만 가능해, 주말에는 대기 시간이 긴 편이다.

 

국립해양과학관 입구. 사진/ 민다엽 기자
수심 7m 아래의 해양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는 바닷속전망대. 사진/ 민다엽 기자

각종 해양과학을 한눈에, 국립해양과학관

죽변항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 국립해양과학관이 있다. 다양한 해양과학 기술을 총망라한 국립 박물관으로, 생생한 바닷속 탐험도 해 볼 수 있다. 본관 이외에도, 바닷속전망대와 바다마중길, 야외 조형물광장 등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메인 전시관에서는 엘리뇨, 라니냐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나타나는 기상 이변과 해양 조사·예측 시스템 등과 같은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좋다. 전시의 수준이나 동선, 시설 등이 상당히 체계적인 것이 강점. 이 밖에도 특별 전시관에서는 전 세계에 버려지고 있는 해양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운영시간 오전 930~ 오후 530, 월요일 정기휴무

입장료 무료

주소 경북 울진군 죽변면 해양과학길 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