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동호회탐방] 우리 땅을 걷는 사람들
[동호회탐방] 우리 땅을 걷는 사람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09.13 17: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걸음으로 책장을 넘기는 걷기 여행
'길 위의 문학 우리 땅 걷기' 회원들이 올해의 장거리 도보답사 지역인 금강길을 걷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옥천] 발걸음마다 한 장의 책장을 넘기듯 걷는다. 길 위를 걸으며 산천에 뿌리내린 옛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사람들. 바로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이하 우리 땅 걷기)’ 동호회원들이다. 

충북 옥천 금강 휴게소에서 우산로를 지나 고당리 보청천에서 마주한 ‘우리 땅 걷기’ 회원들. 이들은 옥천의 시인 정지용 생가를 거쳐 금강휴게소, 고현마을 등을 지나 보청천까지 약 15km를 걷는 중이다. 하루 25km를 목포로 걷는다고 하니 아직도 10km를 더 가야 한다.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40여 명의 걷기 동호회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 5분 이상이 걸렸다. 신정일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는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걷는다. 우리 땅 걷기는 길을 걸을 때 재촉하는 일이 없다”며 “길 위에서 각자가 느끼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금강길을 걷고 있는 '우리 땅 걷기' 회원들의 발길은 가볍기만 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합금리 벽화마을 안내석이 있는 곳에서 신정일 대표가 옥천과 관련된 역사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길 위에 떨어진 호두를 깨서 나눠먹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우리 땅 걷기 이준태 회원은 “금강휴게소에서 강변로를 따라 올라갔던 고현마을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올라갈수록 첩첩산중이었지만 점입가경이라 경치가 무척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금강휴게소를 지나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고현마을을 그동안 멀리서 바라만보다 이번에 처음 올라갔다고 한다. 고현마을 이야기에 다른 회원들도 산비탈에서 밭을 일구는 마을을 방문한 지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달콤한 10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걷는다. 도로 위를 일렬도 걷는 발걸음은 언제나 활기차다. 엄마와 함께 걷는 초등학생도 지친 모습이 없다. 익숙하게 걷는 여성회원과 자연의 풍경을 한껏 담고 있는 회원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길 위를 걷는다.

도로 옹벽의 벽화로 유명한 합금리 벽화마을 안내판이 보인다. 합금리는 동심의 길, 낭만의 길, 회상과 치유의 길이란 주제로 도로 옹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마을이다. 걷다 보니 마음에 드는 벽화에서 잠시 멈춰 사진을 찍기가 좋다. 이 길은 금강을 바로 옆에 두고 걷는다. 벽화를 멀리서 보는 장점과 금강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 옹벽의 벽화가 유명한 합금리 벽화 마을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우리 땅 걷기' 신정일 대표가 매천 황현이 쓴 매천야록의 몇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합금리 마을 유래가 적힌 안내석에서 잠시 발을 멈춘다. 신정일 대표가 이 자리에서 매천 황현이 쓴 매천야록의 몇 장면을 설명한다. 옥천에서 태어난 조선 후기 대표적 학자인 우암 송시열과 옥천 대첩에서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의 8대 후손 이문영의 이야기까지 구수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벽화마을의 안길을 들어서니 담장 너머로 핀 야생화, 터질 듯 농익은 머루와 방울토마토 등이 여행자를 반기는 모습이다. 고령의 할아버지와 대화도 나눠보고, 밭을 가는 주민과 인사도 건네며 마을 구경을 마쳤다. 

다시 벽화마을의 합금로를 걸어가니 청마리를 연결하는 청마교가 나온다.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는 이 마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폐교를 활용해 옻 배움터를 만든 이곳에는 충북 민속문화재 제1호인 제신당이 있다. 또한, 솟대를 세워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장승의 이름도 다르지만, 천하대장군과 지하대장이 따로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양새도 양반 감투를 하고 있다. 그 옆으로 수명이 다 된 장승이 나란히 누워져 있다. 

동춘당과 남간정사 그리고 다시 금강길

동춘당.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동춘)’는 의미를 지닌 동춘당은 송시열의 친척인 송준길이 지은 별당이다. 조선 시대 별당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보물 제209호로 지정되어 있다. 동춘당의 현판도 송시열이 직접 써 주었다고 한다.

"동춘당처럼 예쁜 별장은 처음 본다"는 우리 땅 걷기 회원들이 보물 제209호로 지정된 동춘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우암 송시열이 제자들과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지은 남간정사. 사진 / 조용식 기자
발걸음마다 한 장의 책장을 넘기듯 걸어가는 /우리 땅 걷기' 회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손완주씨는 “금강길을 여러 번 걸어봤지만, 동춘당처럼 이렇게 예쁜 별당은 처음 본다”며 “이곳이 우암 송시열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오늘 알게 됐다”고 말한다.

우암 송시열이 숙종 9년인 1683년 능인암 아래 지은 남간정사는 많은 제자와 학문을 연구한 유서 깊은 곳이다. 남간정사를 들어서면 넓은 연못이 있으며 그 뒤로 남간정사가 보인다. 

동춘당, 남간정사에 이어 찾은 곳은 독락정이다. 독락정은 선비들이 모여 담론을 즐기던 정자로 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앞에 농어촌공사가 지은 펌프장으로 금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땅 걷기’ 동호회는 매년 장거리 도보답사를 설정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금강 도보답사를 계속 걷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독락정에서 멀리 금강을 바라보고 있는 회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우리 땅 걷기’ 회원들은 다시 금강길로 코스를 향한다. 동춘당과 남간정사 그리고 독락정 등은 금강길 부근의 우리 문화유산 답사를 위해 잠시 방문한 것이다. ‘우리 땅 걷기’ 동호회는 매년 장거리 도보답사를 설정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금강 도보답사를 계속 걷고 있다. 

신정일 대표는 “금강 도보답사는 내년으로 이어갈 정도로 우리의 문화유산이 깃든 곳”이라며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라고 정의한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오늘도 우리 땅 걷기 회원들과 강 답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정일 대표

신정일 대표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대표로 매년 11월 11일을 ‘길의 날’로 제정했다. 올해로 31년 된 우리 땅 걷기는 1985년 발족한 ‘황토현문화연구소’이 모체가 되고 있다. 매달 주말을 이용해 3~4회 걷기 행사를 하고 있으며, 섬진강, 휴전선, 한강, 금강 등 장거리 도보답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정일 대표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신정일의 신 택리지’, ‘길 위에서 만나는 인문학’, ‘지금, 이 길의 아름다움’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진성민 2019-02-05 22:05:28
걷기 동호회 가입같은거 가능한가요!
함께 걷길원해요